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혼돈의 22대 국회, 與野 시작부터 격렬 대치에 깊어지는 감정의 골

민주당 채상병 특검법 제출, 국민의힘 "진흙탕 싸움 선전포고" 대통령실, 윤대통령 격노 인정…범야권 "수사외압 명확한 증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도 발의…국민의힘은 김정숙 특검 주장 지구당 부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민주당 한뜻…소수정당 반발  조국혁신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尹대통령 축하난 버리기도 22대 원구성...야당 '탄핵' 위한 법사위, 운영위?개원하지마자 갈등 폭발 20년만의 지구당 부활...거대양당 손잡고 추진 예고에 소수정당 반대

2024-06-02     박상현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교통 표지판 너머로 본청에 걸린 축하 현수막이 보인다. 21대 국회가 야당의 입법 강행, 거부권 행사로 마무리된 데 이어 22대에서는 이러한 대치 국면이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과 함께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원을 구성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그 전에 격렬한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하루 사이로 21대와 22대 국회가 나뉘어졌지만 현재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의 연장전 양상이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했지만 부결되면서 폐기됐다.

하지만 범야권은 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을 다시 제출하기 시작했다. 또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 외압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전국민지원금에 대해서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는 여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격하시키며 범야권의 공세에 대비하고 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 표결 부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라운드 : '채상병 특검법' 정국은 진행형…여당은 감정적 반발

여야가 강하게 맞붙는 주된 원인은 단연 채상병 특검법이다. 1라운드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21대에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이 가운데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보다 한층 여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여당에 가장 불리한 것은 특별검사 추천권이다. 그동안 여당은 야당만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것은 민주당이 이를 정치공세로 악용하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라며 불합리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민주당이 모두 갖고 있던 특검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에도 부여했다. 비교섭단체 가운데 가장 의석수가 많은 조국혁신당에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곽규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22대 국회의 문을 열자마자 입법폭주를 예고하며 '21대 시즌'의 서막을 알렸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14개 법안 가운데 여야가 합의 처리한 이태원특별법을 제외하고 모두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하더니 첫날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을 되살리고 10조가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 포퓰리즘 공약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전락시켜 진흙탕 싸움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또 국민의힘은 "비교섭단체에도 특검 추천권을 부여해 조국혁신당에서도 1명의 특검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여야 합의 정신을 무력화하고 국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추천 후보자 가운데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됐다고 본다는 독소조항을 추가했고 국민의힘이 반대한 수사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도 그대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와 타협은 정치의 본령이며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데 거대 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무기로 국회를 자신들의 입맛대로만 운영하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앞선 지난달 30일에도 김민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이 재의요구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재가한 것은 야당의 폭주에 맞서기 위한 최소한 방어권 행사다. 야당은 재의요구권 행사가 예상되는 법안들을 선의로 포장해 힘으로 밀어붙이며 탄핵의 씨앗으로 삼으려는 듯한 못된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거야의 정쟁과 입법 횡포에 흔들리지 않고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등 범야권에 '정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자신들에게는 민생에 관심있다는 모습을 포장해 108석에 불과하지만 끝까지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국민의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사망 사고 직후 두 차례 관여했다고 인정하면서 여야가 다시 한번 맞붙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달 31일 "해병대 수사단에서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혐의자로 8명을 지목해 경찰에 넘긴다고 하자 참모들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이 '바로 잡으라'고 지시했다"며 "대통령이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많이 만들었다', '군 부대 사망사고를 경찰이 수사하도록 개정한 군사법원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야단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통령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대해 사실상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을 직접 대통령실이 확인해준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야단을 칠 수도 있고 재발방지를 요청할 수 있는 것 아이냐. 미숙한 업무 처리도 바로잡아주는 것 모두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고 말해 위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공수처는 김계환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설과 관련한 전화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개입과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서먼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가 해병대 고위 간부의 진술과 함께 육성 통화 녹취까지 확보했다. 녹취에는 VIP 격노에 대한 언급이 담겼다"며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왜 특검법을 거부했는지 명확해졌다. 특검을 통해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가 드러날까 두려운 것 아니겠느냐. 그래서 최근 친윤 중의 친윤으로 조직을 물갈이한 검찰로 사건을 넘기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채상병 수사 외압의 실체와 진실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채상병 수사 외압의 실체가 대통령으로 드러난다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는 주장이 엄청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수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특검은 필요없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한 것이 무슨 문제냐는 논리다.

