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방송4법, 野상정→與필버→野단독통과...방통위법·방송법 통과, 방문진법 상정
지난 25일 방통위법 개정안 시작으로 방송법 개정안·방문진법까지 26일 방통위법 통과, 28일 방송법 통과...28일 방문진법 상정, 29일 EBS법 상정예정 여당 필리버스터 진행하면 야당 24시간 뒤 필리버스터 끝내고 표결처리 주호영 부의장 본회의 사회 거부에 우원식 의장 비판…여야 입장차 여전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지난 25일부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4법(방통위법·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은 필리버스터로 野강행처리 저지 하면서 '필리버스터 정국'에 돌입하고 있다.
그러나 숫적으로 열세인 여당의 필리버스터는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입법 저지 효과는 없다. 야당의 법안 단독 상정→ 여당의 필리버스터 종료 즉시 →野 단독표결을 강행 방송4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25일 저녁부터 지금까지 필리버스터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4법 중 25일 첫 상정된 방통위법 26일 ▲KBS 이사 관련 방송법 개정안 28일에 각각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고, 28일 상정된 방문진법은 29일 야당 단독으로 통과될 전망이다. 29일에는 방송4법 마지막 법안인 EBS법 개정안(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이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예정이다.
방통위법 이어 방송법 개정안까지 野단독 처리…방문진법·EBS법 개정안도 野 단독처리 예정
지난 25일 첫 법안인 <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곧바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이는 24시간 7분 동안 이어졌다. 다음날인 26일 야당 단독으로 필리버스터 종결에 대한 표결을 재석 186명 가운데 찬성 186명으로 통과시킨 뒤 곧바로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방통위법을 재석의원 183명 가운데 찬성 183명으로 통과시켰다.
방통위법이 통과된 뒤 다음 순서는 한국방송공사(KBS) 이사를 기존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다. 방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이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필리버스터 종결안을 올렸다.
방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30시간 20분이 걸렸다. 기존 24시간보다 6시간이 늘어난 것은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이 울산, 부산, 경남에서 전당대회 순회연설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에서 열린 순회연설회를 마치고 상경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28일 자정이 넘어서야 필리버스터 종결안이 통과된 뒤 방송법 개정안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은 항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했고 방송법 개정안은 야당 단독으로 표결해 재석 189명 가운데 찬성 189명으로 가결됐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MBC를 주관하는 <방송문화진흥법(방문진)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종료 시점은 오는 29일 오전 8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여 이날 오전 9시에 야당 단독으로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표결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표결 처리가 끝나면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이 상정되는데 마찬가지로 또 다시 필리버스터 신청과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안 상정,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표결 순서로 진행된다. 결국 오는 30일 오전 8시가 되어야 방송4법 표결 처리가 마무리된다는 얘기다.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역시 방송법 개정안처럼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학회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앞서 2개의 법안을 통과시키는데만 필리버스터가 54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남은 2개의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걸릴 필리리버스터 48시간을 포함하면 무려 102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지난 25일부터 시작해 30일까지 5박 6일에 걸친 지리한 자존심 싸움이다.
이런 쳇바퀴 공방전은 비단 국회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라가게 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까지 포함하면 다시 재의 표결에 부쳐지는 것까지도 쳇바퀴 공방전에 포함된다.
여야 서로 "공영방송 장악 및 정치도구화 목적" 맹비난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필리버스터에서도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뤄졌다. 여야가 서로 공영방송 장악과 정치도구화를 목적으로 한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 표결에 앞서 필리버스터 첫 타자로 나선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오전 1시 8분부터 7시 44분까지 토론을 진행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겉으로는 '검찰 공화국'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방통위원장 연쇄 탄핵과 언론노조를 통한 공영방송 이사진 장악에 목을 매고 있다"며 "민주당 속내는 임기가 끝나가는 MBC 이사장을 사수해 MBC를 계속해서 민주당 편향 방송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시간 48분에 걸쳐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을 정치도구화하고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에 우호적인 인물이 방문진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 구조에서는 때로는 극단적 성향의 인물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돼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맞섰다.
