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대선 4개월 앞두고 유권자 75% "바이든 교체해야 승리".. 해리스 부통령·미셸 오바마 대안 급부상
토론회 직후 트럼프 47% vs 바이든 41%.. 격차 벌어져 민주당원 진보층 56% "바이든 아닌 다른 후보 나서야 대선 승리" 가상대결, 바이든 43% vs 트럼프 49%.. 해리스 부통령 45% vs 트럼프 47% 미셸 오바마 50% vs 트럼프 39% 민주 하원의원 "린든 존슨처럼 결단해야" 공개 메시지 바이든, 완주 의지 "유권자 이탈 없어.. 언론이 문제 부풀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 이후 날이 갈수록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요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은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론회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차가 벌어진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으며, 미국 유권자의 75%가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답한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토론회 직후 트럼프 47% vs 바이든 41%.. 격차 벌어져
주요 경합주에서 2%p 내외 격차 확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선 첫 TV 토론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 교체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당시 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쉰 목소리에 말을 더듬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에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장 토론회 직후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전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미국 정치연구센터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가 첫 대선후보 TV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등록 유권자 2천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1%)을 6%포인트(p) 차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토론회 전까지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2%p 내였다.
뉴욕타임스(NYT)가 토론회 직전인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조사한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는 트럼프와 바이든은 1%p 차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토론회 직후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 바이든 측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퍽'(Puck)에 따르면 민주당 슈퍼팩 퓨처 포워드의 여론조사 기관인 오픈랩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격차는 경합주 전체적으로 2%p가량 더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 위스콘신에서는 4.2%p(이하 토론 전과 후의 격차 증가 폭, 1.9%p 증가) ▲ 미시간 6.9%p(1.8%p 증가) ▲ 펜실베이니아 7.3%p(2.2%p 증가) ▲ 네바다 8.8%p(1.9%p 증가) ▲ 애리조나 9.7%p(2.1%p 증가) ▲ 조지아 10.1%p(2.2%p 증가) ▲ 노스캐롤라이나 10.6%p(2.1%p 증가)가 각각 뒤졌다.
민주당원 진보층 56% "바이든 아닌 다른 후보 나서야 대선 승리"
가상대결, 바이든 43% vs 트럼프 49%.. 해리스 부통령 45% vs 트럼프 47%
미셸 오바마 50% vs 트럼프 39%
이번 TV토론으로 '바이든으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후보 교체 여론도 급증하고 있다.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토론 이후인 지난달 28~30일 유권자 1천2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민주당이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주당원과 진보 성향 무소속 유권자의 56%가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를 세워야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했다.
지난 1월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내세우는 것이 경쟁력 높다는 답변이 전체의 53%로 절반을 넘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내세우는 게 승리 확률이 높다는 답변은 43%에 불과했다.
특히,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자 대결시 두 후보는 각각 43%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대결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 해리스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오차범위(±3.5%) 내 박빙 구도였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이 우리의 후보"라며 후보 교체론에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꾸준히 민주당의 대안 후보로 제기돼 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을 경우, 오바마 여사가 50%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미국인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셸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50%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1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다만 미셸 여사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셸 여사 측은 지난 3월 NBC뉴스에 "수년 간 여러 번 밝혔듯이 오바마 여사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셸 여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재선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민주 하원의원 "린든 존슨처럼 결단해야" 공개 메시지
민주당 소속 15선 하원의원인 로이드 도겟 의원(텍사스)은 2일 성명을 내고 36대 대통령(1963년 11월∼1969년 1월 재임)인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이드 도겟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첫 TV 토론에서 "자신의 많은 업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라는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것은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룬 모든 업적에 대한 나의 존경심도 약화하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그가 고통스럽고 어려운 하차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 하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때 린든 존슨(36대 대통령)이 대표했던 의회 지역구의 심장부(텍사스 제10선거구)를 대표한다"며 "그(존슨)는 매우 다른 상황에서 사퇴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익명 보도를 전제로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기부자,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근 등 20여 명에 물은 결과, 이들 중 다수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판단을 굳혔다고 2일 보도했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 결정을 이번 주에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완주 의지 "유권자 이탈 없어.. 언론이 문제 부풀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2일 워싱턴 D.C.인근 버지니아주 매클린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첫 대선 TV 토론을 잘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뒤 토론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잇달아 간 것이 "그다지 현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와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TV 토론 직전 두어 차례 (출장차) 세계를 다니기로 결정했다"며 "나는 참모들의 말을 듣지 않았고, 나는 토론 때 무대에서 거의 잠이 들 뻔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토론에서 보인 모습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도 자체 조사에서 토론 후 지지율 변화가 없다면서 일각의 대선 후보 교체론에 대한 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젠 오말리 딜런 대선캠프 의장은 1일 지지자들과 화상회의에서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이나 우리가 원했던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건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캠프 여론조사 담당인 몰리 머피는 이 자리에서 "유권자들은 토론을 보고 이를 받아들였으나 마음을 바꾸지는 않았다"면서 여론 조사상 유권자 이탈이 관측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관련, 대선캠프 부매니저 쿠엔틴 포크스는 "언론이 지나치게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이는 토론 자체보다는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TV토론 논란 진화에 나섰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 건강에 대한 투명한 연례 보고서를 이미 내놨다"며 "더 이상의 인지력 테스트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그날은 나쁜 밤이었을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