이 가운데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하면서 본인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표시한 것을 두고 모두 격노라고 포장을 해서 심각한 직권남용을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충청남도 모처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발언 도중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라운드 : 음주와 어퍼컷 세리머니한 대통령, 야당의 집중 포화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도 수세에 몰리는 쪽은 언제나 집권여당, 국민의힘이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적은 의석수 때문에 야권에 밀리기만 했는데 공교롭게도 22대 임기 시작일에 꼬투리가 잡혀버렸다. 특히 2라운드는 1라운드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초는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천안에서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1박2일 동안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일 때문이었다.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몸이 돼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나라를 발전시키는 당이 되자. 여러분과 한 몸으로 뼈빠지게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늘 저녁은 맥주를 놓지 않아야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내가 욕 좀 먹겠다.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맥주로 축하주 한 잔씩 다 드리겠다"며 의원들에게 일일이 맥주를 따라줬다. 또 지난 대선 때 선보인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이 얼차려를 받다가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열린 날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채수근 해병 사망사고부터 시작해 수류탄 오발 사고 등 젊은 군인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통령이 술을 마시고 환하게 웃으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할 때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노종면 원내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서 "얼차려를 받다가 숨진 20대 청년의 영결식이 엄수된 바로 그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 여당 행사장에 달려가 술잔을 부딪히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스트레스가 풀리고 힘이 난다'는 말까지 해쓴데 제정신이냐. 군 통수권자, 대통령이 맞느냐"며 "이달에만 군 간부와 사병 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왜 이런 지경까지 왔느냐.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대하는 군 통수권자,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끝내 거부하고 군에서 사망한 훈련병 영결식이 치러진 날에 음주에 어퍼컷 세리머니, 스트레스까지 풀린다는 말까지 하는 대통령이니 군이 정상이라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라며 "생명과 인권을 하찮게 여기고 국정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은 국민이 우습게 볼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이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도 1일 오전 SNS에 "얼차려 훈련병 영결식이 열린 날 술타령, 수재 지원 해병 사망사건 수사방해, 진정한 보수라면 이럴 수 있느냐"고 일갈했다.

개혁신당도 같은날 김성열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생때같은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은 유가족과 불안에 떨고 있을 50만 장병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훈련병 영결식이 열려 유가족이 애통함에 오열을 하고 있던 그날에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지금 술이 넘어가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왜 사단장 수사에는 그토록 격노하면서 훈련병이 가혹행위로 사망한 것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이냐. 부디 높은 사람들만 챙기지 말고 일반 장병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도 격노하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의원도 지난달 31일 JTBC 유튜브 <오대영 라이브>를 통해 "대통령은 여당의 으뜸 당원이기도 하지만 국군 통수권자다. 국군 통수권자가 최근 장병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취임 초부터 때로는 전쟁 불사를 외칠 정도로 국방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정작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장병들이 앞장서 전쟁하는데 그런 장병들의 비통함 앞에서 여당은 그저 몽니를 부리는 특검 거부 그리고 대통령 거부권 쓰고 있다.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만약 채수근 상병의 순직을 비롯해 훈련병의 잇따른 사망사고가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음주나 어퍼컷 세리머니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인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격려하고 술 한잔 정도 함께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고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중심이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야권으로부터 꼬투리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라운드 : 장외로 나간 야당, 대통령의 축하란까지 거부

채상병 특검법의 대통령 거부와 부결 그리고 제출로 이어지면서 여야 사이는 나빠질대로 나빠졌다. 범야권은 2주 연속 주말에 거리로 나갔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국회 입성 축하란까지 거부하는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에 이어 1일에도 서울역 앞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위한 장외여론전을 벌였다. 지난달 25일 집회가 특검법 재의결 통과를 위한 빌드업이었다면 두번째 장외집회는 재발의된 특검법 통과를 위한 장기투쟁의 성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제도권 안에서 싸우기는 힘들다. 안팎에서 함께 싸우겠다"며 "국회에서 일하지 않고 왜 길바닥으로 나오느냐고 하지만 국회에서 일하려고 해도 모든 것을 대통령이 거부한다. 민주당은 망설이지 않고 신속하게, 강력하게 국민이 준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지난달 25일 서울역에서 범야권과 함께 집회를 치른 조국혁신당은 1일에는 대통령실 근처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별도로 집회를 열었다.