우원식 "주호영 부의장 사회 복귀해야", 주호영 "사회 거부, 방송4법 상정 모두 취소해야"
갈등은 비단 여야 의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우원식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부의장이 번갈아가면서 사회를 보고 있는데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면서 우원식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의 체력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28일 새벽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무제한 토론 내내 텅비다시피한 본회의장 모습도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본회의 4일째인 이 시간까지도 자리를 비우고 있는 주호영 부의장에게도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주호영 부의장에게 본회의 사회 거부 의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며 "국회의원 주호영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국회부의장 주호영이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는,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주호영 부의장은 지난 3일 순직해병 특검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은 사회를 보지 않았느냐. 그때는 특검법안에 찬성하기 때문에 사회를 본 것이 아닐텐데 그 떄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 의장은 "국회부의장의 직무와 무게가 그렇게 가볍지 않다. 국회의장단의 일은 사사로운 것이 아니다. 또 이번 무제한토론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기 때문에 국회 운영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도 무책임하다"며 "적어도 지금 이 무제한토론이 정부와 여당이 의장의 중재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시작된 의사절차이기 때문에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 거부를 요청한 것도 온당치 않다. 더구나 이번 무제한토론은 국민의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호영 부의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 같은 행진을 멈춰 세워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우리 의회가 다 망가지더라도, 여야 관계가 파탄 나더라도 지켜야 할 기관인가. 행정부는 방통위원 임명권을 무기로, 야당은 탄핵을 무기로 언제까지 머리통이 터지게 싸울 생각이냐"고 비난했다.
또 주 부의장은 "방송 4법이 통과돼도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 명확하다. 거부권으로 무효가 될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모두 중단시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요청했다.
우원식 의장과 주호영 부의장의 사회 거부 논란에 대해서도 여야가 갈등을 빚는 모습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방구석 1열 사회를 멈추고 의장석으로 돌아와야 한다. 방송 4법 필리버스터가 나흘째에 접어들었는데 국회로 돌아와 자리를 지켜달라는 이학영 부의장의 절절한 호소를 주호영 부의장은 달랑 SNS 글 하나로 손절했다"며 "주 부의장이 있어야 할 자리는 방구석 1열이 아닌 본회의장 의장석이다. '힘겨운 민생은 언제 돌보느냐'라는 SNS 독백은 국회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보내야 한다. 거부권 남발로 삼권분립과 의회 그리고 대한민국 국정을 망가뜨린 게 바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 원내대변인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도 개점 휴업시키더니 이제 여당 부의장이 나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한다. 그럴거라면 장 국회 본청에 있는 부의장실을 비우고 의원회관 704호 주호영 의원실로 돌아가라. 거기서 TV로 보든 인터넷으로 보든 SNS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며 "일하는 국회 방해하는 주호영 부의장은 자격이 없다. 직무유기를 멈추고 할 말이 있다면 자리에서 일하며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야당의 입법 폭주에 저항하기 위해 본회의 사회를 거부한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방향을 잘못 잡았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는 우원식 의장과 민주당 지도부에 물어보라"며 "협의를 통해 국회 운영 일정을 정하고 소수당을 배려하는 것은 국회의 오랜 전통이자 상식이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쟁정법안을 마치 군사작전하듯 주중 주말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이 주호영 부의장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힐난했다.
또 신 원내 수석대변인은 "남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 얼굴에 묻은 검댕이가 얼마나 흉한지 거울로 돌아보라.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방송4법은 공영방송을 영구히 자신들의 수중에 넣으려는 방송장악법"이라고 비꼰 뒤 "주호영 부의장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한편 방송4법 처리가 오는 30일에 끝난다고 해서 쳇바퀴 공방전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방송4법이 처리된 뒤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 법안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각각 현금살포법과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부르며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4법 때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1일에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상정하겠다는 방침인만큼 방송4법 처리가 끝난 뒤에도 필리버스터와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 법안 표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