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의료계 줄줄이 집단 휴진, 오늘 동네 병원도 문 닫았다.. 의협, 여의도서 총궐기 대회

의협, 18일 집단휴진 총궐기.. 빅5병원 휴진 확산 尹 "환자 저버린 불법행위, 엄정 대처 불가피".. 정부, 개원의에 '업무개시명령' 강수 지역 대학병원, 휴진 참여율 낮아.. 대부분 정상 진료 '집단휴진' 의사들도 비판 "벼랑 끝 환자 등 떠미는 행위".. 휴진의원 '불매운동'도 與 의료특위, 의료계 집단휴진 대책 논의.. 인요한 "현재 상황 아주 심각" 의협 "패망 직전 대한민국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2024-06-18     김승훈 기자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에 이어 오늘(18일) 전국 병의원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문을 닫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에 이어 오늘(18일) 전국 병의원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문을 닫는다. 사전에 휴진하겠다고 밝힌 병의원은 4%에 불과하지만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 휴진 움직임이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어 환자들의 혼란은 갈수록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휴진을 주도한 의협 지도부에 집단행동 금지 교사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의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17일 집단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을 찾은 뒤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고 의사 집단 휴진 수습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뾰족한 대안은 찾지 못했다.

의협, 18일 집단휴진 총궐기.. 빅5병원 휴진 확산

尹 "환자 저버린 불법행위, 엄정 대처 불가피".. 정부, 개원의에 '업무개시명령' 강수

이날 의협 주도로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하루 휴진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천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으나 의협 측은 휴진 투표에서 '역대급 지지율'이 나온 만큼 더 많은 병원이 진료를 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의협이 벌인 총파업(집단 휴진) 당시, 휴진 첫날이던 8월 14일 휴진율은 32.6%에 달했다. 이에 이번에도 휴진율이 30%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사업자 단체인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를 담합에 동원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신고했다. 이에 앞서 이달 14일에는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집행부 17명에게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18일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일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있었고, 오늘은 의사협회의 불법적인 진료 거부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수련과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여러분의 존재 이유인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저버리는 집단행동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는 여러분이 학업과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서울아산병원도 내달 4일부터 일주일간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전날 발표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대상 향후 행동 방안 설문 조사 결과 대상자 중 79.1%(292명)가 "7월4일 휴진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휴진 기간에 대한 물음에는 응답자의 54.0%가 "일주일 휴진 후 정부 정책에 따라 연장 조정"이라고 답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정부의 대응에 따라 무기한 휴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휴진 기간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 중 30.2%가 "무기한 휴진"을 꼽았다.

비대위 측은 "설문 대상 중 진료를 보는 나머지 교수 164명 중에서도 136명(82.9%)은 '사정상 실질적인 휴진 또는 진료 축소는 어려웠지만 휴진을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전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진료를 보는 교수의 절반 이상이 휴진(응급·중환자 및 중증·희귀·난치질환 등 제외)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

연세대 의대 산하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도 정부가 의료 및 의대 교육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7일부터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기로 했다. 성균관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무기한 휴진에 대해 논의한 후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한 휴진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전체 교수 총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추가 휴진 여부를 논의 중이다.

지역 대학병원, 휴진 참여율 낮아.. 대부분 정상 진료

다만,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집단 휴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남대병원은 전체 263여명의 의사 가운데 46명이 휴가를 냈고, 대전성모병원은 의사 137명 중 6%인 9명이 휴가를 가겠다고 신청했다. 건양대병원 역시 전문의 181명 중 10명이 휴가를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의료진의 규모를 감안하면 진료와 수술에 차질이 생길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 중 전남대병원은 평시 대비 약 30%가량 교수들이 진료 중단에 동참할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남대병원은 전공의 이탈 이후 평일에 70~90명의 교수가 예약 외래환자를 진료해왔으나, 이 중 30%가량인 20~30명의 교수가 18일 예약된 환자 진료 일정을 연기했거나 휴가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경북에선 계명대동산병원에서 전체 교수의 30% 미만이 휴진할 예정이다. 경북대병원이나 동국대경주병원, 영남대의료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도 모두 정상 진료한다.

