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보수·진보 그게 뭔 의미가 있나" 보수지만 선명 야당 추구하는 개혁신당 22대 행보는...
허은아 대표 "올바른 길이라면 함께" 정치 연대 아닌 정책 연대 주장 김종인 전 고문도 "이념은 아무 의미 없어…정치 근본은 민생" 고언 이준석 "채상병 특검 적극적…이탈표 의심 있을 수 있어도 우린 아냐" 천하람 "진영에 갇히지 않고 국민에 신뢰 얻어 여론 주도할 것" 포부 3석 불과하지만 22대 캐스팅보트 존재감 부각, 전국정당 도약 첫발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선명 야당으로 불러 달라"
이준석 의원에 이어 두 번째 개혁신당의 선장이 된 허은아 대표의 일성이다. 보수지만 개혁 보수정당이라는 이름 대신 선명 야당을 추구한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3석에 불과한 미니정당이지만 캐스팅보트로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것이 22대 국회에 첫발을 내딛는 개혁신당의 전략이다.
허은아 대표는 지난 29일 오후 JTBC 유튜브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국민의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보수의 길을 걷지만 어디까지나 야당으로서 정부와 여당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범야권과 '올바른' 정책에 대해서는 공조를 해나갈 것을 분명히 하며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고 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정당의 기틀을 닦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인 전 고문 역시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민생을 정치의 근본으로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22대 국회에서 보여줄 스탠스는 이념 대신 민생에 초점을 맞춘 중도 보수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의중이 읽힌다.
"국민의힘은 꼼수 구태 정당일 뿐 보수 아냐"
허은아 대표가 개혁 보수라는 말 대신 선명 야당이라고 불러 달라는 주문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수라는 스탠스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진짜 보수'라는 것을 확실하게 부각한다.
허 대표는 "보수정당이라고 하면 국방이나 안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채상병 특검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진짜 보수정당에서 할 일인가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행보를 봤을 때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권력의 눈치를 보는, 줄서기와 욕심을 버리지 않는, 그저 기득권을 따라가는 꼼수 정당, 구태 정당이라는 느낌이다.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절대 보수가 아니라는 항변이다.
이와 함께 허 대표는 대구에서 지역 언론인들과 만나며 국민의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호응도 얻었다고 말했다. 결국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와 경북지역, 이른바 TK에서 시작해 점차 세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통 여당이 보수일 경우 아무리 야당이라고 하더라도 그 성향이 같은 보수라면 여당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적극 지지했던 자유통일당이 좋은 사례다. 그렇기에 개혁신당이 22대 국회에서 가진 3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민의힘과 정책 공조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일부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을 때도 개혁신당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준석 의원은 지난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를 통해 "투표하기 전에도 점검했고 적어도 우리 의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동인이 없다. 개혁신당을 의심하는 것은 무기명이다 보니까 그럴 수 있지만"이라며 "개혁신당에 있는 사람들은 채상병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왔기 때문에 의심 지목은 할 수 있어도 대중들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적어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 갑자기 국민의힘의 주장으로 돌변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국민의힘과 일정 수준 거리두기…구태여 보수 강조 안해
개혁신당이 추구하는 것은 정치 공조가 아니라 정책 공조다. 보수정당이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전에 이념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개혁신당은 여기에 대해 확고하게 반대한다. 올바른 정책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이 보수 여당이든 진보 야권이든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허은아 대표는 "미래 세대를 바라보는 정당으로써 옳은 길에 서겠다. 정치가 아니라 그냥 올바른 길로 가고 싶고 정책적으로 옳은 길이라고 한다면 그 길에 함께 서겠다"며 "정치적인 연대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정책 연대는 할 수 있다. 민생, 예를 들어 연금 개혁에 대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누구든 협조하고 당연히 연대한다. 우리가 어떤 이념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누군가의 발목을 잡거나 따라가는 것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허 대표는 구태여 보수정당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도 강조했다. 보수라는 가치는 간직하고 있어도 그 이념 때문에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허 대표의 말은 김종인 전 고문의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김종인 전 고문은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개혁신당 사람들에게 언제나 말하는 것은 보수라고 강조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수냐 진보냐를 놓고 싸운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정치의 근본은 민생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보수 이미지로는 국민을 끌고 갈 수가 없다"며 "변화한 국민을 따라가지 못하고서 옛날 사고방식으로 국민을 대하면 따라오지 않는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민을 설득해야지 '진짜 보수' 이런 슬로건을 내세우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전 고문은 "개혁신당 의석수가 3석에 불과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전당대회에 화환도 보내주고 정무수석이 축사도 한 것"이라며 "개혁신당이 국민의힘에 영합하거나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면 그 순간 생명이 끊어진다. 국민의힘에 흡수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정체성을 잃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개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정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71석 민주당과 108석 與 사이에서도 존재감 드러내는 '강한 새우'
개혁신당이 국민의힘을 견제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범야권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도 다소 애매하다. 더불어민주당과도 일부 대척점에 서 있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연금 개혁안은 개혁이 아니라 대국민 사기이자 거짓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개혁신당은 30일에는 국회의장도 '개딸'이 뽑겠다는 것이냐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 시 권리당원 의사를 20% 반영하겠다고 나섰는데 말이 좋아 권리당원 의사지, 당내 수박 감별사가 판치는 상황에서 결국 이른바 개딸이 국회의장 뽑겠다는 것"이라며 "독립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 개인 양심을 억제하는 반헌법적 발상일 뿐 아니라 특정 당의 대표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직접 지명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당내 민주화는 점점 더 거꾸로 가고 있다. 독재 탄압과 민주화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정당이 이제 권력자에게 아첨하기 위해 그 뿌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며 '"홍위병의 등장이야말로 민주당이 이재명 우상화, 독재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준석 의원도 YTN 라디오 출연을 통해 "당원들이 국회의장을 뽑는데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당대표 의중대로 가고 당대표가 지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텐데 의전 서열 6, 7위인 여당 대표, 야당 대표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두 번째 어른인 국회의장을 뽑는 것은 이상하다"며 "국가에서 지위로 봤을 때 당 대표의 팬덤이 국회의장을 정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밖에도 개혁신당은 지난 25일 범야권이 채상병 특검법을 받아들이라며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열었을 때도 "거리 정치에는 반대한다"며 불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특검법 부결 때 개혁신당이 의심을 받은 측면도 있지만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개혁신당은 171석의 더불어민주당과 가까스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지킬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100석이 넘는 국민의힘(108석)이라는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와도 같은, 3석 미니정당이다. 하지만 결코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된 천하람 의원은 지난 26일 "개혁신당은 유일하게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은 정당"이라며 "극한의 진영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22대 국회에서 소신 있고 유능한 의정활동으로 국민에게 개혁신당의 판단과 정책은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 여론을 주도하는 캐스팅보트 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보면 3석이라는 숫자는 오히려 고래 사이에 낀 강한 새우를 만들어주는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