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당권 거머쥔 한동훈의 ‘제1과제’, 尹과의 관계 설정…‘원팀’ 가능할까?

한동훈, 1차 과반 득표로 집권여당 당대표 당선 전당대회 기간 ‘친윤’ vs ‘친한’ 구도로 치열하게 싸워 한동훈 대표 체제서 윤한갈등, 극복될까 강승규 “계파간 치열한 싸움 있을 수도” 송석준 “국민·당원들로부터 선택 받은 길로 가야”

2024-07-23     김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결국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었다. 결선투표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한동훈 후보가 1차에서 과반을 얻으며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거머쥐었다.

한동훈 당대표의 제1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전당대회 기간 ‘친윤’ 대 ‘친한’으로 갈라진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보 토론회마다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 다양한 주제로 후보들별 국민의힘 내 계파가 치열하게 다퉜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었던 건 경쟁자였던 나경원·원희룡 전 후보였다. 그러나 실제 한동훈 당대표 당선인과 계파 갈등을 빚은 상대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23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에서 “2024년 7월 23일 오늘, 이 전당대회가 단결과 통합의 새 역사를 여는 자리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 당과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저는 지금까지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일 것”이라며 ‘원팀’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대표 선거 결과를 보지 않고 전당대회 장소를 벗어났다. 한동훈 당대표 당선인을 직접 축하하는 등 윤-한 갈등 봉합을 상징하는 ‘투샷’ 연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갈등 봉합은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달려 있다. 한 대표는 출마 선언 때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다. 

또 한 대표가 김 여사의 문자를 ‘읽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여러 가지 경로로, 통로로 실제로 김 여사가 사과할 의향이 없다고 전달받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대통령실과 김 여사로 책임을 돌렸다. 급기야 나 후보와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관련 공방전에서는 “그 기소를 한 검찰총장이 대통령님”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들이 자리하고 있다.왼쪽부터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한동훈 당대표 후보.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친윤’ 강승규 “계파간 치열한 싸움 있을 수도”

이에 친윤계에서는 한동훈 지도부가 당정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재선·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파갈등이 봉합될 수도 있고, 계파간 치열한 싸움이 있을 수도 있다”며 “바라보는 정국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탄핵, 특검을 하자고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절대 동의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의회 독주를 보면 정상적인 야당이라 볼 수 없는데 자칫 우리가 빌미를 주면 폭풍 회오리가 불어올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윤한갈등 상황을 보면 그렇게 원만하지는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한 대표가 특검 정국에 굉장히 틈새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수평적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수평적인 것보다도 거의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며 “숫자를 앞세워서 독주하는 야당에 우리가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당정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의원은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를 조기에 낙마시킬 계획을 짜고 있다는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에 대해선 “여당의 분열을 만들기 위한 호사가들의 얘기”라며 “여당이 아무리 그래도 자멸할 길을 택하겠나”라며 부인했다.

‘친한’ 송석준 “국민·당원들로부터 선택받은 길로 가야”

반면 친한계에서는 ‘윤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당정관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송석준(3선·경기 이천) 의원은 “계파갈등 봉합이 안 될 이유가 있겠나”라며 “당분간 좀 서운함은 있겠지만 서로가 한 배를 탔다. 윤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가 같다. 방법에 있어서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전당대회에서 국민들과 당원들로부터 선택받은 길로 가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당정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원활하지 않으면 지도부가 잘못 구성된 거다.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김옥균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 대표를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겠나. 혹시 계획해 놓은 사람이 있다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韓, 대선 다가오면 尹과의 차별화 불가피 전망

한 대표가 초기에는 당정관계를 최대한 원할하게 이끌겠지만,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지지율이 낮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동훈 캠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당정관계가 잘 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나쁘게 하실 거라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데 한 대표만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종적으로 대선 1년 정도 남겨놓고 어떻게 하실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역시 “한 대표가 처음부터 밀어붙이고 차별화할 것 같지는 않다”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당분간은 서로 영역을 존중해주면서 눈치싸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윤 대통령 역시 한 대표를 쉽사리 무력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이 다른 사람이면 쫓아내거나 험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워낙 많은 약점들을 알고 있는 한동훈이니까 조심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와도 다르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권력이 셀 때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낮다. 야당은 공세가 심해지고 김건희라는 아킬레스건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전처럼 권력의 칼을 휘두르지 못 한다”고 내다봤다.

야당이 발의하는 ‘한동훈 특검법’에 여당 의원 일부가 동조해 한 대표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장 소장은 “여당 의원들이 자기네 당대표가 뽑힌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야당이 특검한다고 해서 찬성하고, 대통령실은 거기에 거부권 행사를 안 하면 그것은 완전히 파국”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