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원희룡,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로 '친한 vs 친윤' 세대결.. 나경원·윤상현 "줄 세우기" "당헌·당규위반" 비판

한동훈, 장동혁·박정훈·진종오와 러닝메이트.. 韓 "장동혁 소울 메이트" 원희룡 러닝메이트, 혁신위원장 인요한 합류 당 대표 후보-최고위원 연대.. 이준석 사태 교훈? 현역 의원들도 가세, 친윤 vs 친한 구도 강화 나경원 "아주 나쁜 퇴행적 여의도 사투리" 윤상현 "당 공멸로 가는 전주곡" 與선관위 "전대 러닝메이트, 문제 없다" 내부 공감대…27일 공식 논의

2024-06-27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친윤계와 친한계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친윤계와 친한계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5일 최고위원 후보들이 막판 대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하고 나선 것.

한동훈-원희룡 후보 진영에서 '당대표-최고위원' 러닝메이트 구도가 구축되면서 당권주자들간의 대결을 넘어 '친한 대 친윤'의 계파간 세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해 나경원·윤상현 당대표 후보는 "줄 세우기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견제구를 날렸으나 국민의힘 내부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친윤계와 친한계로의 분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동훈, 장동혁·박정훈·진종오와 러닝메이트.. 韓 "장동혁 소울 메이트"

국민의힘에 따르면 7·23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최고위원에 10명, 청년최고위원에 11명이 입후보하면서 총 21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원희룡·한동훈 후보가 일부 최고위원들과 러닝메이트를 선언하면서 당대표 선거 못지않은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동훈 후보의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는 장동혁(재선)·박정훈(초선) 의원이다. 한 후보의 청년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후보로는 비례대표 초선 진종오 의원이 나선다.

장 의원은 24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이라며 "당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석수가 부족한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의 야당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심'이라는 창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것"이라며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필요하다면 정부와 대통령실에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 힘을 건전한 보수로 변화시키고, 당원이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일, 견제와 균형 속에 여야가 협치하는 의회정치를 복원하는 일, 이 모든 것은 국민의힘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준은 언제나 '국민의 눈높이'"라며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최고'의 '소울메이트'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이 지난 1월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장 의원을 자신의 '소울메이트'라고 칭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진종오 의원도 22일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권유를 수락하며 최고위원 도전 의사를 밝혔다. 1979년생인 진 의원은 지난 2월 한동훈 비대위에서 인재 영입돼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혁신위원장 인요한, 원희룡 러닝메이트 합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당 혁신위원장 출신인 인요한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전당대회에 나선다.

인 의원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내가 혁신위를 할 때 원 전 장관이 찾아와서 위로하고, 험지 출마를 해달라는 내 요구에도 응해줬다"며 "한 달 동안 열심히 뛰어 원 후보가 대표가 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꾸려진 혁신위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은 인 의원은 당시 당 지도부·친윤·중진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촉구했으나 당내 반응이 미진했지만 원 전 장관이 험지 출마를 결단하면서 두 사람간 인연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 의원은 지난 4·10 총선에서도 원 전 장관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 유세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청년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박진호 경기 김포 당협위원장도 원 전 장관과 함께 뛴다.

박 위원장은 2015년 새누리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해 2018년 만 27세에 자유한국당 최연소 당협위원장으로 뽑힌 뒤 김포갑에서 정치 기반을 다져 왔다.

다만 원 전 장관의 또 다른 러닝메이트로 알려졌던 김민전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하며 나경원 의원과 원 전 장관 모두에게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어느 캠프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나 의원은 '최고위에 여성 의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김 의원에게 먼저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장관은 김 의원에게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뛰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후보-최고위원 연대.. 이준석 사태 교훈?

다른 당권 주자인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공식적인 러닝메이트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나 의원은 박홍준·김정식 후보 등 일부 청년최고위원 출마자들을 지원하면서 세를 불리고 있다.

윤상현 의원 캠프에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성수 전 의원이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를 역임한 이완영 전 의원과 최승재 전 의원 등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도 당권 주자들과 연대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특정 당권 주자와 연대 없이 최고위원 후보 출마 의사를 밝힌 원외 인사로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 박용찬(서울 영등포을)·이상규(서울 성북을)·함운경(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 김형대 강남구의장,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등이 있다. 김은희 전 의원, 김소연 변호사, 손주하 서울 중구의원 등은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한다.

