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원희룡과 단일화' 카드 꺼낸 나경원, 非韓 후보 하나로 뭉치는 발판 만들까

나경원, SNS 통해 원희룡과 단일화 요구 "물러나고 지지해달라" "단일화는 계파정치이자 줄세우기"라고 했던 기존 입장 벗어나 원희룡측 일축…여론조사 2위 싸움 치열. 받아들일 가능성 없어 나경원, 대권 욕심 드러낸 한동훈 향해 "한재명 될건가" 맹비난 상향식 공천도입 주장한 원희룡 향해서는 "내 공약과 맞아" 찬성

2024-07-14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가 13일 밀양·의령·함안·창녕 당협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동훈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지만 2위 싸움도 만만치 않다. 한동훈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다면 2위를 차지할 경우 결선으로 가서 역전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다. 

급기야 나경원 후보가 함께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원희룡 후보에 단일화를 요구했다. 물론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13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창원 성산 당원협의회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생각이 비슷하다면 거친 싸움을 하는 것보다 (어느 한쪽이) 사퇴하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며 "자연스럽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를 향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나경원 후보는 "사실상 (원희룡 후보) 지지율이 많이 빠지는 추이로 보기 때문에 원 후보가 나를 지지해주지 않을까 본다"라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가 단일화 카드를 꺼낸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지만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8.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훈 후보가 27%로 앞서고 있는 가운데 나경원 후보 10%, 원희룡 후보 7%, 윤상현 후보 2%로 조사됐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55%로 과반을 기록했고 나경원 후보(12%), 원희룡 후보(10%), 윤상현 후보(1%)가 뒤를 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동통신 2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1.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도 한동훈 후보가 36%로 가장 앞섰고 나경원 후보(17%), 원희룡 후보(10%), 윤상현 후보(7%)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57%로 역시 과반이었고 나경원 후보(18%), 원희룡 후보(15%), 윤상현 후보(3%)의 순서였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결심하지 않은 부동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두 설문조사 모두 20% 이상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남은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동안 20% 이상의 지지를 누가 가져갈지가 관건이다. 만약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한다면 윤상현 후보 역시 마음을 접을 가능성이 높아 한동훈 후보를 견제하는 표를 모두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가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에 전격적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단 나경원과 원희룡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 이내에서 2, 3위가 갈렸기 때문에 사실상 누가 2위로 한동훈 후보의 마지막 대항마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만큼 나경원 후보가 조사에서 앞선다고 하더라도 원희룡 후보가 이를 양보할 명분은 없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원희룡·윤상현·나경원 당 대표 후보.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원희룡 비판 자제하고 한동훈 몰아세워

나경원 후보는 원희룡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한동훈 후보 맹공에 나서기 시작했다. 원희룡 후보에 대해서는 오히려 추켜세우고 맞장구를 치는 모습이다.

나경원 후보는 14일 자신의 SNS을 통해 원희룡 후보가 주장한 상향식 공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보냈다. 상향식 공천 도입 주장은 한동훈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사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원희룡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원희룡 후보가 말한 상향식 공천 도입은 나 역시 2008년부터 주장해온 정치개혁 트레이드 마크 공약이다. 상향식 공천의 핵심은 공정한 평가와 당원과 국민 공천권 보장"이라며 "객관 평가 지표를 만들어 더이상 밀실공천, 계파공천이 없도록 하겠다. 아울러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 당원과 국민이 직접 후보를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나 후보는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지난 총선에서 있었던 불공정 공천은 사라질 것"이라며 "지역 당협위원장 앞에서 대놓고 특정 후보 공천하겠다고 했던 '김경율 사천' 논란도, 지역에서 열심히 밑바닥 다진 당협위원장 몰아내고 유력 인사 공천한 '원희룡 공천도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불과 2, 3주 전 단일화나 연대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던 나경원 후보가 단일화 카드를 꺼낸 것도 의미심장하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달 27일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를 통해 "선거가 시작하기도 전에 무슨 연대와 단일화 얘기를 하느냐. 지금 그 이야기를 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났던 원희룡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나경원 후보측은 지난 4일에도 단일화를 언급한 인요한 최고위원 후보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시 김예령 나경원 캠프 수석대변인은 "사전 논의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단일화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언급하는 행태 자체가 바로 줄세우기이자 계파정치"라며 "전당대회는 모든 당원을 이끌 리더를 선출하는 행사로서 당을 분열하는 과정과 결과를 두고 볼 수 없다. 당이 바로서려면 '선의 경쟁'을 필두로 한 공정한 선거가 필수적이며 계파정치는 절대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는 연일 SNS을 통해 한동훈 후보를 때리고 있다. 일단 14일에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당 대표가 될 경우 대선에 나가겠다는 욕심을 버릴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나 후보는 "지금 꿈같은 소리 하면서 넘어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정하게 룰을 지키면 꿈이지만 이기적으로 반칙을 하면 탐욕이 되는 것"이라며 "1년짜리 당 대표는 우리에게 악몽같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 후보는 "당의 근본적인 개혁에 1년은 턱없이 모자르다. 한동훈 후보에게 1년은 더더욱 짧을 것"이라며 "비대위, 또 전당대회, 당원과 국민이 정말 지겨워한다. 2년 임기 당대표를 1년만에 내팽개치고 본인의 그 꿈만 쫓아가겠다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하다. 개인을 위해 당을 혼란에 빠트리는 이기적인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된다면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9월 사퇴하실 것인지에 대해 한동훈 후보가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한다.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 벌써부터 내년을 생각하기엔 이르다, 어떻게 Yes or No로 모든 걸 답할 수 있느냐'는 등의 모호한 답으로 뭉개지 말고 정확한 답을 달라". 답이 없다면 결국 '이재명을 따라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13일 SNS에서도 "한동훈 후보는 지금 ‘이재명 따라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동훈 후보가 아주 분명하게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며 그 꿈을 존중하지만 당 대표 후보라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당권과 대권,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 대권주자가 당권까지 차지하겠다는 건 과욕이다. ‘이재명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으로 밖엔 볼 수 없으며 국민의힘을 민주당처럼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 후보는 "만에 하나라도 대표직 사퇴마저 거부한다면 한동훈 후보는 그때부터 완벽하게 ‘한재명’이 된다. 당헌당규까지 바꿔치기해서 ‘임기 연장의 꿈’을 강행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권주자 당 대표가 되고자 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라는 명분으로 각 세우고 충돌하고 들이 받을 수밖에 없어 위험하다. 대선의 꿈이 있다면 당 대표직은 맡지 않는 것이 상식이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