[유창선 칼럼] 제22대 국회 개원, 정치의 복원을 주문한다

또 다시 전쟁 같은 4년을 보내지 않기 바란다

2024-05-30     유창선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제22대 국회가 오늘(30일)개원한다. 4년간의 22대 국회는 과연 제21대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누구도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정치 상황이다.

돌아보면 지난 21대 국회 4년은 전쟁과 같은 정치의 연속이었다.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가진 야당은 입법독주로 일관했고, 중간에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는 야당에게 손을 내미는 일 없이 거부권 행사로 대응하곤 했다. 정치는 사라졌고 진영 간의 증오와 대결만이 남은 21대 국회였다. 그 결과 민생분야에서 어느 국회보다도 성과를 내지 못한 21대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법안처리율이 36.6%로 이른바 '동물국회'로 불린 20대 국회(37.8%)보다도 낮아졌으며, 구하라법과 고준위방폐물법, 로톡법 등이 끝내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장면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도 더하면 더했지, 21대 국회와 같은 정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당장 민주당은 개원 즉시 채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의석이 108석으로 줄어들어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한 재의결 투표에서 8표만 이탈해도 재의결이 가능해지기에 그 과정에서의 긴장과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의 시작인 원 구성 협상에서도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상태다. 특히 법안 처리의 길목이 되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대결은 격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최악의 참패를 당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협치의 의사를 밝혔지만 이러한 국회 환경에서 여야 간의 협치는 무망해 보인다. 21대 국회 마지막 과정에서 있었던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 과정만 해도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국민의 60% 이상이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실제로 수사 외압 의혹이 여러 갈래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권은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고, 다만 여권이 생각하는 독소조항들에 대한 여야 협상을 제안하고 서로 조정하여 합의를 도출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여도 야도 그런 협상과 조정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정치가 부재하다는 얘기이다.

협치란 여야가 자신의 입장만 100% 관철되는 것을 고집하지 않고 서로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양보를 하면서 대화와 소통의 정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22대 국회에는 야권에서 강성 정치인들이 21대 국회보다 더 많이 진출했다. 그리고 여당에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무차별적으로 건의하는 정치력 부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시 우리는 정치부재의 22대 국회 4년을 보낼 것인가. 시작하기도 전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부디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정당에서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의원들이 국회를 주도하는 광경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럴만한 의원들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가 정치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고민이다. 어쨌든 22대 국회의 개원을 축하하며 22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의 복원을 주문한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정당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2년 뒤의 지방선거, 3년 뒤의 대통령선거에서 표로 돌아오게 될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정치사회학 전공)
한림대, 경희 사이버대 외래 교수 역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
현재 여러 언론에 칼럼 연재중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