이 가운데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소연 변호사는 앞선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시겠다면서 장광설을 늘어놓으셨는데,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은 저뿐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최고위원 후보들과 러닝메이트를 맺는 것은 '당권 흔들기'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위는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포함한 총 9인으로 구성되는데 현행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은 비상 체제로 전환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관계였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7월 해당 조항의 현실화로 직을 잃은 바 있다.

이에 당대표 후보들은 대표 본인을 제외하면 4명의 확실한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셈인데, 일반 최고위원 2명과 청년 최고위원 1명, 통상 대표 몫으로 돌아가는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더하면 요건이 충족된다.

현역 의원들도 가세, 친윤 vs 친한 구도 강화

이번 전대 출마자들간 활발한 합종연횡이 결국 친윤계와 친한계라는 계파 정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각 후보 캠프에는 현역 의원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26일 중앙일보는 17명의 현역 의원이 한 전 위원장 캠프에 보좌인력을 파견했거나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역 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국민의힘 당규 34조로 인해 의원이 보좌진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에서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당시 사무총장 장동혁, 대변인 박정하, 비대위원 한지아 의원 등은 복수의 보좌진을 한 전 위원장 캠프에 파견했다고 한다.

친윤계 배현진 의원도 보좌진을 파견했고, 3선 송석준 의원은 조만간 보좌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 전 위원장이 총선 과정에서 직접 영입했던 초선 김소희·김위상·우재준·유용원·정성국 의원 등도 보좌진을 파견했거나 파견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동훈 비대위 출신의 재선 김예지 의원과 고동진·김상욱·정성국 의원 등 현역 의원 약 30명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원희룡 전 장관은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 전 장관은 26일 한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나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나경원 "아주 나쁜 퇴행적 여의도 사투리" 윤상현 "당 공멸로 가는 전주곡"

나경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한동훈·원희룡 후보가 일부 최고위원들과 러닝메이트를 선언한 것을 두고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나 의원은 27일 KBS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아주 나쁜 전당대회의 모습이고 줄 세우기"라고 비판했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이 기존 정치 문법을 '여의도 사투리'라고 직격했던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최고위원은 대표와 협력 및 견제를 하는 자리"라며 "저렇게 러닝메이트를 한다는 것은 (대표-최고위원 간) 수직적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26일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러닝메이트라고 나온 분들 은 선거법 위반이다. 적절한 조치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안타까운 게 한 전 위원장은 아시다시피 수평적 당정관계를 하겠다 했다"며 "그런데 러닝메이트제가 바로 줄 세우기 정치이다. (한 전 위원장은) 친한계 줄 세우기 정치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후보도 나와서 친윤 줄세우기 러닝메이트를 한다. 당 공멸로 가는 전주곡이라고 생각해 말하는 것"이라며 "친박 비박 보다 10배 더 험난한 관계가 친윤 친한 갈등이 될 것이다. 앞으로 그걸 여러분이 똑똑히 볼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당권주자별로 전현직 의원들이 모여 측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질문에 "저도 많은 분들이 있다. 김무성 총괄 선대위원장,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심부름꾼 역할을 했던 최승재 전 의원, 경북 칠곡의 이완영 의원, 말을 못하지만 과거 친박계 의원들"이라고 답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과 연대 관계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저는 이 당에서 안 의원을 가장 좋아한다. 심성 그리고 소신 두 가지 이유에서 안 의원을 조항한다"며 "안 의원도 저를 좋아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저와 많이 상의한다"고 했다.

與선관위 "전대 러닝메이트, 문제 없다" 내부 공감대…27일 공식 논의

한편,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논란이 된 당대표·최고위원 러닝메이트 방식의 선거 운동과 국회의원 보좌진의 선거캠프 파견 등이 당헌·당규에 위반되는지 검토한 결과 "문제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다만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선관위는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공식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선관위원들이 모여 이에 대해 한 차례 논의를 했다"며 "명백하게 당헌·당규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제기가 있다면 내일(27일) 회의에 공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규 제34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은 현역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타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인 의원의 이같은 직접적인 지지 발언 등은 당규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 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여러 의원들이 공개적, 혹은 물밑으로 각 캠프에 결합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의원들이) 의원실 보좌진을 선거캠프에 파견하는 것은 특정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출마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이 낡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당헌·당규 개정 논의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