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윤석열-한동훈 갈등, 검찰 내부로 확산 '친한 라인' 패싱? .. 검찰총장 '인사' 이어 '수사'도 패싱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과정서 갈등 분출 총장 방침 어기고 '출장 조사'.. 이 총장 감찰 지시하자 담당검사 사표 제출 지난 5월 검찰 인사로 김 여사 수사팀 전면 교체.. 이 총장 의견 '배제' 되며 갈등 시작 尹, '한동훈 라인' 이원석과 결별? 조국 "윤석열에 충성하던 정치검사들 등 돌리고 있어" 김 여사 기소 여부 또 다른 뇌관.. 이 총장 자리 던지나?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0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출장 조사'를 하면서 검찰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검찰청 소환 조사' 방침을 어긴 것도 문제지만 사전 보고 없이 조사 종료 즈음에야 보고를 한 것은 사실상 이 총장을 '패싱' 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하극상'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총장은 앞서 지난 5월 인사 과정에서도 '패싱'을 당한 바 있다.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고검장·검사장 인사 과정에서 이 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의 갈등이 검찰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김 여사 수사를 놓고 검찰 내부도 이른바 한동훈 라인과 친윤 라인으로 나뉘고 있다는 것이다.
'친한 라인'으로 알려진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해 '친윤 라인'으로 알려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전보고 '패싱'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검찰 내 갈등은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놓고 다시 한번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과정서 갈등 분출
총장 방침 어기고 '출장 조사'.. 이 총장 감찰 지시하자 담당검사 사표 제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대통령실 경호처가 관리하는 보안청사로 김건희 여사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오후 1시 20분부터 약 12시간 가량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조사가 시작된지 10시간 지난 후인 밤 11시 20분쯤 보고가 됐다. 사실상 조사가 끝날 무렵에서야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이날 조사는 이 총장의 지시를 사실상 어긴 것이라는 평가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김 여사를 사실상 강제소환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니 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외부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건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이 총장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청사 소환 조사' 방침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날 수사팀은 '제3의 장소'에 김 여사를 소환하며 이 총장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이 총장은 김 여사 관련 첫 보고를 받은 뒤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장은 주변에 "나를 무시했다" "사건이 종결된다고 국민이 믿겠느냐"며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심각하게 거론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조사 다음 날인 21일 오전 출근길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수사팀을 향한 질책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일선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수 중앙지검장을 불러 조사에 대한 대략적인 경위를 들은 뒤 질책하면서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진상조사에서 절차 위반 등이 발견되면 법무부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자 형사1부에서 수사를 진행한 김경목(사법연수원 38기) 부부장검사는 21일 오후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김 검사는 주변에 사건을 열심히 수사했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5월 검찰 인사로 김 여사 수사팀 전면 교체.. 이 총장 의견 '배제' 되며 갈등 시작
尹, '한동훈 라인' 이원석과 결별? 조국 "윤석열에 충성하던 정치검사들 등 돌리고 있어"
이번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은 지난 5월 '인사 패싱'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 13일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던 중앙지검장과 차장 검사들이 모두 교체되는 고검장·검사장 인사가 단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 총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인사 패싱'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이 총장은 '법무부가 총장과 인사에 대해 충분히 사전 조율을 했느냐'는 질문에 7초 가량 침묵한 뒤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에 대해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떤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저는 우리 검사들, 수사팀을 믿는다.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며 원칙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하고,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일선 수사팀이 김 여사의 소환 필요성을 피력하자 용산 대통령실이 나서서 수사팀을 전면 물갈이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특히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찐윤' 인사라는 점도 이러한 의심에 힘을 실었다.
이번 수사 패싱에 대해 이 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총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5월의 '인사 패싱'과 지난 20일 '수사 패싱'은 윤 대통령과 이 총장의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증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와 함께 측근으로 꼽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비서실장 격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었고,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거쳐 석 달 뒤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갈등이 검찰 내부로 확산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후보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윤 대통령과 충돌한 바 있다.
한 후보와 이 총장은 사법시험 37회 동기로 윤 대통령과 함께 검찰 내에서 특수부(중앙수사부) 검사로 맹활약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당시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도 함께했다. 이 총장을 검찰총장에 강력하게 추천한 것도 한 후보였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검찰 내부의 한동훈 라인이 윤 대통령과 갈라서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검찰 갈등에 대해 "한동훈을 필두로 윤석열에 충성하던 정치검사들이 차례로 등을 돌리고 있다"며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에는 다 같이 받들어 모시다가 이제 서로 치고 박는구나"라고 썼다.
김 여사 기소 여부 또 다른 뇌관.. 이 총장 자리 던지나?
검찰 내 갈등은 김 여사의 기소 여부를 놓고 다시 한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수사팀은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대면 조사에서 김 여사를 상대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구성 요건을 확인하고 관련 진술을 받은 결과 명품백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간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명품백을 대가로 한 청탁의 존재 역시 불분명하다는 게 수사팀의 1차적 판단이다.
하지만 이 총장이 수사팀에게 보강 수사를 지시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총장이 원점 재검토 수준으로 보강수사나 추가수사를 지시한 후 검찰총장 직을 던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장은 전날 거취 표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지난 2022년 5월 23일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일을 시작해 오늘이 만 2년 2개월이 되는 날"이라며 "2년 2개월이나 총장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 있고 미련이 남아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그게 부족하다면 그때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해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검찰 청사 소환 조사 원칙을 지키지 못했으나 김 여사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는 반드시 관철 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검찰총장 직을 던지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야권에서도 이 총장을 향해 윤 대통령과 결별을 위해 거취를 결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출장 조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거취를 결단할 때라는 충고를 주고 싶다"며 "박근혜정부 때 국무조정실장 자리를 사표 내고 나왔던 경험에서 주는 충언"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박근혜 정부 때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 중 1명인 정호성 대통령 비서실 부속비서관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물론, 각 부처에서 올라온 보고까지 사전 검열한 사실을 알고 사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