조국 대표는 "우리가 제출할 특검법은 모든 것을 잡는 그물이 되어 사고 책임자와 수사 회피 범인들을 빠짐없이 옭아매고 잡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일 호준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회를 버리고 거리에 나서는 민주당의 정치공세, 또다시 민생을 외면하는 것이냐. 협치가 아닌 공세를 선택하며 서동을 시작한 민주당은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22대 국회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국회를 버리고 밖으로 나가 정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냐. 안타까운 사건마저 본인들의 정치공세 수단으로 삼아 정권을 겨냥하는 무도한 행태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한편 22대 임기 시작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보내온 축하난은 일부 야당 의원들에 의해 거부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국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을 통해 "역대 유례없이 사익을 위해 거부권을 오남용하는 대통령의 축하난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글과 함께 대통령이 보내온 난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조국혁신당 의원들도 SNS을 통해 축하난 거부 인증샷 릴레이까지 벌였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국회의원 전원에게 축하난을 보냈다. 국회를 존중하고 협치를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하지만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축하난을 거부한다며 인증샷 릴레이를 올리고 멀쩡한 화분을 내다 버리기까지 했다. 너무나 옹졸하다. 대통령이 내민 손을 거부하고 협치를 걷어찬 행태는 두고두고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1일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협치라는 뜻을 모르나보다. 의원실 앞에 몰래 난 화분을 놓고 가는 행위를 협치로 보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용산 대통령실 혹은 여당인 국민의힘 그 누구라도 조국혁신당에 만남이나 대화를 제안한 적이 있느냐. 창당한지 석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거부권을 남발하는 '거부왕' 윤석열 대통령만큼 옹졸한 정치를 잘 보여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가운데에서도 개혁신당 의원들은 조국혁신당의 반발은 다소 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31일 JTBC 유튜브 <오대영 라이브>에서 "야당 의원들 중에서 일부가 격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축하하는 것은 미풍양속이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앞으로 날카롭게 대통령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 때문에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31일 SNS에 축하난에 물을 주는 사진을 게재한데 이어 1일에는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입장 바꿔서 윤석열 대통령도 조국 대표에게 난을 보내고 싶어서 보냈겠느냐.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면 이준석 전 대표, 조국 대표 등 여러 야당 의원에게는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행정부 수반이자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입법부의 구성원이자 역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기관 대 기관'으로 보낸 것이다. 난을 버리는 것은 최소한 공사구분을 못하고 헌법기관에 대한 상호존중을 저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31일 국회에서 '김건희 종합 특검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라운드 : 커져가는 김건희 특검 필요성, 여당은 김정숙 여사 의혹으로 맞불

또 하나의 뇌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 있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받은 것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양평 고속도로 문제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이면서 야당은 특검법을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필요성에 대해 비판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놓고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토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는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7대 의혹(토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 공사 특혜 의혹, 허위 경력 기재를 통한 사기, 뇌물성 전시회 후원, 민간인의 대통령 부부 국외 순방 동행)에 대해 수사하는 것과 함께 공무원의 무마, 은폐 등 직무유기, 직권남용, 불법행위 의혹까지 포함됐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반발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이성윤 의원의 발의 예고에 대해 "건수만 있으면 의혹을 제기하고 특검을 얘기하는 것이 정말 거대여당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인가. 야당 의원들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정숙 여사의 외유 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벅준태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배현진 의원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순방 비용에 따르면 대통령 전용기 사용에 2억 3000만원, 기내식비 6292만원 등이 쓰여졌다. 셀프 초청을 기념해 하늘에서 잔치라도 벌였느냐. 아무리 고급 식성을 가진 미식가, 식도락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4인 가족의 5년치 식비를 나흘만에 탕진할 수 있느냐"며 "국민 혈세가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마구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민주당에 묻고 싶다. 민주당은 피 같은 국민 혈세가 하늘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영부인 단독 외교의 불편한 진실부터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정숙 여사 특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24일 원내대첵회의에서 "국민 혈세로 옷을 사 입고, 관광하고, 없는 해외 일정까지 만들어냈다면 명백한 국정농단"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는커녕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원구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라운드 : 결론은 대통령 탄핵? 원 구성에서도 여야 첨예한 갈등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에서는 탄핵이라는 이슈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 탄핵 이슈에 대해 애써 숨기지도 않는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등은 진실 규명이 아니라 결국 대통령 탄핵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반발한다.

