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혼돈의 22대...野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에 與 상임위 ‘보이콧’

민주당, 채상병 특검법·방송3법·전세사기특별법 등 6월 임시국회 내 처리 방침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13일까지 합의 안 되면 野단독 선출” 추경호 “민주당 일방 통보 일정에 전혀 함께 할 수 없어” 국힘, 자체 15개 특위 가동...의총 매일 열어 대응 방안 논의

2024-06-11     김민주 기자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산회 후 밝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혼돈에 휩싸였다. 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했고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협조하지 않을 경우 독식해서라도 “총선 민의에 따라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용 폭거”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상임위 전면 ‘보이콧’ 등 대치 국면을 이어갈 태세를 보였다.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범야권 192명 중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하며 191명이 참여했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운영위원장에는 박찬대 원내대표, 법제사법위원장에는 정청래(4선) 의원,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에는 최민희(재선) 의원이 각각 뽑혔다. 이밖에 김영호 교육위원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어기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상 3선)의 선출도 이뤄졌다. 

여야는 본회의 개의 직전까지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진행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당,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총선 민의’에 따라 다수당이 핵심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국회법’에 따라 원 구성 시한(6월 7일)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막판에 ‘법사위원장을 내주면 운영위원장·과방위원장을 포기하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단칼에 거부하며 협상은 결렬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오늘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 대체 누구를 위한 폭주인가”라며 “앞으로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위한 온갖 당리당략적 악법들이 일방 통과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만 참여한 채 본회의를 소집한 우 의장은 표결 직전 “민생이 절박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원구성을 마냥 미룰 수 없었다”며 “여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 속에 본회의를 연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국회가 문을 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어 “관례를 존중해 달라는 (여권의) 말씀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는 없고, '일하는 국회'라는 절대적 사명에 앞설 수도 없다는 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상임위를 즉시 가동해 ‘채상병 특검법’, ‘방송3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 중점 법안을 6월 임시회에서 곧장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이 명령할 때에, 제때 신속하게 하겠다”며 “민생 위기에 처한 서민들을 위한 민생대책 수립, 언론자유를 회복할 방송 3법과 해병대원 특검법 처리를 위해 한시가 급한 과제들이 많다. 민주당은 어제 구성된 상임위들을 즉시 가동하여 현안을 살피고 필요한 법안들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24·2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26일부터 사흘간 대정부질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대해서도 국민의힘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선출하겠다고 강조했다. 13일 본회의는 국회법 76조의2의 ‘국회의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개회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퇴 촉구 시위를 뚫고서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상임위 ‘보이콧’ 등 거야를 상대로 대치 국면을 이어갈 방침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야권이 단독 표결한 11개 상임위 보이콧 여부’에 대해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정에 관해서는 전혀 함께 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원은 전날 우 의장이 강제 배정한 상임위 선임안에 반발해 사임계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당 의원 전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곧바로 국회 의안과에 결의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자체적으로 구성한 15개 특위를 통해 민생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의 이점을 살려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함께 진행한 뒤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시급한 민생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에너지특위를 시작으로 오는 12일 재정세제개편특위·노동특위·교육개혁특위·외교안보특위, 13일 재난안전특위, 14일 기후대응특위 등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분간 매일 의총을 열어 대응 방안 논의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자 곧장 거부권 적극 행사를 시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민주주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으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 시절 주도해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확립한 소중한 국회 운영의 전통”이라며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어렵사리 확립한 국회의 관례와 전통은 어떤 면에서는 국회법보다 더 소중히 지켜야할 가치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