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이재명 사조직, 하나회 연상" 폭탄발언… 혁신회의 "사과하라" 비명계도 "부적절"
김두관 "당 운명, 혁신회의가 좌우" "당원 중심 정당이 문제" 혁신회의 "하나회 비유 김두관, 시대착오적 인식.. 사과하라" 이재명 "의견 다양할 수 있어".. 친명 강선우 "전두환이 군홧발로 짓밟았던 광주에서 어떻게" 비명계 "적절치 않은 표현" "당원 결정 존중해야"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두관 후보가 당내 최대 계파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혁신회의)를 과거 군사정권 시절 하나회에 비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장 혁신회의는 김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당내 비명계에서도 부적절한 비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에 이번 발언으로 당내 갈등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두관 "당 운명, 혁신회의가 좌우" "당원 중심 정당이 문제"
김두관 후보는 지난 4일 대의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우리 당의 운명은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이런 행태는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하나회는 박정희 정권의 비호를 받았던 전두환 중심의 육사 11기생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군내 사조직이다. 당시 하나회 출신들은 청와대 경호실, 보안사, 수경사, 특전사, 중앙정보부 등 요직을 차지했으며,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의 쿠데타 성공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혁신회의가 당의 주류가 되었으며, 이들이 지방선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당원 중심 정당'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당헌을 수시로 바꾸고 사조직이라 할 계파가 전국의 조직을 압도하는 지금의 행태는 민주당 역사상 최초"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 열린 부산 경선에서도 "당내 소수 강경 '개딸'들이 당을 점령했다. 이렇게 해서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회의 "하나회 비유 김두관, 시대착오적 인식.. 사과하라"
김 후보의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자 혁신회의는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
혁신회의는 4일 성명을 내고 "김두관 후보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며 "아무리 지지율 제고를 위한 말씀이라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하면 안 되는 말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혁신회의는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도 당원들의 자발적인 원외조직"이라며 "그런 조직을 하나회로 지칭한 것은 정권을 장악한 정치군인과 정치검찰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뜻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회의를 군부쿠데타 세력으로 빗댄 것은 혁신회의에 대한 모독을 넘어 지금껏 당원들의 기대와 열망으로 이뤄내고 있는 정치혁신과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역사를 모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회의는 "당원 주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정신"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군사독재세력에 빗대는 것은 시대 착오를 넘어 역사 인식 부재와 당원 모독"이라며 김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혁신회의 의원단 간사인 윤종군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혁신회의는 0.7% 아쉬운 석패로 귀결된 지난 대선을 교훈 삼아, 정당혁신 정치혁신을 이뤄 국민과 당원에게 더 다가가는 당을 만들고 더 열정적으로 이재명으로의 정권교체를 위해 뛸 사람들을 모으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김두관 선배님께서 만들었던 지방분권연구소도 자치와 분권을 통한 정치혁신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 아니었나"라며 "경남에서 보여준 선배님의 도전도 지역주의를 깨뜨려 정치혁신을 이루기 위함이 아니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혁신회의는 외롭고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며 "원외 중심 모임이다 보니 주장이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판에서 원외 인사들이 이만한 주장을 할 공간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의견 다양할 수 있어".. 친명 강선우 "전두환이 군홧발로 짓밟았던 광주에서 어떻게"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의 하나회 발언에 대해 "다양성이 생명인 민주 정당에서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4일 전남 나주시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1차 정기당원대회 전남지역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두관 후보의 생각이 그렇단 것이니 그런가 보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친명계 강선우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전두환이 군홧발로 짓밟았던 우리 민주당의 심장 광주에서 전당대회를 하는 날에 어떻게 우리 동지들을 향해 전두환의 하나회라고 공격하나"라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강 의원은 6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도 "해서는 안 될 비유"라며 "전두환의 군 사조직에 비유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의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런데 왜 하필 전당대회가 시작하니 이제서야 이런 목소리를 내는가"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정동영 "적절치 않은 표현" "당원 결정 존중해야"
친명계와 거리가 있는 인사들도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원은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경쟁은 뜨거울수록 좋지만 당에 상처를 내는 것은 조금 지나친 것이라 생각한다"며 "어떤 비판도 좋지만 전두환의 하나회에 갖다붙인 것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짚었다.
이어 "당내 선거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왜 당원이 이렇게 결정했는가, 그 당원의 결정은 무조건 존중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도 같은날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하나회와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하나회는 조인트 까이고 안기부에 가서 고문당하고 이런 거였다"며 "민주당의 더민주혁신위를 그렇게까지 과장해서 볼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총선 과정에서 비명 계열이 공천에서 많이 배제를 당했었고 그러면서 (혁신회의가) 기세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비판적 견제 발언 자체는 필요하지만 표현은 좀 셌다"고 평가했다.
김두관 "하나회 표현은 비유…그런 주장이 다양성" 사과 거부
혁신회의의 사과 요구에 김 후보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김 후보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회의가 최대 정파가 되면서 지금 김두관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하기 어려운 분위기, 지지하되 이를 오픈 못한다는 분위기가 너무 많다"며 "군내 사조직 하나회가 5월 광주항쟁을 피로 진압하고 신군부 핵심으로 자리 잡은 것에 비유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기에 대해서 사과하라고 그러는데 비유한 것이지 않나. 하나회라는 것이 아니라"라며 "이재명 후보 인터뷰를 보니 '김두관의 생각이니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 다양성"이라며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이로인한 당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는 5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갈등의 불씨는 안 될 것"이라며 "해프닝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후보는 이번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혁신회의 상임대표가 패배한 것을 예로들며 "여러 가지 현상 중에 한 부분을 갖고 이렇게 과도하게 표현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