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끝나지 않은 '윤한갈등', ‘3자추천 특검법’이 최대 고비될 듯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로 일단 봉합된 ‘윤한 갈등’...언제든 재연 우려

2024-08-04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여당인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구성에서 친한계 우위 구도를 판가름하는 정책위의장 인선이 한 동훈 대표의 의중대로 이뤄지면서 윤한갈등이 잠정봉합됐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언제 또 다시 윤한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한갈등이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 총선때부터다. 윤 대통령과 20년 이상 검찰 선후배사이로 가깝게 지낸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 대처 방안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4·10 총선 직후에는 윤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한 한 대표를 오찬에 초청했으나, 한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거절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총선패배를 책임지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한 대표가 두달만에 다시 당대표에 출마하자 ‘윤심’을 등에 업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마해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등을 고리삼아 집중공격하면서 윤한갈등이 다시 표면화했다.

7.2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63%라는 압도적인 당심으로 대표에 당선되자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 대표와 신임 지도부, 당대표 선거 낙선자 등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삼겹살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면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주라”고 말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혼자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챙기라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었다. 당일 한 대표와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공개로 한 대표를 다시 만났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 후 처음 가진 한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당대표가 됐으니, 정치는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당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당 대표가 알아서 잘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에게 계파와 관계없이 최고위 구성을 일임해 당의 운영을 맡긴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폭넓게 듣고 포용하라'는 메시지를 감안하면 한 대표와 대척점에 섰던 친윤계와 결합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윤 대통령과의 회동이 끝난 당일 저녁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그리고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가진 만찬에서 정 실장이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주문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윤 대통령의 뜻이 충분히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친윤계 화합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한 대표는 회동 다음 날인 31일 정 정책위의장과 별도의 면담을 진행한 뒤 서범수 사무총장을 당사로 불러 임명직 당직자들에 대한 일괄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수순으로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를 관철시켰고, 바로 다음날인 1일 TK 중진 김상훈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내정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친한계 원외인사인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을 낙점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등 9명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한 대표는 이번 정책위의장 인선으로 총 9명인 최고위원회의 참석자 중 5명을 본인을 포함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로 확보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번주 의원총회 등 절차를 거쳐 한동훈 친정체제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동훈 체제가 본격 출범한다 해도 윤한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친윤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1일 국회 원내대표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임 의사를 밝힌 것부터 모양새가 나빴다. 통상 대표가 바뀌고 정책위의장이 교체된다고 해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 전 정책위의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정책위의장의 경우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 당일인 30일 저녁 한 대표와 만나 정 의장 유임 의견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이 당무개입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고, 대통령실은 선배 정치인의 조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교통정리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벌어진 윤한갈등 내지 힘겨루기 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한 대표가 대통령의 뜻으로 읽을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자기 뜻을 관철시킨 것은 향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아울러 체면을 구긴 윤 대통령의 뒤끝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궁금해진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공약한 ‘제3자추천 채해병 특검법’이 윤한갈등의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특검법 자체에 대해 공수처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난 후에 특검법 여부를 논의하자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며 공약한 3자추천 특검법 추진을 마냥 차일피일 미루지도 못할 처지다

따라서 한 대표로서는 자신이 전당대회에서 약속한 대로 ‘제3자추천 특검법’을 당론발의해야 하는 데, 그러려면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이 우선돼야 가능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 김재원 전 의원은 지난 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가 추진할 제3자추천 특검법에 대해서는 “한동훈 대표는 그 당시 발표에 대해서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고, 민주적 토론 과정을 거쳐서 우리 당에서 발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우리당의 당헌 당규에 따르면 당론 발의를 하려면 원내대표가 주도해서 의원총회에서 의결을 해야하고, 민주적인 토론 과정을 거치겠다고 하기 때문에 의원총회를 열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도록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동훈 대표가 원내대표와 잘 협의해서 원내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과정에 한동훈 대표가 생각하고 주장하는 특검법이 발의되도록 원내대표를 먼저 설득을 해야한다”면서 “그리고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며, 지금 분위기로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즉, 한동훈 대표가  ‘제3자추천 채해병특검법’을 당론발의로 추진하려면 추경호 원내대표를 설득해 의총에서 당론발의를 의결해야 가능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측이 ‘한동훈표 3자추천 특검법’ 수용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가 1시간 뒤에 검토한 적이 없다고 취소하는 헤프닝이 벌어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결론적으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은 물론 친윤계 의원들과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힘 의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않은 채 '3자추천 특검법'을 추진했다가는 의총에서 특검법이 부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윤 대통령의 격노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3자추천 특검법이 앞으로 윤한갈등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