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원희룡, 그들이 놀다간 자리에...

'어.대.한' 6.29%가 '1덩만 기억하는 The러브 세상'의18%에게...

2024-07-24     정하룡 칼럼니스트
'산업혁명의 골짜기에서...' 정하룡 作

 

'어.대.한' 6.29%

한동훈은 2024년 7월 23일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가 됐다. 62.84% 득표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잔칫날이 즐겁지만 않은 듯하다. 여기 오기까지 너무 치열했던 탓일까? '어.대.한'이 현실화된 지금, 국민의힘 각 계파간 후보간, 전당대회 기간 내내 '친윤' 대 '친한'으로 갈라져버린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에서 "... 이 전당대회가 단결과 통합의 새 역사를 여는 자리로 기록될 것...우리 당과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저는 지금까지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일 것”이라 했다. 그리고 당대표 선거결과를 보지 않고 '킨텍스'를 떠났다. 

한동훈 후보는 출마선언 때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며 시작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충돌했다. 

선거기간 도중 김건희 영부인님 문자 '읽씹' 사건으로 파열음이 고조되다가 막판에 나경원 후보와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공방에서 "그 기소를 한 검찰총장이 대통령님"이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었다. 

이에 한동훈 지도부가 당정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재선·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탄핵, 특검 하자며 야당의 의회 독주를 보면서... 자칫 빌미를 주면 안된다...'수평적 당정관계'도 수평적인 것보다 당정이 거의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를 조기 낙마시킬 계획을 짜고 있다는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여당의 분열을 만들기 위한 호사가들의 얘기"라며 "여당이 아무리 그래도 자멸할 길을 택하겠나"라며 부인했다.

반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송석준(3선·경기 이천) 의원은 "계파갈등 봉합이 안 될 이유가 있겠나"라며 “당분간 좀 서운함은 있겠으나 서로가 한 배를 탔으니 윤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가 같다"며 당정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일축했다. 

또 송 의원은 '김옥균 프로젝트'에 대해서도...혹시 그런 생각을 계획한 사람이 있다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한편 한 대표가 초기에는 당정관계를 최대한 원할하게 이끌겠지만,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지지율이 낮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대표가 처음부터 밀어붙이고 차별화할 것 같지 않으며 당분간 서로 영역을 존중해주면서 눈치싸움을 할 것" "윤 대통령 역시 한 대표를 쉽사리 무력화하기 어려울 것... 상대가 워낙 많은 약점들을 알고 있어 조심할 것" "이준석 전 대표처럼 쉽게 축출하지는 못할 것... 당시는 집권 초기라 힘이 셀 때고, 지금은 형편없이 지지율이 낮고, 김건희라는 아킬레스건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도이 높은 상황이다"

아무리 정치초보 당대표라 하더라도 '야당의 특검'을 찬성한다거나, 대통령실이 거기에 거부권 행사를 안 한다거나 하는... 그런 완전한 파국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친 넘들이 아니고서야...

그런데 이런 의문이 남는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들 싸우니...?"

"도시문명에 보내는 풀의 메시지는?" 정하룡 作

 

'1덩만 기억하는 The러브 세상'에서 18%란...

원희룡은 2024년 7월 23일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에 출사표를 던져 18.85%(9만6177표) 득표했다. 

완패다. 원희롱은 신新무기 '윤심'을 장착 + 용산 대통령실의 등等무기로, 등 뒤에서의 지원사격 + 친윤계 주류, 이異무기도 물밑에서 엄청난 화력으로 도왔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2등이다. 3등과 연합해도 안 된다. 국힘당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력이 '18퍼'라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특히 '1덩만 기억하는 The러븐 세상'에서는 '정치적 파산'이랄 수 있다. 더 치명적인 것은 '내적 파산'을 의미하는 18퍼이다. 

'가까운 어제'의 원희롱은 휘황찬란했다. '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 보수정당 소장파의 삼각편대... 지금까지 축적해왔던 '정치적 자산'이 이번 경기로 안타깝게 초토화됐다. 

비록 보수 정당에 몸은 담았지만, 질풍노도의 시절,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열정과 아름다운 청춘자산' 등의 자기경험을 토대로 진보적 의제와 정책을 외치던 가치와 유연함도 다 소진된 듯 보인다. 아깝다. 

또 '바른정당'에 승선하면서 혁신과 쇄신을 추구했던 변화에 대한 정통보수의 가치도 찾아볼 수 없다. 진영 내부를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던 젊음의 원희룡은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수구 주류 권력의 주구를 자처하며 무조건적 무뇌적 옹호의, 노망의 원희룡이 대신했다.

어쩌면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에 원희룡은 '정치인 원희룡의 품격'을 벌써 폐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23년 7월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브리핑을 마치고 뜬금없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간판 걸고 한 판 붙자"고도 했다.

그보다 오래전에 전 대통령 고 전두환씨에게 두배세배 사건, 하나님을 제 수하로 부린다는, 신령스런 전광훈 목사의 무대에... 이런저런 장면들이 국힘당원들의 기억을 소환하지는 않았을까...

전당대회 주요 장면마다 원희롱이 연출한 장면들은 '개혁 보수로서의 정치인 본령'의 수준이 아니었다. 자신이 활동하던 정당으로부터 끊임없이 '빨갱이'라는 공격을 받아왔던 때문일까? 해묵은 '색깔론'을 스스로 꺼내들었다. 왜 한동훈 후보에게 '좌파 프레임'을 씌우려 했을까? 

"한 후보의 장인이 검사장 출신이다, 제17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한 후보의 이모부는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주동자였다..."는 둥... 당시 한동훈 후보도 "...정말 2024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좌파 몰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정말로 황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희룡 후보의 주장(?)은 '검증된 진심'으로, 확신에 차 있었다. "한동훈 후보는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지난 총선에서 고의로 패배했다"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비판"마저 막힐 수 있다고 극우 기독교적 세계관을 자랑했다. '건국절' 논란도 재소환했으며, 외국인 투표권, 최저임금, 원자력발전소 문제...  모두 '진심으로 충만'했다. 

이번 원희룡에게 18은 '자기 확인'의 증거다. 거꾸로 18퍼는 윤석열 대통령 데드덕의 증거일 수 있다. 원희룡이 이번 굳게 붙든 '줄'은 '썩은 동아줄'이었던 셈이다. 

싸워스코리아 정치 현장에 '투기적 측면'이 없지 않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원희롱이 여지껏 쌓아왔던 정치 자산들, '깨끗함' '혁신' '신선함' '젊음' '대권 '잠룡...' 이런 가능성들이 '잘못된 만남'으로 벼랑 아득히 사라져갔다. 

그런데 이런 의문은 여전하다. "너희들 꼴랑 18퍼 가지려고... 그렇게들 싸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