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여야정협의체 만들자" 與野, 힘겨루기에서 '민생 협치''민생주도권'으로 선회
박찬대 "정부와 국회간 상시 정책협의기구 구축" 제안, 추경호 환영 의사 화답 곧바로 여야 정책위의장 만나 견해차 없는 법안에 대해 조속 입법 추진 합의"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두달 동안 특검과 탄핵 정국으로 힘을 겨뤘던 여야가 모처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7월국회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이나 방송 4법 등 정치 쟁점 법안 정쟁으로 힘겨루기로 일관했던 여야가 8월국회는 '민생 협치' 시동을 걸면서 '민생주도권' 경쟁으로 선회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민생경제가 더는 손쓸 수 없는 중병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정치권이 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에 세 가지 제안을 드린다"며 "경제 비상 상황 대처와 초당적 위기극복 협의를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 간 상시적 정책 협의 기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부 대책 상당수는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들이다. 이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 야당이 모두 참여하는 정책 논의기구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국회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여야 간의 극한 대립 갈등 양상뿐이었다. 끊임없는 대통령과 여사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면서 각종 탄핵안과 특검법을 발의하고 방송장악 4법과 같은 반민생 법안들을 쏟아냈다"며 "우리 스스로도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으로 자책하고 있다. 국회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8월 임시회 정챙 휴전을 선언한다.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아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입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여야정 협의를 하자고 제시한 바 있다"며 "박찬대 원내대표가 여야정 협력기구를 설치하자고 얘기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여야 원내 수석간의 대화를 통해 여야정 협의체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협상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여야정 협의체를 설치하자는 제안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환영한다며 화답한 형식이라 모처럼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야당의 법안과 탄핵안 단독 강행, 여당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라는 정쟁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협치 실마리가 풀렸기 때문이다.
범죄피해자 보호법·구하라법 등 견해차 미미…조율 통해 조속입법 합의
실제로 여야 원내대표의 화답에 이어 곧바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이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첫 정책위의장을 회담을 갖고 여야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민생 법안부터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상훈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민주당에서 당론 발의한 50여개 법안을 살펴보니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법안이 눈에 들어왔다"며 "범죄피해자 보호법, '구하라법', 산업 직접 활성화 및 공장 설립법,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은 같이 논의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진성훈 의장도 "국민의힘에서 중점 추진하겠다고 당론 채택한 법안을 보니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도 꽤 있다. 이런 법안은 여야가 속도를 내서 빨리 입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배제하는 민법 개정안, 일명 구하라법과 간호법 제정안 등은 견해차가 크게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한 쟁점을 조율해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 김상훈 의장과 진성훈 의장은 혹서기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시해 곧바로 입법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상훈 의장은 "전기료 감면 문제는 당내에서도 검토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이 검토하고 있다. 최종 입장이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 잘 검토하겠다"고 했고 진성훈 의장은 "한동훈 대표가 폭염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전기료를 감면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폭염 극복을 위한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민주당 영수회담 제안에 "정책 위주 협의라면 환영"
이와 함께 한동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에 대해 "대표끼리 만나는 것이 먼저"라며 내심 못마땅했던 것보다 진일보한 모습이다. 더구나 그 발언이 다름아닌 한동훈 대표에서 나왔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동훈 대표는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과 마음을 모으고 정책에 대해 협의하자는 것은 중요하다"며 "회담으로 민생을 풀어나가고 정쟁 아닌 정책 위주로 하겠다는 제안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영수회담이 자신을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는 격식보다 민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용주의 정당"이라며 "절차나 이런 것은 나중에 고민해도 될 일"이라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동훈 대표의 '실용주의 정당' 발언은 비단 영수회담 관련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7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한동훈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25만원 민생지원금 입법에 대해 '우리가 좀 대안을 제시해야 되지 않겠느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안 좋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법안의 문제점이 일단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있고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사용 기간에도 문제가 있다"며 "그런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지 민주당이 여러 법안들을 제출할 떄 우리가 계속 반대와 필리버스터로 가는 것보다는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들의 문제점에 대해 우리가 대안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동훈 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 사전회의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민생지원금법에 대해 "여당으로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이 필요하다"며 "야당은 민생 관련 대안을 내놓는데 우리가 반대만 하는 모습은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 다수가 "재원이 13조원이나 들어가는 포퓰리즘 사업"이라고 필리버스터가 불가피함을 주장하자 한동훈 대표는 "우리가 나중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덜하도 고민해서 대안을 제시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한동훈 대표의 반응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일단 자제하고 민생협의로 스탠스를 바꾸는데 역할을 했다는 시선이 있다.
민생회복지원금·금투세 폐지 여부 등 이견차도 존재…채상병 특검 정국도 여전
하지만 여전히 여야 이견차가 큰 정책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세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야가 다른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한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에 대한 초당적 논의를 촉구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주가급락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에는 금투세 폐지에 대해 초당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세계 증시가 여러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큰 주가하락을 만드는 금투세를 유지하면 어려운 상황에서 '퍼펙트 스톰'을 만드는 상황이 된다. 이재명 전 대표가 유연한 입장을 밝힌만큼 초당적 논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와 관련한 토론회를 열자며 이재명 전 대표가 나오지 못한다면 박찬대 원내대표라도 좋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금투세 폐지에 대해 협상 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여야가 터놓고 이야기할 때가 됐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야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했으면 좋겠다. 여야가 정말 허심탄회하게 토론했으면 좋겠다"며 "민주당도 금투세 폐지에 대해 무작정 반대한다, 모든 의원들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닌만큼 협상 여지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경제난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 대해 책임을 묻는 등 아직까지는 날선 모습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7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한국은행을 쌈짓돈 꺼내 쓰는 저금통으로 여기는 것 같다. 세수결손이 지난해 56조원이나 발생한데 이어 올해에도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부족해진 재정곳간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 역대 최대 규모 일시 대출금을 사용하고 있다"며 "부자감세로 우려했던 경제성장률 저하와 재정 건정성 악화 현상은 이미 현실이 됐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지는 못해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채상병 특검법도 여야 협의에 변수다. 더불어민주당이 세번째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를 예고했고 제3자 추천안을 제시했던 한동훈 대표를 향해서도 국민의힘 차원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또 김건희 특검 등을 비롯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장관 인사 청문회 등 여전히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