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대 TK 합동연설회] '보수심장 TK' 박정희·박근혜 정서 호소..'朴탄핵 공세...韓, 朴에 죄송' (종합)

한동훈 "TK의 위대한 애국심…따뜻하게 맞아준 박근혜의 큰 마음 갖고 정치할 것" 韓, 합동연설회 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 참석..."박근혜에게 대단히 죄송하고 미안". 원희룡 "박근혜 탄핵으로 많은 고통, 누군가는 인생 화양연화였지만 우리는 지옥" 나경원 "당무개입·국정농단 금기어 쓰는 후보 있어…용산 맹종하는 후보도 안돼" 윤상현 "괴멸적 총선 참패 겪었는데도 패배 책임 묻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없어" 김은희 청년최고위원 후보 "러닝메이트는 호위무사 되려는 것" 진종오·한동훈 비판

2024-07-12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원희룡·윤상현·나경원 당 대표 후보.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자폭 전당대회'라는 오명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나선 당대표 경선 후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정서를 건드리며 당원들에게 표심을 호소했다.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등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들은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오후 2시 부터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수사를 담당했던 한동훈 후보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집중 공세를 펴며, 한 후보의 '보수정체성''반TK정서'를 부각시키려 했다. 

이날은 최다 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TK당심'에 호소하는 날이어서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모습을 보였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 핵심 지지지역이다. 특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의결한 선거인단 명부에 따르면, TK지역은 전체의 20.6%에 달한다. 영남권 선거인단이 전체 40.3%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인구가 더 많은 PK지역보다 비중이 더 높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심이 80% 적용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TK지역 공략이 당 대표 선거 승리의 분수령인 셈이다.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당대표 경선 후보의 순서로 진행된 합동연설회는 서로를 향해 비방전을 벌인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에게 선거관리위원회가 '경고 메시지'를 날린 때문인지 최근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 문자 묵살'이나 '사천 논란'에 대해서는 애써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전날(11일) TV토론에서 보였던 '오물''노상방뇨' 등 도 넘은 막말 논쟁에 대해 국민의힘 선관위가 원희룡, 한동훈 두 후보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당 선관위가 네거티브 비방, 폭로, 흑색선전, 과열 선거로 점철되는 선거 양상에 원, 한 두 후보에게 당헌당규 위반을 들어 '주의 및 시정명령'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합동연설회] 韓 "박정희, 중화학공업 위대한 결단, 박근혜 따뜻"...元 "누구는 화양연화? 우리는 지옥"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은 TK 특성답게 박정희·박근혜 정서를 집중 공략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가장 먼저 당대표 정견 발표에 나선 한동훈 후보는 "중화학공업 발전이라는 위대한 결단을 한 박정희 대통령과 기라성 같은 대구·경북 정치인들의 뚝심을 존중한다"며 "대구·경북 시민의 위대한 애국심이 이 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또 한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뵈었는데 너무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했다"며 "나도 그런 큰 마음을 갖고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한동훈 후보는 원희룡 후보를 정면 비판하는 내용을 수정했다. 당초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에는 "원희룡의 정치는 청산해야 할 구태정치다. 쌍팔년도식 색깔론과 더러운 인신공격, 한방에 날려주자"는 내용이 들어있었지만 실제 현장 연설에서는 빠졌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전당대회가 더 거칠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의 '박근혜 탄핵 수사'를 언급하며 민감한 TK 정서를 건드렸다.

원 후보는 "국민께서 탄핵을 막으라고 108석을 주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탄핵 열차는 벌써 출뱔했는데 바보같이 아직도 채상병 특검을 받아야 한다. 채상병 특검법이 뭔가.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 아닌가"며 "집권 여당은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순간 모두 망한다. 박 전 대통령과 당 대표가 충돌하다가 탄핵으로 우리 모두 망해봤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또 원 후보는 "박근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가.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는지 몰라도 우리 모두 지옥을 겪었다"며 "당시 보수 인사들을 천명 넘게 잡아들였다. 다시는, 탄핵은,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동훈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 "나의 검사 인생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권 초반기 박근혜 정부 수사들일 것"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라며 영화 '대부'의 대사를 인용해 한 후보를 공격하며 "이번에 뽑히는 당대표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내가 온몸을 던져 거대야당의 탄핵으로부터 당과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하고 우파가 분열될 때 여러분과 누가 울어줬느냐. 윤상현 아니냐"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켜 과거 보수 대통령이 올바른 평가를 받도록 나서겠다"며 "당 지도부를 영남에 국한 시키지 말고 수도권에 진격하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전날 TV토론회에서는 "여자 대통령을 수갑을 채워서 30년 구형을 하고 1185억 추징금을 때리고 너무했다"며 "박 전 대통령 만났을 때 사과라도 개인적으로 하셨나"라고 한 후보에게 따져물었다.

[아시아포럼21 토론회] 한동훈 "박근혜 탄핵 수사...박근혜에게 죄송하고 미안"

힌편, 한동훈 후보는 합동연설회에 앞서 이날 오전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참석, TK언론인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탄핵수사'가 핵심 이슈였다. 

한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특검 수사와 관련해 "제가 검사 재직하면서 했던 임무는 검사로써 (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보수 입장에서 탄핵과 그 이후 사태, 상황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 점에 있어서 박근헤 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굉장히 고초를 겪으셨다"말했다. 

