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쟁점법안 공방 끝?...8월국회서 다룰 민생법안은
쟁점법안 처리되자 여당 스탠스 전환 ‘거부권 정국’ → ‘민생법안 협치’ 추경호 “이견없는 민생법안 8월 협의하자” 진성준 “민생해법에 물꼬 트자”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노란봉투법 의결 이후 여당이 입장을 바꿨다. 여당은 쟁점법안은 어느 정도 처리됐으니 이제 여야가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하자는 제안을 냈다. 한동훈 체제로 바뀐 국민의힘이 국회 운영을 ‘공방’에서 ‘협치’로 바꿔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박 원내대표를 향해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며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민생 개혁 과제는 8월 안에 여·야·정 협의를 개시하자”고 재차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쟁점 법안 본회의 상정을 중단하고 민생법안부터 우선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민생 사안은 당연히 논의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지금의 불통 정국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여당이 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은 산적해 있다.
▲연금개혁 관련 법안(연금개혁특위 구성) ▲금융투자소득세·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세제개편 ▲돌봄 인력 안심 보증, 맞벌이 부부 육아휴직 연장 등 저출생 대책 법안 ▲도시정비법 개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노후 아파트 재건축 요건 완화, 전세사기 피해 지원 등 주택관계 법안 ▲그외, 지역 금융투자 촉진, 간호사법, 기간전력망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법, 화물표준운임제법, 반도체법, K-칩스법, 단말기 유통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저장시설특별법, 스토킹 교제 폭력 방지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법, 구하라법 등이다.
간호사법은 전문의와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을 활용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간 이견으로 합의에 실패했다. 여야 모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시하고 처우를 개선하자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법안의 명칭, PA 간호사 제도화 문제에서 의견이 갈린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피해 구제 방식을 정하는 법이다. 민주당은 당초 ‘선 구제·후 회수’ 방안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한 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한 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자고 주장한다. 여당은 야당의 안은 과도한 재정 부담과 형평성에 따른 국민 반발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경매 차익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안이 나왔고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절세 혜택이 커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는 법안(비과세 한도 200만→500만원)은 여야에 이견이 적다. 민주당이 이보다 혜택을 더 강화해 전액 비과세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K-칩스법(반도체 등 투자 세액 공제 연장)도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했다.기재위가 조세소위를 열지 못해 묶여있는 법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은 방폐장 건설의 근거가 된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가 22대 국회로 넘긴 법안이다. 여야 간 이견은 없지만 상임위 회의를 열지 않아 의결하지 못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모성보호 3법’은 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법안으로 민주당이 찬성했다. 정부는 이 법을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기 위해 예산까지 편성해놨다. 그러나 여야가 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대치하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민주당 당론으로 발의한 ‘구하라법’(양육 의무 불이행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법)도 여야 이견이 없다.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가 쟁점법안으로 공전하면서 의결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 개혁은 21대 국회 막바지에 ‘얼마나 내고 얼마를 받을지’를 결정하는 모수 개혁에 여야가 근접하게 합의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민주당도 민생법안 처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을 재의결했고,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법)을 의결했다.
8월 임시국회가 시작하면서 부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물론 대통령이 해당 쟁점법안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돼 공포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쟁점법안에 발목이 잡혀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야당도 여론의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
5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한 오찬 회동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간호사법과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에 대해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의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료 감면 등 민생법안에 여야가 협의하자고 제안했다”며 “전기료 감면뿐 아니라 시급한 민생해법에 물꼬를 트기 위해 정책위의장 간 논의 테이블을 구성해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호응했다.
그러나 쟁점법안 문제가 정리될 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이 거부한 쟁점법안을 민주당 등 야당이 재상정해 8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지속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7월부터 8월 임시국회 첫날까지 본회의에서 의결됐던 쟁점법안 모두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현안으로 떠올라있는 쟁점법안은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다.
아직 여야가 공방 중인 법에는 ▲간첩법(형법 개정안)이 있으나, 여야 모두 개정이 되지 않은 책임을 상대 당에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라 합의로 개정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발의해 8월 임시국회에 재상정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차례 발의됐다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을 조만간 재발의한다고 6일 밝혔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발의할 세 번째 특검법안을 놓고 “자체 검토를 다 마쳤다”고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 종료 직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불발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지난달 4일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다시 통과됐지만, 역시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불발로 또 한 번 폐기됐다.
그 사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대법원장 등 제삼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밝힌대로 여당 차원의 특검법을 발의, 여야가 협상을 벌여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 대표와 협의한 대로 특검법을 발의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여당 내 ‘이탈표’가 나와 재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재가하면 방송4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재의요구권으로 쟁점법안이 속속 국회로 돌아오면, 여야간 합의한 민생법안과 뒤엉켜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이럴 경우 8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간 협상에 따라 쟁점법안과 민생법안을 주고받는 ‘법안 주고받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