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盧 사위 곽상언, 원내부대표 사퇴 '검사 탄핵 기권' 후폭풍.. 강고한 친명당의 벽
곽 의원, 검사 탄핵 표결 기권표 "당론인지 몰랐다".. 파장 커지자 사퇴 강성 당원, 규탄집회.. "부엉이바위 곱씹으로" 극언까지 나와 이재명 "검사들 내란시도 행위.. 탄핵으로 책임 물어야" 與 "지금 DJ·盧가 와도 친명 당원 등쌀에 못 이겨"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故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원내부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민주당이 당론 추진한 검사 4명의 탄핵소추안 가운데 1명에 대해 기권표를 던진 것이 발단이 되면서다.
일부 친명 당원들은 곽 의원에게 '부엉이바위'를 운운하는 막말을 일삼는 등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이 쏟아졌으며 친명계 인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버틸 수 없었다. 이에 당내에서도 다양성 실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곽 의원이 원내부대표직에서 물러난 시점도 묘하다.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오전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검찰을 향해 "내란 시도 행위"라고 말하고 한나절이 되지 않아 사퇴한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금 민주당을 보면 고(故) 김대중·노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친명 당원의 등쌀에 못 이겨 쫓겨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곽 의원, 검사 탄핵 표결 기권표 "당론인지 몰랐다".. 파장 커지자 사퇴
강성 당원, 규탄집회.. "부엉이바위 곱씹으로" 극언까지 나와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10일 원내부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이 본의 아니게 물의 빚은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원내부대표단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곽 의원이 당론 채택 여부를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을 뿐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와 당에 대한 충정이 확고함을 확인했다"며 "당론에서 벗어난 행위에 대해 사퇴 의사를 참작해 (당내 징계 없이) 주의 조치 했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 표결에 대해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한 의혹이 있으며 2019년 음주 후 공용물을 손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곽 의원이 기권표를 던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이재명 전 대표의 팬카페와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거나 징계와 탈당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이재명 전 대표 팬카페에는 곽 의원을 겨냥해 "장인께서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가셨는지 곱씹으며 의원 활동을 하라"는 극언에 가까운 글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일부 강성 지지층들은 곽 의원의 지역사무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강경 친명 인사도 가세했다. 이 전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지호 부대변인은 6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활동을 거론하며 "아무리 억울하다고 이야기해도 동지들조차 뭔가 있으니 검찰이 수사하는 게 아니겠냐는 냉소적 시각과 무관심이 가장 힘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진술 조작에 의한 날조된 사건이라 확신한다"며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없는 죄를 만들어 모함하는 것은 악질적인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을 향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와 진술 조작 범죄 의혹이 있는 당사자의 탄핵안에 대한 현명한 판단 부탁드린다"고 날을 세웠다.
파장이 확산하자 곽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제안 설명만 듣고 탄핵 찬반을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박찬대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곽 의원은 9일 만나 원내부대표 사퇴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곽 의원 측 관계자는 "곽 의원이 당의 고민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논란이 더 확산되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 자진사퇴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두관 "다양성 실종.. 대단히 문제 많아".. 일극체제 비판 목소리도
당내에서는 곽 의원의 당직 사퇴와 지도부의 주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두관 전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곽 의원의 선택 또한 존중해야 한다"며 "당을 떠나라고 공격이 자행되는 이런 작금의 모습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이어오고 있고, 국민의힘과 우리 당이 다른 것이 다양성과 역동성"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다양성이 실종된 상태다. 반대 의견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은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렸다'고 규정하고 '수박 논쟁'을 하는 것이 홍위병들 같은 느낌이 들고 우리 당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양성과 역동성이 우리 당의 생명인데 다양성을 부정하고 어떻게 다수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서 수권정당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당론을 어기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경우에는 당 지도부가 보호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지도부가 권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헌법기관으로서 소신을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10일 곽상언 의원에게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성당원이나 일부 당원의 주장이 약간 오해가 있다"며 "(탄핵소추 의결을 기권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당원들이 국회 전체 과정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의원은 탄핵 사유에 대해 명확한 판단 근거가 부족했고, 법사위에서 조사 근거가 나오고 이후에 (본회의에 상정되면) 찬성 의결하겠다고 말했다"며 "물론 당론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원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의해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부상한 '이재명 일극체제' 논란에 대해 '다양성을 고려한 당직 인선'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았다.
이어 "지난 총선이 윤석열 정권 심판의 결과라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이 전 대표나 민주당이 퍽이나 잘해서 (총선 압승이)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표가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그런 인적 구성들, 당 시스템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검사들 내란시도 행위.. 탄핵으로 책임 물어야"
與 "지금 DJ·盧가 와도 친명 당원 등쌀에 못 이겨"
곽 의원의 사퇴 시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이재명 전 대표가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검찰이 권력 자체가 돼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니까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조금이나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바로 탄핵"이라며 '검사 탄핵'의 당위성을 주장한 후 한나절 만에 사퇴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당 대표의 뜻에 어긋난 것에 대한 문책성 사퇴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비상대책회의에서 "곽 의원이 박상용 검사 탄핵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부에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권하자, 친명 당원들이 노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비난했다"며 "지금 민주당을 보면 고(故) 김대중·노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친명 당원의 등쌀에 못 이겨 쫓겨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