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체제 개편, 첫목회 "집단지도체제"-황우여 "2인 체제 절충안" 이견

첫목회 "단일지도체제 이후 여러 문제점 노출, 집단체제로 활력 넣어야" 황우여 "최고위원들간 이견 표출되면 수습 힘들어" 과거 트라우마 시사 한동훈·유승민 등 특정 인사 견제하기 위해 2인 체제 제안했다는 분석도

2024-06-06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다음달 25일에 열기로 잠정 결정한 가운데 다시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할지 아니면 절충형인 2인 체제로 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전당대회 규정 개정에 책임을 맡은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 경선 2위를 사실상 부대표나 다름없는 수석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2인 지도체제를 제안한 것이 알려지면서 당 지도체제가 향후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가 지난 5일 열린 회의에서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 이를 절충한 하이브리드 지도체제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 1명을 뽑는 것이어서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한다. 이에 비해 집단지도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선출한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대표가 되고 후순위는 최고위원을 맡는다. 지난달 19일 개혁신당 전당대회에서 1위 득표율을 기록한 허은아가 대표로 선출되고 2~4위인 이기인, 조대원, 전성균 후보가 최고위원이 됐는데 바로 집단지도체제다.

이미 국민의힘은 전신인 한나라당이 지난 2004년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김무성 당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갈등이 불거진 역사가 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일부 선거구 공천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당시 옥새 파동, 옥새런, 옥새들고 나르샤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돌기도 했다.  이 파동으로 인해 끝내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패했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다. 이후 새누리당은 단일지도체제로 복귀했다. 김기현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던 지난해 3월 열렸던 3차 전당대회에서도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따로 경합했다.

첫목회 "다양한 의견 수렴하는 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집단체제가 적절"

지도체제 개편 논의는 당내 3040 총선 수도권 낙선자들의 모임인 첫목회에서 시작됐다. 첫목회는 지난달 7일 지난 7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신환 당협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첫목회 간사는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동훈 전 위원장 출마 여부를 떠나 지금은 집단지도체제가 누구에게 유리하니 아니니니를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집단지도체제가 맞다고 본다. 내 소신"이라며 "단일지도체제 이후 소위 똥볼을 찼는데 이제는 체제에서 나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진단할 떄가 됐다. 그런 취지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극일체제로 가는 민주당에 비해 훨씬 더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6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집단지도체제의 경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비판받은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해 여러 대표 최고위원들이 함께 건강한 당정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며 "다만 대표 최고위원과 나머지 최고위원 의견이 다를 때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여당의 안정적인 모습이 아닌, 자칫 자기 정치를 하는 모습들이 비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해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황우여 "2인 절충형 지도체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집단지도체제 대신 2인 지도체제를 제시했다. 집단지도체제가 과거 문제점을 노출하며 비판을 받았으니 대표와 부대표, 2인 집단지도체제로 하자는 것이다. 황 위원장이 얘기하는 2인 집단지도체제는 대표를 뽑는 투표에서 1위 후보가 대표, 2위 후보가 부대표를 맡고 최고위원 투표에서 최고위원을 그대로 뽑는 것이다. 단일지도체제의 투표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대표 1인이 아닌 2인 체제로 바꾸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체제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한 자리에서 "최고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표출될 경우 수습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옥새파동이 있었던 7년 전 트라우마으로 해석된다. 결국 그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 2인 지도체제인 것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연금개혁, 국민의힘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옥새파동 홍역, 황우여 위원장은 집단지도체제 대신 절충형 제안

집단지도체제냐, 2인 지도체제냐 이견을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나경원, 윤상현 등 현역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전당대회 출마설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의 네임밸류가 워낙 거물급이다. 이 가운데 민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위원장이 1, 2위를 다투고 있고 당심에서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집단지도체제로 한다면 한동훈,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 윤상현 등이 경쟁을 벌여 득표 1위가 대표를 맡고 남은 사람이 최고위원을 맡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이 경우 대표 경선에 나서는 모든 후보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표 또는 최고위원에 올라 당을 이끌 수 있는 영향력이 생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물론 유승민 전 의원도 입김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2인 지도체제로 한다면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을 따로 하게 되고 대표 경선에 나설 경우 2위 안에 들지 못하면 최고위원도 되지 못해 당내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진다. 한동훈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민심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이전 전당대회처럼 윤심이 발휘돼 의외의 인물이 당선된다면 모두 당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한동훈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될 경우를 대비한 견제 목적으로 2인 지도체제를 제의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득표 2위를 한 부대표가 한동훈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부대표가 친윤계 인사가 당선되면 가능하다. 하지만 인사 문제 등 대부분 문제는 협의를 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표가 결정한다는 것 때문에 부대표의 대표 견제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김용태 의원은 채널A에 출연한 자리에서 "지도체제 변경이 친한계, 친윤계 등 특정 인사들의 견제 목적 논란이 있다는 것에는 모두 본인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해석한다고 볼 수 있다"며 "지도체제 변경은 특정인 견제 목적이 아닌 지도부의 안정과 전당대회 흥행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국민의힘에서 지도체제를 바꾸려는 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이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황우여 위원장이 제안한 2인 지도체제는 매우 이상하다. 대표 트랙과 최고위원 트랙을 따로 진행하게 되는데 3위 아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하는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유승민 전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가기도 힘들다"고 주장했다. 다분히 유승민 전 의원을 의식한 시스템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