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푸틴, 24년 만에 북한 방문 북러정상회담.. 군사 협력 어느 선까지? 정부 "선 넘지 말라" 경고

푸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 김정은 위원장과 북러 정상회담 전망 북러,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합의 할까? 대통령실·정부 "러시아에 선 넘지 말라 경고" 신원식 "핵·미사일 기술 이전, 레드라인" "북러, 외교적 성과 나눠가지며 윈-윈" "북중러 밀착, 중국이 원치 않아"

2024-06-17     김승훈 기자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북러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양국 정상이 관계 격상, 군사·안보 및 경제 협력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평양선언'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자동군사개입을 골자로 하는 동맹수준의 조약 체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러시아를 향해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하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교 관계를 고민 중인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자극할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푸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 김정은 위원장과 북러 정상회담 전망

북러,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합의 할까?

외교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18~19일 평양을 찾는다. 지난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의 방북이다.

크렘린궁이나 북한 당국은 현재까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할 때 쯤이면 관련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향후 북러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한은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군사정찰 위성 관련 기술을 제공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에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관계가 보다 긴밀해 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푸틴의 방북을 앞두고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양자관계 정립에 나설 것으로 예상을 모으고 있다"면서 "양국 간 우호 관계를 현대 국제 관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개념을 도입해 격상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에 가까운 수준의 군사 협력을 맺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즉, 지난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포함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을 체결한 것처럼 북한이 전쟁 상태에 처하면 러시아가 즉각 군사 개입에 나서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최근 푸틴 대통령이 우리 정부를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외교적 공간'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 분야 협력보다는 경제와 우주 기술 등에 대한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은 한국에 대단히 고맙다"라며 한러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달 중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 역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원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의 훼방으로 인해 관계 개선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한러관계 경색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는 특히 한국이 비우호적 국가 중 최초로 우호적 국가 대열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정부 "러시아에 '선넘지말라' 경고" 신원식 "핵·미사일 기술 이전, 레드라인"

대통령실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러시아 측에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메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북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세밀히 분석해 수사에 그치는지, 실체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이고 세밀하게 분석해 분명히 대응하고 국제 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갔다기보다는 상황적 이해관계 때문에 북한이 부상된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가 아쉽다는 방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측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과연 남과 북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북중러 협력 가능성은 낮게 봤다. 장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 간 이해관계도 많이 다르다"며 "푸틴의 방북이 거론되는 시점에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개최되는 것 자체가 최근의 상황이 북중러의 합집합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이번 방북 결과에 따라 (러시아와 북한에)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채널A에 출연해 "한반도 평화·안정에 저해되는 방향으로 (북러 간) 논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그런 경고성 메시지를 러시아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탄약 등 무기 지원을 받아야 하고, 반대 급부로 러시아가 북한에 다방면에 지원을 하고 있다"며 "북러 협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러 군사협력의 레드라인은 핵·미사일 핵심기술 이전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장관은 지난 1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원하는 건 포탄, 특히 우크라이나 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북한에 결정적인 포탄이나 군사적 물품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러 군사협력의 레드라인에 대해 "핵과 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 이전은 레드라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한미가 협의하고 공동으로 정해야 할 사항으로 한국 정부 단독(레드라인)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북러, 외교적 성과 나눠가지며 윈-윈" "북중러 밀착, 중국이 원치 않아"

최근 북러 관계에 대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지시각 16일 '푸틴과 김정은의 위험한 브로맨스' 제하의 기사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가 각자의 외교적 성과를 나눠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북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침공 초반 러시아가 예상과 달리 고전하면서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무기가 필요했고, 북한이 이를 채워줬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과 협력함으로써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북한으로서도 러시아는 적시에 도착한 '뜻밖의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좌한 하노이에서의 외교 참사로 국제적 고립이 깊어졌으나 지난 9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경제, 문화, 안보, 기술 측면에서 양국 교류 확대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국내외에서의 이미지 개선 효과를 안겼다는 것이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우정은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전문가의 시각도 소개했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안코프 국민대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의 새로운 사랑은 피상적이고, 인위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그 대가로 핵무기 설계도나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등 최첨단 군사 기술을 전수받기를 원했으나 러시아는 식량과 연료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북러 협력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변수로 꼽힌다. 매체는 중국의 주된 관심사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중국 사이의 완충 국가로 북한을 유지시키는 것이라며 북러 간 군사협력 심화는 이런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국제 사회에 북·중·러가 단일한 연합체로 묶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중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중러 관계에 있어) 드러나고 있는 그림은 '권위주의 정권 간의 깔끔한 연합'(a neat authoritarian axis)이 아닌 '지저분한 삼각관계'(a messy love triangle)"라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