특검법 처리를 위해서는 22대 국회 원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 국회의장 자리는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뽑은 우원식 의원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최대 쟁점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 대해서는 여야의 양보없는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모두 가져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21대 후반기에 가져온 법사위에 대해 절대 양보없다고 맞서고 있다. 원구성 협상 시한인 오는 7일까지 평행선을 계속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선수를 쳤다.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 백브리핑에서 "국회법 시한에 따라 원구성 완료를 포함해 강력한 실천 개혁 국회 면모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 준비중"이라며 "국회법대로 5일까지 의장단을 선출하고 7일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정 시한인 오는 7일까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본회의를 열어 야당 단독으로 원구성 안건을 표결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압박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법정 시한과 다수결 원칙을 내세워 겁박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독재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법정시한과 다수결을 앞세워 상대를 겁박하는 것은 국회법을 완전히 오독한 것이며 그 정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라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가져야 한다는 '다수의 몽니'만 그만둔다면 원구성 협상은 당장 가능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동구 영남일보에서 열린 '윤상현의 보수혁신 대장정, 보수의 심장 영남의 결단과 선택' 토론회에 좌장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라운드 : 민주·국힘 나란히 지구당 부활 법안 제출…소수정당은 "구태" 비판

채상병 특검 정국 때문에 다소 관심권 밖이긴 하지만 지구당 부활 이슈도 만만치 않은 주제다. 지구당 부활 이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조를 취하는 모습인데 비해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미니 정당들은 구태의 부활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구당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차떼기'논란을 계기로 불법 정치자금 유통 경로로 여겨지면서 2004년 정치개혁 차원으로 일명 '오세훈법'으로 통칭되는 정당법 개정안을 통해 지구당이 폐지됐다. 

그러나 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11명과 김영배 등 더불어민주당 34명은 나란히 지난달 30일 지구당 부활을 내용으로 담는 법률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 의원들이 법률안 개정안을 제출하기 전에 이미 당내 유력주자들은 지구당 부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총선에 출마했던 수도권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선거를 치르며 원외 당협위원회를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수도권·청년·현장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SNS을 통해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지만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현장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다. 정치영역에서의 '격차해소'이기도 하다"며 지구당 부활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또 나경원, 안철수, 윤상현 등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을 비롯해 황우여 비대위원장 역시 지구당 부활에 동조하거나 검토를 지시하며 지구당 부활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23일 부산에서 열린 당원 미주주의 콘퍼런스 행사에서 "'당원들이 당의 주인이다. 대한민국 주인이 국민이다. 국민이 곧 국가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겠느냐"며 "당원 중심의 대중 정당으로, 많은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대중 정당으로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당원들의 권한과 역할, 지위를 확대해야한다"며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소수정당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를 통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지구당 부활론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출마자들과 만나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좀 뜬금없다. 지구당 부활은 오세훈 정치자금법과 정치개혁에 의해 많이 사라져가는 과거의 모습"이라며 "정치개혁안으로 지구당 부활을 얘기하는데 20년 전에 이미 오세훈 정치자금법과 오세훈 3법으로 구태로 지목돼서 사라졌던 문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31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한 자리에서 "지구당 필요 여부 이전에 지구당이 생겨야 본인들이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글러먹었다"며 "특히 한동훈 전 위원장은 드디어 구태의 길로 들어섰다. 여의도 사투리 안 쓰겠다고 했는데 정작 지구당 부활은 여의도에서 시즌마다 나오는 돌림노래다. 이제 스스로 여의도 문법에 빠져 여의도 사투리만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22대 국회가 막 개원한 시기에 한 전 위원장이 왜 지구당 부활론을 거론하고 민주당이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구당 부활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지구당이 더이상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만한 정치 문화의 혁신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이를 막을 제도적 대안이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두 거대 정당은 이 물음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