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기시다, 총리 연임 포기.. 20%대 지지율 퇴진 압박에 결국 물러난다

비자금 스캔들·고물가에 지지율 20%대로 내려 앉아.. 내달 퇴진 '포스트 기시다' 이시바 전 간사장 유력 바이든 이어 기시다까지 재선 포기.. 한미일 3각 공조도 '흔들' 美 "누가 日총리 되든 동맹 계속 심화" 바이든 "용기있는 리더십 기억될 것"

2024-08-15     김승훈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임을 포기하고 내달 퇴진한다.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과 20%대 낮은 지지율을 견디지 못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데 이어 기시다 총리도 물러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을 들여 온 한미일 3국 협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자금 스캔들·고물가에 지지율 20%대로 내려 앉아.. 내달 퇴진

14일 기시다 총리는 내달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국민에게 확실히 보일 필요가 있다"며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보이는 가장 알기 쉬운 첫걸음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를 결정한 것은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일본 정국을 강타한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은 자민당 일부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온 것이 드러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자민당 현직 의원이 입건되고 기시다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다. 그 여파로 자민당은 지난 4월 중의원 보궐선거 3곳에서 전패한 뒤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와 7월 도쿄도의회 보궐선거 등에서도 패배했다.

고물가가 지속된 것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일본 물가는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2.6% 감소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외교 성과와 감세 정책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꾀했으나 돌아 선 여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 기시다 총리가 나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총리직에서 사퇴하게 됐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즉, 내달 선출되는 새 자민당 총재가 이후 국회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신임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포스트 기시다' 이시바 전 간사장 유력

포스트 기시다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민당 지지층의 20% 지지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18%)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13%), 고노 디지털상(8%),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5%), 모테기 간사장(3%),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상(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08년, 2012년, 2018년, 2020년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총재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오랫동안 여론 조사에서 총리 후보감 1·2위로 꼽혀왔으나 당내 세력이 약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12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의원들의 표가 좌우하는 결선 투표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밀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엑스(X·옛 트위터) 팔로워 수가 2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대중적으로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그의 아버지인 고노 요헤이는 지난 1993년 일본 정부로서는 처음으로 일본군의 위안부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단골로 참배해온 극우 성향 의원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도 최근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출마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나 여성 정치인인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포스트 기시다로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이어 기시다까지 재선 포기.. 한미일 3각 공조도 '흔들'

기시다 총리가 내달 퇴진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가장 공을 들여 온 한미일 3각 공조도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재선 도전을 포기하며 미일 정상이 모두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미일 3국 정상이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후 3국은 경제,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공고히 해왔으나 올해가 지나면 미국과 일본의 정치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자민당에서 새로운 총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기시다 내각과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지만 문제는 미국이다. 만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바이든 지우기' 차원에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무력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14일 일본의 정치 상황에 상관없이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1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는 12년 만의 셔틀 외교 재개 등 한일 관계 개선에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누가 일본의 차기총리가 되든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기시다 총리 시절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 내 평가가 상당히 양호하기 때문에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기본적인 큰 줄기는 괜찮을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美 "누가 日총리 되든 동맹 계속 심화" 바이든 "용기있는 리더십 기억될 것"

미국 국무부는 14일(이하 현지시간) 기시다 총리가 연임 도전을 포기한 것과 관련하여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일본과의 동맹 및 파트너십을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는 미국의 특별한 친구였으며 우리는 그의 굳건한 파트너십과 비전이 있는 리더십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그의 리더십 아래 미일 동맹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했으며 진정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리더십은 향후 수십년간 태평양 양쪽에서 기억될 것이며 나는 그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서 항상 감사할 것"이라면서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 덕분에 미일 동맹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는 취임한 이후 나와 함께 미일 동맹을 새로운 차원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는 중대한 새 국가 안보 전력을 발표했으며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공동의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집단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역사적 조치를 취했다"고 높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