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푸틴, 한미일 공조 균열 시도.. 韓에는 "감사" 日에는 "대화 어려워" 美 "북한 위협 멈춰야"

한국 향해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어.. 대단히 감사" "한러 협력 지속 원해" "일본과 평화조약 협상, 우크라 입장 바꿔야 대화 가능" 북핵 해결 위한 미국 태도 변화 요구.. "北은 합의 실행.. 미국은 지속 위협"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고착.. 중·러, 한국 향해 유화 제스처

2024-06-06     김승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일본을 향해 각기 다른 메시지를 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일본을 향해 각기 다른 메시지를 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며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나 일본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만 가능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북한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추후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한미일 3각 공조에 균열을 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향해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어.. 대단히 감사" "한러 협력 지속 원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질답 시간을 가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현재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한러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혐오적(Russophobic) 태도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highly appreciate)"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달성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닌 한국 지도부의 선택"이라며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둘러싼 북러 밀착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돼 왔다.

"일본과 평화조약 협상, 우크라 입장 바꿔야 대화 가능"

이날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중단된 러시아와 일본 간의 평화조약 협상에 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 위기에 일본이 개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일본은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 달성을 위한 시도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평화조약에 관한 대화의 지속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즉,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과 소련(러시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으로 만난 뒤 1956년에 국교정상화를 했지만 평화조약은 맺지 못했다.

이는 일본과 러시아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문제가 평화조약 체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러시아가 쿠릴열도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반환을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전쟁 후 국제법적 합의에 따라 이곳이 러시아에 귀속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에도 평화조약 협상은 이어져왔지만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일본이 서방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자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평화조약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북핵 해결 위한 미국 태도 변화 요구.. "北은 합의 실행.. 미국은 지속 위협"

이날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을 옹호하면서 미국을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 등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이러한 열망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회담의 동기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북한은 미국과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고 시험 발사장도 해체했다. 합의했을 뿐 아니라 실행했다"며 "그들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가. 미국은 일방적으로 드러내놓고 합의를 위반했고, 당연히 북한도 합의 밖으로 걸어나왔다"며 현재 북핵 문제는 미국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북한)은 위협을 받고 있고, 대응한다. 위협이 없다면 핵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들은 내내 위협을 받고 있다.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관계를 더욱 긴밀히 가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한 뒤 답방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의 답방도 추진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경제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군사 훈련을 포함해 그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고착.. 중·러, 한국 향해 유화 제스처

지난달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한반도 긴장 격화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며 북한을 두둔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양국은 미국 및 그 동맹국의 군사 영역에서의 위협 행동과 북한과의 대결 및 유발 가능성 있는 무장 충돌 도발로 한반도 형세의 긴장을 격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과 다른 관련 국가가 상호 존중하고 서로의 안보 우려를 함께 고려한다는 원칙 위에서 협상 프로세스 재가동을 추진하기를 촉구한다"며 "양국은 정치·외교 수단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출구임을 거듭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을 겨냥해서는 "양국은 미국이 자신의 절대적인 군사적 우세를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안정을 파괴하려는 기도에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나토가 기도하는 아태 지역의 파괴적 행동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미국이 군사력 확대와 군사 블록 결집을 통해 동북아 지역 힘의 균형을 바꾸는 패권적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며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전략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은 것은 북중러 공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3국간 확고한 반미연대 구축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을 향해 손을 내밀며 한미일 3각 공조에 균열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관광·법률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고위급 협의체인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는 등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번에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도 북중러 밀착을 느슨하게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러시아와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에서 소통이 이뤄져야 다음 단계가 풀린다"며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기대 수준을 매우 낮춰서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는 정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상당 부분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