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동훈 운명 가를 15일…反韓 플레이북 누가 썼을까?
국힘 당대표 선거 구도, 친윤 vs 친한 ‘뚜렷' 문자 ‘읽씹', 배신자, 사천, 댓글팀 등 연일 한동훈 맹공 최대 유효타는 총선 백서 발간…15일 비대위 발간 시점 확정 한이 문자 ‘읽씹’해서 총선 패배 → 윤리위 회부 및 징계처분으로 낙마 한이 당대 되어도 3일만에 끌어내린다 ‘김옥균 프로젝트' 플레이북(작전계획) 기획할 능력, 경험자는 ‘찐윤’뿐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15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운명을 가를 변곡점이 생기는 날이다. 이날 국민의힘 비대위가 4.10 총선 백서의 발간 시점을 확정한다. 백서를 전당대회 선거인단 모바일투표를 시작하는 19일 이전에 내느냐, 이후에 내느냐가 쟁점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발간 시점을 국민의힘 비대위에 위임했다. 비대위가 15일 백서 발간 일정을 확정한다.
백서 내용은 이미 완성돼 있다. 인쇄기만 돌리면 된다. 총선 백서 내용이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인쇄일’이다. 백서가 나온 시점부터 국민의힘에서 ‘공식적으로' 22대 총선 참패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일 수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단 얘기다.
총선 백서로 한동훈 흔드는 3가지 방법
백서에는 이른바 ‘김 여사 문자 읽씹'도 포함될 전망이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하겠다고 한 전 위원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 위원장이 이를 읽고도 무시했고, 그로 인해 민심이 돌아서 총선에 참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백서가 나오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총선책임론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총선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당 윤리위원회에 한 전 위원장을 회부할 수 있다. 1주일도 안남은 전대 전까지 윤리위에서 징계처분을 내리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겠지만, 전대 후라도 징계를 내릴 수 있어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낙마할 여지는 남는다.
이럴 경우 3가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첫째, 국민의힘 당론이 한에게 총선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쏠리면, 당대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쳐 한이 낙선할 수 있다. 둘째, 한이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당의 징계 수위에 따라 당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 셋째, 한이 당대표는 하되 친윤계가 징계권으로 두고두고 당 대표를 쥐고 흔들 수 있다.
‘김옥균 프로젝트'라는 플래이북(작전계획)이 있다고 한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가 되어도 김옥균의 3일 천하처럼 몇일 안돼 곧바로 낙마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현 시점 여론조사를 보면, 당대표 후보 4명 중 한의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다. ‘김옥균 프로젝트’까지 회자되는 건, 반드시 당대표 한동훈을 막거나, 힘을 빼놔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세력이 있단 방증이다.
플레이북을 짜는 쪽은 누구일까? 한이 당권을 틀어쥐고 다가올 지방선거와 대선을 관장하게 되면, 권력을 잃거나 쪼그라드는 쪽일 공산이 크다. 이런 이들이 각본을 짜고 정보를 수집하고, 프레임을 만들고, 여론을 형성해 사활을 걸고 한동훈 후보를 낙마시키거나,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상투를 쥐고 흔들 강력한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낙마 플레이북 '김옥균 프로젝트' 누가 짰을까?
현재 당권 레이스 중에 한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이 세 후보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 선거에서는 본인의 득표를 위해 무슨 발언이든 해야만 하는 입장이니 한 전 위원장도 이해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현재 상황 실질적인 대결 구도는 후보들 대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지율 열세인 각 후보 캠프가 빅피처를 준비하거나 운영할 여력도 없다.
용산일까? 전대 구도가 친윤 대 친한이니 표면적으로는 용산의 작품처럼 비친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한을 저격하거나 전당대회에 개입한 근거는 없다. 어설픈 공작으로 한동훈계 의원 8명 이상의 반발을 사면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용산이 정무적으로 그렇게 위험한 수를 둘 처지가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다. 용산은 아니다.
김 여사일까? 문자 ‘읽씹' 내용이 거의 완전히 공개됐다. 김 여사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내용이 공개될 리 만무하다. 문자 사건 이외에도 김 여사가 정무에 관여하고 정치인 등과 교류한 정황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한 후보에 대한 연타 공격 양상을 보면 상당히 노회하고 조직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여사 측은 기획자라기 보다 소스에 가깝다.
잠행하고 있는 ‘찐윤'일까? 대선 직후 윤석열 정부를 입안하며 권력을 틀어 쥐었다가 총선 전 정계 2선으로 물러난 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등이 유력하다. 당내외 정보에 밝고, 당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용산과 당, 양쪽에 영향력이 있고 빅픽처를 그려본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한이 당 대표가 되면 완전히 정리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력이다.
‘찐윤'이 플래이북을 짰다면, 배신자 프레임, 사천 논란, 댓글팀 운용, 읽씹 문자, 총선 백서 발간 정도로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연이은 공격에도 한동훈 후보에 대한 당내외 지지는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가 될 수도 있다. 노회한 ‘찐윤'이라면 한 후보 당선 이후 대안을 마련했을 법하다.
그럼에도 한동훈 당대표가 되었다면?
먼저 ‘한동훈 특검법'을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한이 당대표가 된다해도 당 운영 방식이나 인사 내용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여야 협치의 명목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통과시켜 줄 수 있다. 당 대표가 특검에 불려다녀 사법리스크가 커진다는 명목으로 당 대표나 대선 후보에서 낙마시킬 수 있다.
또 하나, 한이 당대표가 되어 국민의힘이 조기에 갈등을 봉합하고, 대통령 탄핵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당내 결속을 이뤄냈다고 치자. 당권이 완전히 한에게 넘어가 버린다면,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고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카드는 ‘개헌'이다. 어차피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 임기 1년을 단축하고 국회에 총리 임명권을 줘 내각제 요소를 살리는 등의 개헌안을 내는 것이다. 모든 정치 이슈는 개헌으로 빨려 들어가고 여야는 대타협을 명분으로 정쟁을 그칠 수 있고, 대통령과 영부인은 정치보복이나 수사에서 벗어나 개헌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한동훈 대 ‘찐윤’의 운명이 15일 변곡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