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시진핑·푸틴, 한달 만에 재회 "양국 관계, 역사상 최고".. 反 서방 공조 강화

푸틴 "존경하는 국가주석님, 소중한 친구".. 시진핑 "오랜 친구" 화답 시진핑 "러 없는 종전협상 무의미" 푸틴 "외부 세력 남중국해 문제 개입 반대" 북러,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 중국도 사실상 지지 9월 나토회의서 한미일 정상 대면.. 우크라 무기 지원 발표될까? SCO정상회의, '反서방' 기류.. 시진핑 "외부간섭 저항" 푸틴 "루블화 결제 시스템 구축" 공동 선언문에 '가자휴전 촉구' 담아.. 벨라루스 합류로 10개국

2024-07-05     김승훈 기자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달 반 만에 다시 만나 양국간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지난 한달 여 동안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남을 이어가면서 북중러 3국의 밀착이 어느 때보다 끈끈해 지는 모습이다.

한편,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는 강력한 反서방 기류가 확인된 가운데 회원국이 기존 9개국에서 10개국으로 늘어났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가 해체되고 다각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푸틴 "존경하는 국가주석님, 소중한 친구".. 시진핑 "오랜 친구" 화답

연합뉴스와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두 정상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만났다. 양 정상은 지난 5월 16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약 한달 반만에 재회한 것이다.

이날 정상회담은 약 50분간 이어졌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혼란스러운 국제 형세와 외부 환경을 맞이해 양국은 대를 이은 우호의 초심을 계속 견지하고 중러 관계의 독특한 가치를 끊임없이 보존하며 양국 협력의 내생적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양국의 정당한 권익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 수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푸틴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중국 국빈 방문을 했고 중러 수교 75주년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시점에 우리는 함께 양국 관계의 다음 단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획과 조치를 했다"고 자평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에 공개된 두 정상의 모두발언 전문을 보면 이날도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존경하는 국가주석님, 소중한 친구"라고 부르고,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칭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와 전략적 상호 작용을 하는 러·중 관계는 역사상 최고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양국의 관계는) 평등, 상호이익, 상호 주권 존중의 원칙을 바탕으로 구축됐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이 2030년까지의 경제협력 계획을 일관되게 이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상호 교역의 역학관계도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의 협력은 누군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어떤 블록이나 동맹을 만들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단순히 우리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러 없는 종전협상 무의미" 푸틴 "외부 세력 남중국해 문제 개입 반대"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 정상은 러시아의 참여가 없는 어떤 형식의 평화 회의도 무용지물이라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시종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평화를 설득, 대화를 촉진하는 자세를 견지해왔다"며 "우크라이나 위기 등 지역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이끌기 위해 계속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러시아는 중국이 자신의 핵심 이익과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을 지지하고, 외부 세력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핵심적 이익 유지를 지지하며 중국의 내정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개입에 반대한다"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러는 전면적 전략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외부 간섭에 반대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지켜야 한다"라고 주창했다.

북러,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 중국도 사실상 지지

9월 나토회의서 한미일 정상 대면.. 우크라 무기 지원 발표될까?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은 사실상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중국이 불편해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더 끈끈한 모습을 보이며 '북중러 3각 밀착'이 더욱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오는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대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식 확정되진 않았지만 나토 무대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다면 3국은 북러 밀착에 따라 고조된 한반도 정세 위협에 대해 더욱 강한 톤으로 더욱 강한 대응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러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러시아의 강한 반발로 인해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SCO정상회의, '反서방' 기류…시진핑 "외부간섭 저항" 푸틴 "루블화 결제 시스템 구축"

공동 선언문에 '가자휴전 촉구' 담아.. 벨라루스 합류로 10개국

SCO 정상회의는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이란, 인도 등 정회원 9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이다.

이들 국가들의 면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SCO는 미국 등 서방에 맞서 신냉전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반서방' 국제기구로 여겨진다.

이번 회의에서도 각국 정상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고립 전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저항'(抵制·저제)이라는 단어를 동원하며 회원국 간 단결을 강하게 촉구했다.

미국 등 구체적인 국가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서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연설에서 "SCO 회원국들이 간섭과 분열이라는 현실적 도전에 맞서 더욱 단결하고 외부 간섭에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면서 "냉전적 사고방식이 SCO 회원국들에게는 실질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취동화이(聚同化異·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바꾸는 것) 정신으로 난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 세계정세에 대해 "한 세기 만에 전례 없는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SCO가 역사와 공정, 정의의 관점에서 올바른 편에 서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라는 현실적 리스크를 맞아 우리는 발전 권리를 수호해야 한다"는 말을 통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폐막 연설에서 "특정 국가에만 일방적인 이점을 제공했던 낡은 유럽 중심주의 및 유럽·대서양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유라시아의 협력, 안보, 개발 구조"를 강조했다.

이어 "다극 세계가 현실이 됐다"며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공정한 세계 질서를 지지하고 자국의 법적 권리와 전통적 가치를 적극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CO 회원국 간 무역에서 달러 대신 루블화 사용이 증가했다며 루블화 중심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으로부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됐다. 이로 인해 국제 무역에서 달러를 통한 결제가 어려워졌고, 러시아 외환보유고 내 3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동결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2015년부터 옵서버 국가로 참여했던 벨라루스가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 SCO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어났다.

2001년 6월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6개국으로 출발한 SCO가 인도, 파키스탄, 이란에 이어 이번에 러시아 동맹인 벨라루스를 받아들여 세를 불린 것이다.

회원국들은 이날 공동 선언문을 내고 익명의 국가와 지역 동맹에 의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일방적이고 제한 없는 구축'을 비판했다. 다분히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겨냥한 문구다. 회원국들은 또한 가자지구에서의 '완전하고 지속 가능한 휴전'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포괄적이고 정당한 해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