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칼럼]2024갑진왜란 6월,"라인·야후, 사요나라 시나리오"(4)
'단순하고 분명한 것'이 '복잡하고 모호지는 시절이다.
라인·야후가 오는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네이버와의 관계 정리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은 작년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해킹 사건을 계기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지배력 약화를 포함한 행정지도를 요구한 바 있다.
라인·야후는 지난달 31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기 주총 일정을 공지하고, 최근 사태와 관련해 "주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라인·야후는 이번 주총을 통해 사업보고와 신규 이사 선임건 등을 의결과 함께, 네이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발표할 것"을 밝혔다.
우선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줄이는 방안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관계를 하나씩 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라인야후는 이달 안에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네이버클라우드와 공유하고 있던 인증 시스템을 분리하고, 네이버에 위탁했던 업무(자체 보안센터 운영...) 등도 순차적으로 종료, 정리 계획 등을 이달 28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또 해외 자회사들도 2026년까지 시스템 분리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또 일본 총무성이 해킹 재발 방지를 위해 라인야후를 상대로 네이버에 대한 기술적 의존을 줄이고, 자본 관계 개선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라인야후는 일본 총무성에 내달 1일까지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행정지도 관련 답변을 해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주총에서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인데, 이와 별도로 네이버에 대한 라인·야후의 '야심의 발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의 '통매각' 보다는 2대 주주로 '순화'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즉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를 보유하고 있는 라인야후 지주사(A홀딩스)의 지분 협상에 더 관심을 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 32.7%는 약 8조3000억원의 가치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소프트뱅크가 전부를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며 "네이버가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도 사업적 관계는 유지해 2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네이버 '주가'에 중심을 둔 시나리오의 배경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에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 지분 매각을 전재한 전망이라 볼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일부 지분 매각으로 사업적 관계는 유지하면서 몇조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자사주 매입이나 특별배당, 추가 M&A(인수·합병)에 쓴다면 네이버의 주가는 오히려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상식적 분석을 한다.
하지만 '라인·야후 사태'는 '민간' 기업 간의 협상에 일본이라는 '국가'가 개입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한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보안 문제'라며 일본 정부 차원의 지분 매각 압박이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를 따라 두 민간 기업이 동등한 입장에서 지분 협상이 가능한 환경이 됐다고 믿는 분석이 없지는 않다. 네이버가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면 A홀딩스의 '일정' 지분을 정리하는 게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NH투자증권은 5일 "네이버가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며 "확보한 자금으로 (네이버가) 자사주 매입, 특별배당, 추가 인수합병을 하면 네이버 주가가 오를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32.7% 가치는 약 8조3000억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최소 10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소프트뱅크가 해당 지분을 전부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일부만 인수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으로 2대 주주로 내려오면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할 자금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 상장에 나섰다. 해외 진출 전초기지인 '라인·야후의 경영권 압박'에 따른 이해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외신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미국 나스닥 상장 절차를 밟는 중인데, 블룸버그는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를 최대 40억 달러(약 5조 5400억원)로 예상한다.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 '라인망가'는 일본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소비자 지출 1위이고,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150개국에서 약 2400만 명의 창작자와 1억7000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최대 7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하는데,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많은 콘텐츠가 영화, 스트리밍 시리즈,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으로 옮겨졌다"며 "목표는 향후 10년간 가장 큰 히트작이 될 IP를 발굴·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자사 및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관계가 악화하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위험 요소'를 언급했다.
네이버는 웹툰 엔터테인먼트 지분 71.2%를 보유한 대주주다. 나머지 28.7%는 라인야후에게 있다. 네이버웹툰은 네이버의 영향력을 강조한다. 상장 이후 이사 선출 투표 권한을 가질 정도의 보통주 투표권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신고서에 담았다.
글로벌 드라마와 게임 제작의 원천이 되는 K-웹툰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라인·야후의 지분 구조가 달라진다고 네이버웹툰 상장에 무슨 상관이람?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이 IPO(기업 공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
'단순하고 분명한 것'이 '복잡하고 모호지는 시절이다. 한반도 동해 8광구에서 '참기름'이 나고, 한반도 남해 7광구에서 '들기름'이 난다해도 믿을 사람은 믿는다. 그야말로 와룡도사가 말하던'현혹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