강원대병원도 교수들이 휴진에 찬성하는 의사를 밝혔을 뿐 실제 휴진하는 교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휴진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실제 휴진하겠다고 병원 측에 알리지는 않았다"며 "내일도 진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강릉아산병원도 현재까지 뚜렷한 휴진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집단휴진' 의사들도 비판 "벼랑 끝 환자 등 떠미는 행위".. 휴진의원 '불매운동'도

이번 집단휴진에 대해 의사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17일 성명을 내고 "의대 교수들의 진료 중단은 벼랑 끝에 놓인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의협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전공의 간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의사 증원 반대 투쟁에 앞장서는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에 반대함을 분명히 한다"며 "시민들이 의대 교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전공의 지키기나 진료 중단이 아니라, 심각한 의료공백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수들의 휴진이 장차 의사와 환자 및 시민 간의 신뢰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인의협은 "의협은 지금까지 의사 증원은 1명도 안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상황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대안 없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와 원점 재논의를 다시 요구하며 벌이는 집단휴진 역시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만 더 크게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4개월째를 맞고 있는 의료공백으로 응급 의료 사각지대는 점점 더 커지는데,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암 환자와 중증 환자의 진단·진료 지연, 응급실 뺑뺑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의료대란은 없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의협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적 2000명 의사 증원 방안에 반대한다"며 "공공적인 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의사들의 공공적인 양성, 지역의사제와 공공의사제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인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의사 인력 정책 결정 권한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라며 "의료개혁특위를 해체하고 시민사회,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를 주체로 포괄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진정한 의료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미 무기한 휴진이 시작된 서울대병원 교수들을 향한 환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가운데, 18일 휴진하는 동네 병원의 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맘카페와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단 휴진에 동참한 의원의 명단을 공유하며 향후 불매운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與 의료특위, 의료계 집단휴진 대책 논의.. 인요한 "현재 상황 아주 심각"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7일 집단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을 찾은 뒤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어 의사 집단 휴진 상황 수습 방안 마련에 나섰으나 뾰족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회의에서 "이런 집단 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불신과 상처를 깊게 한다"며 "여러분들을 필요로 하는 환자 곁으로, 현장으로 돌아와달라"고 촉구했다.

인요한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낮은 자세로 나가서 각 단체를 만나서 다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들을 종합할 것"이라며 "오늘 대화는 원론적이었고 첫 모임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대안이 나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제부터 뛰어들어서 노력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며 "특위 위원장을 맡은 지 일주일 됐으니 저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의료개혁특위는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인 위윈장은 비공개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용을 파악하려고 왔습니다. 무슨 제안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다"며 "현재 상황이 아주 심각하니까 말씀을 듣고 배우고 그 다음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비대위나 교수단체, 전공위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공식적으로 접촉은 어제 했는데 전공의들은 원칙을 많이 주장하고 만나는 걸 꺼려하는 것 같다. 더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의협 "패망 직전 대한민국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한편, 의협은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17일 집단행동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현재 의협은 정부를 향해 ▲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불가피하게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소식을 전하게 돼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 예정대로 휴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는 거듭되는 의료계의 호소와 요구를 묵살한 채 끝까지 잘못된 의료 정책 추진을 멈추지 않고,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로 사직 전공의들과 휴학 의대생들을 농락했다"며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노력과 정당한 투쟁을 일부 언론을 통해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의료계는 집단행동만큼은 피하고자 16일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 등 3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무참히 거부했다"며 "이에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18일 집단휴진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통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엄청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특히 "휴진과 궐기대회는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며 "(이번이) 패망 직전인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또 "이번 투쟁을 반드시 성공시켜 대한민국과 붕괴 위기의 의료체계를 반드시 회생시킬 것"이라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의협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정부가 죽인 한국의료, 의사들이 살려낸다'는 주제로 총궐기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