이어 "그게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제가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고개를 숙여 TK 정서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후보는 22대총선 당시 비대위원장 시절인 지난 3월26일 박 전 대통령 예방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에 박 대통령님을 청해서 뵈었던 적이 있다. 그때 정말 반겨 주셨고, 저를 많이 걱정해 주셨다"며 "그 당시 제가 손에 뭐 테이프 막 붙이고 많이 다치고 이럴 때였다. 그때 어떻게 치료를 해야 되고, 차 안에서는 김밥을 어떻게 먹어야 되고, 과거에 본인께서 하셨던 당신께서 하셨던 그 경험들을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많이 걱정해 주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관위가 한동훈, 원희룡 후보에 대한 주의·시정명령에 대해 한 후보는 "선관위 판단은 기계적 균형에 맞춘 것 같다"며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면 그냥 다 경고하나"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후보는 "제가 (원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전혀 없지 않느냐"며 "선관위가 양비론으로 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대선 출마' 의지도 밝혔다. 그는 '당대표 선출 후 대선출마'에 대한 질문에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만약 저라면 (당 대표 사퇴하고) 제가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경북의 지지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우리가 3년 후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를 갖는 것이 우리 지지층의 강렬한 열망이다. 그것(대선후보)가 저라고 한다면 제가 나간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원희룡 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합동연설회] 나경원 "전당대회 패싸움 심해"…윤상현 "박정희 정신으로 수도권 진격"

합동연설회에서 나경원 후보는 설전을 벌이고 있는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전당대회에서 패싸움이 너무 심하다고 말한 나경원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획책하고 있어 탄핵을 막겠다고 했더니 어떤 후보가 공포 마케팅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한가한 소리를 하니까 총선에서 패한 것"이라며 "자기가 살자고 당무개입, 국정농단 같은 금기어를 함부로 쓰는 후보가 있다. 그런 후보가 당선되면 당정파탄이 난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연설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할 때 형사 기소된 것이 당무개입, 국정농단 이다. 그걸 검사로서 기소한 사람이 위험성을 알면서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당과 정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며 "윤 대통령에게 (당무개입이라는 건)협박성 발언이 아닌가.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또 나 후보는 "국민들이 제일 답답해하는 것이 왜 이재명 대표 구속이 안됐나. (체포동의안을) 장황하게 읽으셨고 피의사실 공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는데 왜 기각됐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같은 당에서 장황하다고 말하니 당황스럽다"며 "영장은 사법부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나 후보는 "용산에 맹종하는 후보도 안 된다"며 원희룡 후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윤상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회복시키고 과거 역사에서 우리 보수 대통령의 올바른 평가를 받게끔 나서겠다"며 "무에서 유를 만든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박정희 정신을 가지고 수도권으로 진격하자"고 말했다. 

윤 후보는 연설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자 논란이나 사천 논란은 총선 백서가 발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총선 백서 발간을 촉구, 한동훈 후보를 견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은희 "2개월 뒤면 중년 되는 후보가 특정 후보 러닝메이트로 청년최고위원 도전"

그동안 상대적으로 경쟁 후보에 대한 비판이 거의 없었던 청년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스포츠인 출신인 김은희 후보와 진종오 후보 사이에 물밑 신경전이 있었다.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과거 코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스포츠계 미투'에 불을 당겼던 김은희 후보는 "1인 캠프로 모두 나 혼자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떤 후보는 예비 경선부터 러닝메이트를 표방하며 줄을 서고 있다"며 "스포츠 선수 출신으로서 스포츠맨십에 비춰봐도 편파적이고 비매너"라고 지적했다.

또 김은희 후보는 "어떤 이익이 있어 러닝메이트로서 줄을 섰을까 궁금하다. 두려웠다면 겁쟁이고 이익을 위했다면 명백한 사적 이익"이라며 "2개월 뒤면 중년이 되는 후보가 청년최고위원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다. 청년최고위원으로서 당 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하겠다는 것은 나중에 당 대표 지시에 따로고 호위하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감히 당 대표 지시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개월 뒤에 중년이 되는 후보는 1979년 9월생으로 2개월 뒤 만 45세를 맞는 진종오 후보다. 

김은희 후보의 진종오 후보 저격은 청년최고위원 경쟁 후보는 물론 진종오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뛰는 한동훈 후보를 한꺼번에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진종오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김은희 후보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윤상현 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주말을 맞이한 가운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일정은 다음주 바쁘게 돌아간다.

오는 15일에는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대전·세종·충남북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오는 17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가 예정되어 있다.

또 당대표 방송토론회도 네 차례 더 예정되어 있다. 오는 16일 채널A, 17일 CBS 라디오, 18일 KBS, 19일 SBS의 순서대로 방송토론회가 진행된다. 

오는 16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청년최고위원과 최고위원 방송토론회가 열린다. 청년최고위원과 최고위원 토론회는 유튜브 국민의힘TV를 통해 방송된다.

오는 19일과 20일에는 선거인단 모바일투표, 21일과 22일에는 모바일투표를 하지 않은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ARS 투표가 진행된다. 21일과 22일에는 일반국민 여론조사도 함께 진행된다. 오는 23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전당대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