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막말 논란 원외 정봉주, 민주 수석 최고위원 가능성↑.. '명심' 김민석 부진에 '당혹'

정봉주 유일한 20%대 득표로 1위.. 이재명 "김민석,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 의아 높은 인지도와 강력한 투쟁력, 동정표 겹치며 돌풍 과거 목함 지뢰 목발 경품 막말 거짓 사과 논란으로 공천 취소 정봉주 "당원들에게 아픈 손가락" "내부 총질 하지 않을 것" 공천 취소 정봉주 1위에 당내 일부서는 당혹감

2024-07-23     김승훈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누적 득표율 90%를 넘기며 사실상 연임을 확정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수석 최고위원으로 향하고 있다.

당초 '명심'을 등에 업은 4선 김민석 후보가 무난히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유일한 원외 정봉주 후보가 약진하며 수석 최고위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는 과거 막말 논란 공천까지 취소된 정 부호가 최고위원 1위가 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봉주 유일한 20%대 득표로 1위.. 이재명 "김민석,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 의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당원대회가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펼쳐지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서는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가 90%가 넘는 득표를 하며 일찌감치 대표직을 예약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고위원 경선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4선 중진인 김민석 의원이 '이재명 2기 지도부'의 수석 최고위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수석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회의 때 당 대표 옆자리에 앉아 긴밀하게 소통하며, 발언 순서와 권한 행사 등에 우선권을 얻는다.

지난 총선에서 상황실장으로 총선 실무를 총괄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호흡을 맞춰왔고, 연임 도전 출마 선언도 함께 준비할 정도로 서로의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후보가 출마선언문을 준비할 때도 김민석 의원이 조언을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실상 러닝메이트를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명심'이 김 의원을 향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원외 정봉주 후보가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는 제주(19.06%), 인천(23.05%), 강원(20.33%), 대구·경북(22.20%)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누적 득표율 21.67%로 유일한 20%대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김병주(16.17%), 전현희(13.76%) 후보가 2위와 3위를 차지했고 김민석 의원은 12.59%로 4위에 그치고 있다.

아직 부산·울산·경남, 충청, 호남, 대전, 서울·경기 등 지역 순회 경선 일정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수치다.

이재명 후보도 김 의원에 대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의아해 했다.

그는 지난 20일 인천 경선 후 "정봉주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러닝메이트로서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고위원 후보 8분을 보면서 다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유능하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후보들이라 누가 돼도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에 김민석 후보를 초대해 "당 대표 선거 총괄본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략이나 정무적 판단도 최고시니까 따로 부탁드렸다. 당원들도 알게 되면 (득표율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당내에서는 정 후보의 돌풍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금은 권리당원들의 온라인 투표 결과만 발표되고 있어 순위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리당원 ARS 투표와 대의원 온라인 투표, 일반 여론조사 결과는 다음 달 18일 전당대회에서 한꺼번에 발표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 만으로는 어느 후보가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할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높은 인지도와 강력한 투쟁력, 동정표 겹치며 돌풍

정봉주 후보의 돌풍은 높은 인지도와 강력한 투쟁력,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공천 취소를 겪은 것에 대한 동정 여론이 요인으로 꼽힌다.

사실 예비경선 때부터 정 후보의 돌풍은 어느 정도 감지됐다. 정 후보는 조기 컷오프 대상으로 꼽혔으나 유일한 원외 인사로 본 경선에까지 올랐는데 바뀐 예비경선 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전당대회까지만 해도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100%로 치러졌는데 이번에는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로 진행됐다.

정 후보는 2011년 정치팟캐스트 나는꼼수다로 유명세를 탔고, 최근까지 정치유튜브채널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주된 민주당 지지자인 40~50대에서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정 후보가 과거 BBK 저격수로 활동하는 등 강력한 투쟁력을 보여 온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도부 보다 현 윤석열 정부와 더 잘 싸울 것 같다는 기대감이다.

정 후보도 지난 17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최고위원이 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 불법 부정 의혹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해 보고 싶다"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현역 의원들이 미처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목함 지뢰 목발 경품 막말 거짓 사과 논란으로 공천 취소

정 후보에 대한 동정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박용진 전 의원과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과거 '목함 지뢰 목발 경품 발언'과 이후 '거짓 사과'가 논란이 되면서 공천 취소가 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정 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평창 올림픽 관련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대화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 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 후보가 말했던 '발목 지뢰'는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시 DMZ에서 우리 군 부사관 2명을 크게 다치게 한 북한의 목함지뢰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으로 육군 제1보병사단의 하재헌 하사는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 김정원 하사는 오른쪽 발목을 절단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시 정 후보는 영상을 삭제하고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 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한 바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이 사과 받은 적이 없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공천을 취소했다.

정봉주 "당원들에게 아픈 손가락" "내부 총질 하지 않을 것"

후보 스스로도 자신을 향한 동정 여론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 출연한 정 후보는 "사실 지금도 순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일단 (최고위원 당선권인) 5명 안에 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도와주는 당원 분들이 저를) 아픈 손가락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다시 꺼내기 힘든 기억이긴 하지만 어쨌든 총선 때 공천 탈락하고 그런 것들, 감옥 살고 그랬던 기억들이 다시 나는 것이다. 아, 그때 10여 년 전에 정봉주가 이랬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대정부 투쟁 의지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탄핵을 위한 민주당의 날카로운 칼을 뽑는 과정"이라며 "오로지 윤석열 탄핵, 민주당 정권탈환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봉주의 공격수 유전자는 오로지 윤석열을 향한다"면서 "내부 총질로 자멸하는 국민의힘에서 교훈을 얻자. 정봉주에게 내부 총질은 없다"고 밝혔다.

공천 취소 정봉주 1위에 당내 일부서는 당혹감

정 후보의 1위 행진에 당내에서는 당혹감도 감지된다. 정 후보가 과거 막말·폭행 논란으로 구설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공천 취소 사유 외에도 지난 2000년 9월 당시 아내의 목을 조르고 전기 안마기로 뒷머리를 내려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듬해 3월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22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지도부, 지난번에 정봉주 후보에게 공천을 줄 수 없었던 결정을 내린 지도부로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후보는 이에 대해 "5등 안에 들어가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1등부터 5등까지의 성적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앞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강성'으로 평가되는 정 후보가 지도부에 들어올 경우 민주당의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나꼼수는 대표적인 중도 확장의 도구였다"며 "덕분에 정치에 관심 없는 분들이 대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