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대 충청 합동연설회] "한동훈 배신자" 고성에 육탄전까지...결국 갈등 폭발, 난장판 된 국힘 전대

원희룡, 충청권 합동연설회서 '드루킹' 언급하며 한동훈 원색비난 한동훈 연설 도중 "배신자" 외치며 의자 던지려는 청중까지 나와 서병수 선관위원장 인사말 때는 한동훈 지지자 고성에 자제 요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동훈 살해 협박 게시물…충북경찰청 수사

2024-07-15     박상현 기자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당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고 끝내 갈등이 폭발했다.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를 향해 폭언을 하는가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동훈 후보를 살해하겠다는 협박글까지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15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남북 합동연설회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정견 발표에 나설 때마다 지지자들의 함성과 상대 후보 지지자들의 야유와 폭언으로 얼룩졌다.

이날 연설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을 투입돼 경계를 강화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차원에서 후보들의 경호와 안전 조치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테러 글이 올라왔다는 신고가 충북경찰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충북청에 따르면 해당 게시물에는 "한동훈 후보 얌전히 있어라. 조심해라. 계란하고 칼 들고 복수하러 간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회는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이 인사말을 할 때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함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서병수 위원장은 "거기 좀 조용히 해 달라. 다들 한동훈 후보의 자발적인 지지자들이냐 아니면 동원하신건가"라며 "그런데 공평하게 다른 후보들에게도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들이 나오더라도 똑같은 환호를 보내주시겠느냐. 그래야만 경선이 끝나고 나서도 한마음 한뜻이 되어 우리 당이 앞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당부했다.

하지만 서병수 위원장의 당부는 소용이 없었다. 이미 분위기는 과열됐고 각 후보 지지자들은 연설회장 곳곳에서 언쟁을 벌였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향해 손으로 'X'를 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번째로 나선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 후보에 대한 공격에 대해 언급하자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원망섞인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세번째 순서로 나선 한동훈 후보의 연설 도중 한 청중이 "배신자"라고 외치며 연단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지려 들었고 주위에 있넌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달려들면서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가까스로 제지하며 소란이 잠잠해지는가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 또 다른 참석자끼리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열리고 있는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은 충청 합동연설회가 처음이다.

한동훈 후보는 정견 발표 도중 "그냥 두세요. 괜찮다. 계속 소리쳐도 괜찮다"고 자제를 부탁했지만 분위기가 과열되자 손을 들어 진정할 것을 요구한 뒤 "우리 정치가 보일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정치는 이 수준이 아니지 않느냐. 나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 폭행하지 말아달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한동훈 후보는 연설회 일정을 마친 뒤 자신의 SNS을 통해 "내가 연설할 때 일부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배신자'라고 구호를 크게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의자를 들어 던지기까지 했다"며 "그래서 나는 준비한 연설을 중단하고 배신자든 뭐든 이견을 내도 좋다는 말과 함께 이견을 내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나는 이견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견은 국민을 위해 좋은 답을 찾아가는데 꼭 필요하다. 다만 오늘처럼 동료시민을 다치게 하거나 위험하게 하는 행동은 절대 안 된다"는 글을 적었다.

원희룡 후보 역시 SNS에서 "어떠한 상황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다른 후보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또한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라며 "지지하는 후보는 서로 달라도 우리는 동지다. 지금은 특검과 탄핵공세를 막기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뭉쳐 싸울 때"라고 말하며 지지자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윤상현 후보는 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게 솔직한 우리 당의 수준"이라며 "전당대회 이후 당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과열된 분위기는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원희룡 후보 측은 한동훈 후보를 향해 "법무부 장관 시절 우호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고 댓글팀까지 있었다는 폭로가 있었다.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야당도 당장 한동훈 특검법에 니런 내용을 추가해 특검을 하자고 한다"고 한동훈 후보에 대한 사법리스크까지 거론했다. 

한동훈 후보는 연설에서 "근거 없는 마타도어 대응을 최소화해 전당대회가 더이상 혼탁해지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지만 합동연설회와 방송토론회에서 나머지 세 후보의 공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8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