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 ‘특검법 추진론’에 국힘, ‘친한 vs 반한’으로 분열하나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자, 나머지 세 후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친한 대 반한’ 구도가 더 명확해지면서 당내 분열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23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는 법리적으로 논리적이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며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을 진행하는 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다.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진행하되, 대법원장 등 정당과 무관한 제 3자에 특별검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다른 세 명의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 출마선언문은 마치 분열과 충돌, 혼란의 예고장처럼 들렸다”며 “한 후보의 특검 수용론,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라고 적었다. 

윤상현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순간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짓밟고 내부전선을 흐트러트리는 교란이자 자충수”라고 직격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야당이 의석수를 갖고 밀어붙이는 특검법이 기정사실화 돼 있는데 이걸 찬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의 민심과 지금의 시점까지 오게 된 과정들을 감안하면 저 정도의 합리적인 대안 제시 없이 이 난국을 종결시키고, 다음 단계로 정치를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순진한 발상 아닌가”라며 맞받아쳤다.

그는 “‘단결해야 된다’는 건 좋은 말씀인데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방법이지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다”라며 “민심과 다른 단결이라는 것이 어떻게 단결일 수 있겠나. 그건 진짜 단결이 아니다. 진짜 단결은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서 낸 해법, 서로 동의한 해법에 대해서 합심해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 여론이 60~70%에 이르는 상황에도 여당이 그동안 ‘채상병 특검법’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온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위원장의 특검법 추진론에 대한 당의 입장에 대해 “당의 입장이 있을 수 있나”라며 특검법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특검법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한 전 비대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분들은 특검 수용론이 내부의 혼란과 분열을 가져오고, 야당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며 결국 국민들께 버림받는 것”이라고 적었다.

김재섭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제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법안을 제대로 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오는 7월 23일 전당대회까지 한 달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한 전 위원장이 던진 ‘채상병 특검법 추진론’이 당내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나머지 세 후보들은 다 반대했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이 ‘수용론’을 내세움에 따라 이제 당내에서 찬성 목소리도 차츰 나올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찬반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세력이 나눠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은 당을 양분하는 게 목표로 보인다. ‘나한테 줄 설 사람은 빨리 확실하게 줄 서’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친한 vs 반한’ 구도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이고, 그렇게 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의원들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에 따라 내부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본인의 정치력으로 용산도 설득하고 당 의원들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당시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고 얘기한 것처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에서 친윤이나 반윤 어느 한 쪽이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정치력으로 분열을 극복해야 당대표가 될 수 있고, 대표가 된 이후에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