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중단 병원 복귀… 대법 판결·여론악화에 의정갈등 수습 국면 전환

서울대병원 교수들 73.6% "휴진 중단해야".. 닷새만에 진료 현장 복귀 비대위 "환자 피해 고려.. 정부 정책 인정은 아냐" 대법 판결·여론 악화에 의사들 휴진 명분 상실.. 의협, '27일 휴진 선언'에 내부 반발 의료계 협의체 올특위 출범.. 전공의 대표 참여 거부하며 단일대오 '삐걱' 분노한 환자 1천명, 내달 역대 최대규모 궐기대회 보건의료노조 "6월까지 진료정상화 안되면 전면투쟁"

2024-06-21     김승훈 기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국 대학병원 휴진 논의의 출발이 된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21일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9일 대법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린데다 지난 18일 의협 주도의 전면휴진으로 국민 여론도 차갑게 얼어붙자 결국 진료현장에 복귀하게 됐다.

의협도 일방적인 '27일 전면 휴진' 선언에 의사 단체들이 반발하며 내분을 맞고 있다. 여기에 대정부 투쟁기구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으나 전공의 측의 호응을 얻지 못해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병원 교수들 73.6% "휴진 중단해야".. 닷새만에 진료 현장 복귀

비대위 "환자 피해 고려.. 정부 정책 인정은 아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곳 병원 전체 교수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이어졌던 전면 휴진을 종료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지난 6일 정부에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고, 이달 17일부터 응급·중증·희귀질환 등을 제외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및 시술을 중단했다. 휴진에는 네 곳 병원 진료 교수 중 54.8%가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명(20.3%)이었다.

구체적인 활동 방식에 관한 질문에는 75.4%가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55.4%는 범의료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65.6%의 교수들은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전면 휴진 결정이 중단된 배경으로 환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꼽았다. 현재 중증·응급 환자 등에 대한 진료가 유지 중이나, 휴진이 장기화할 경우 이들에게도 실질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정부는 불통이지만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며 "우리가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당장 지금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이며, 무능한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 닥칠 의료계와 교육계의 혼란과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고,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대법 판결·여론 악화에 의사들 휴진 명분 상실.. 의협, '27일 휴진 선언'에 내부 반발

의료계 협의체 올특위 출범.. 전공의 대표 참여 거부하며 단일대오 '삐걱'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지속 가능한 저항'을 언급했으나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 동력은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빅5' 병원 중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을 단행한 후 환자들의 불안이 확산하고 여론의 비난이 커져온데다 최근 대법원도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휴진의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이 포함된 가톨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전체 교수회의를 연 뒤 "무기한 휴진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기에는 이르다고 보고 논의를 더 하기로 했다"며 "장기 휴진에 관한 의견을 주말까지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임현택 의협 회장이 18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하며 의사 단체 내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일단 의협은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의협이 참여하는 대정부 투쟁기구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하고 의대증원 등 의료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오는 22일 올특위 첫 회의에서 향후 집단휴진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지하 1층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날 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과 '제5차 연석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의료계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의협 산하에 '올특위'를 설치하고 출범한다"면서 "의대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의대생, 의협 등 총 14명으로 구성되며 정부와의 협상, 투쟁방향 등 모든 사항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특위' 위원장은 의대교수 대표(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전공의 대표, 시도의사회 대표(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 등 3인 체제다.

최 대변인은 "의협의 대정부 3대 요구안에 대한 정부의 답변이 없을 경우 올특위 첫 회의부터 전국 병의원 휴진 현황 및 계획을 취합해 전국 의사 휴진 계획 등 왜곡된 정책을 바로잡을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 대표가 올특위 참여를 거부하면서 단일대오 형성에 난항이 예산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일 입장문으로 갈음한다"는 짧은 글을 게시했다.

박 비대위장은 지난 19일 "현재의 상황에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분노한 환자 1천명, 내달 역대 최대규모 궐기대회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철회했으나 여전히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하 의료공백 사태가 넉 달을 넘어선 가운데 분노한 환자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총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유총)는 다음 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다른 환자단체들과 함께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주최 측이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면서 적어낸 예상 참여 인원은 1천명이다.

지난 2월 말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 환자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환자단체들은 그동안 정부 인사, 국회의원 면담이나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를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안기종 환단연 대표는 "의사들이 총궐기대회를 하는데 우리(환자단체들)가 1만명을 모을 수는 없지만 총궐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의견이 모였다"며 "정말 덥지만 그래도 한번은 직접 국민에게 (환자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그동안 (이번 의료공백 상황에서) 국무총리나 복지부 관료들을 만나고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의료계도, 정부도, 국회도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 이제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 "6월까지 진료정상화 안되면 전면투쟁"

이런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6월 내로 진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정부와 의사단체를 상대로 전면투쟁을 전개한다"면서 "출구전략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들이 진료가 축소되면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업무과중과 무급휴가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로 의사 진료거부 사태가 시작된 지 4개월이 넘어섰다"며 "환자들은 생명의 위협에 내몰리고, 의료기관들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병원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료개혁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은 진료정상화를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또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갈등과 진료공백 해소를 위해 국회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면서 "정당과 국회는 모든 정쟁을 멈추고 6월 내에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을 해소하고 진료 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개월간 보건의료노동자들도 참을만큼 참았고 버틸만큼 버텼다"며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6월 내 의정갈등 해소와 전면적인 진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의사단체가 전향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