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 앞두고 與·경제계 한목소리로 '규탄'.. "산업 해치는 악법"
노란봉투법, 파업 근로자 손해배상 청구 제한.. 원청 기업 책임도 강화 경제계 "불법 파업 과도하게 보호" "산업현장 무법천지 될 것" 김문수 "파업으로 인한 손해 책임 져야" "세계적으로 입법사례 없어" 민주 "합법적 쟁의 보호" "실질적 지휘 관계 원청 기업에 책임 부여해야"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경제계가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원청 기업의 부담이 과도해져 경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한 김문수 후보자도 연일 노란봉투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재표결시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하는데 개혁신당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민주당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한 숙의를 거친 법안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반대 논리에 맞서고 있다.
노란봉투법, 파업 근로자 손해배상 청구 제한.. 원청 기업 책임도 강화
경제계 "불법 파업 과도하게 보호" "산업현장 무법천지 될 것"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31일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1일 민주당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먼저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에 필리버스터 종료 및 본회의 표결 후 노란봉투법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에 나섰던 노조에게 무려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자 시민들이 성금을 노란 봉투에 담아 보낸 데서 유래했다.
지난해 11월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후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22대 국회 들어 보다 강화된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했다.
새 개정안은 실업자나 플랫폼 노동자들도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 또,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 또는 노조에 대해 노동관계 상대방의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돼 원청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했다.
이에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하는 경우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와 업종별 단체는 1일 국회 본관 앞에서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과 함께 노란봉투법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은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트리는 악법"이라며 "협력업체 노조의 원청 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시키고 노조의 극단적 불법 쟁의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돼 손해배상 청구가 봉쇄되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공장 전체를 멈출 수 있는 불법파업이 모든 업종에서 수시로 발생한다면 기업들은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중소협력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자동차, 조선, 건설업 등은 수백개의 협력업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청이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나 파업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경제계는 "개정안은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개정안 입법 추진을 중단해야 최소한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노조의 불법행위를 면책하지 않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파업 참가자가 고의로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의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 민·형사책임을 모두 부담한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행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문수 "파업으로 인한 손해 책임 져야" "세계적으로 입법사례 없어"
정부도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문수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1일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저와 제 아내, 형님도 노조 출신이다. 파업을 하는 데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누군가는 손배소가 가혹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헌법과 민법의 기본 원리를 엎어버리면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이 법을 처리를 안 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자는 전날인 지난달 31일에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현행 헌법, 민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학계 등 전체적으로 상당한 문제 제기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입법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노동 투쟁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너무 과도해서 노조가 개인을 파산시키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일방적으로 법을 입법할 때 오는 부작용이 오히려 현재의 부작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與 "노란봉투법, 나라 미래 지옥으로 이끄는 일" 개혁신당 "노란봉투법 반대"
현재 의석수만 놓고 보면 본회의 상정시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통과는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거부권 행사 법안이 재표결을 통과하려면 국민의힘에서 8명이 이탈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물론 개혁신당도 노란봉투법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결국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기어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불법 파업 조장법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한다"며 "이 두 법안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을 수 있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겉으로는 노동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기업을 망가뜨려 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며 "당장의 달콤한 유혹에 현혹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옥으로 이끄는 일은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강조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1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만 힘들어지는 것"이라며 "세 분의 의원 모두 반대 의견"이라고 했다.
민주 "합법적 쟁의 보호" "실질적 지휘 관계 원청 기업에 책임 부여해야"
노동계 "노란봉투법 시대적 과제"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 필요"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방송 국회라이브6와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를 거친 시급한 민생 법안이라고 강조하면서 불법 파업이 아닌 합법적인 파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기업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한테 한다"며 "월급 가압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플랫폼 노동 같은 새로운 노동 형태들이 나타나는데 그 숫자가 무려 한 850만 명 정도 된다"며 "기존의 노동조합법으로는 그런 분들을 보호하기가 어려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법적인 대안들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국회에다가 법안을 만들라고 요구했다"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노동계, 경영계 등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들어서 법안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은 합법적인 파업, 합법적인 쟁의 행위를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면서 "원청이 노동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큰 쟁점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노란봉투법은 시대적 과제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3일 입장문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이 처한 긴박하고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와 여당은 더이상 국민 뜻을 거스르지 말고 개정안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하청 노동자에게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 저임금 노동자도 당당하게 파업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