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재명 영수회담 제안 거부.. 대통령실 "국회 정상화가 먼저" 尹, 野 겨냥 "반국가세력 암약"
이재명, 영수회담 제의로 중도층 확장 포석.. 대통령실 "탄핵 추진하며 무슨 경우" 국힘 "야당 대표 상대는 대통령 아닌 여당 대표" 윤상현 "한동훈 대표부터 만나야" 尹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하는 반국가세력" 野 "이념 전쟁 다시 시도"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대표가 18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은 이를 거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향해 한동훈 대표와 만남이 먼저라며 영수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야권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영수회담 제의로 중도층 확장 포석.. 대통령실 "탄핵 추진하며 무슨 경우"
이재명 대표는 18일 전당대회 후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민주당 신임 대표로서 윤 대통령께 영수회담을 제안한다"며 "지난 영수회담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지난 회담에서 언제든 다시 만나 국정에 대해 소통하고 의논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만큼 윤 대통령의 화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 회복이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의제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민생을 위한 논의를 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을 앞세워 중도층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이 대표가 민생 주도권을 쥐고 윤석열 정권과 각을 세우겠다는 노림수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19일 뉴스1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국회 정상화 이후에 영수회담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야당이 각종 특검과 청문회, 국정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영수회담이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면서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전날 전당대회 수락연설에서는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폭주를 계속 하고 있다"며 "정권의 부당한 폭주를 제어하는 것은 야당의 본질적 역할"이라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향후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현재 채상병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등 윤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 중이고, 사상 첫 대통령 탄핵 청문회까지 열며 탄핵 여론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국힘 "야당 대표 상대는 대통령 아닌 여당 대표" 윤상현 "한동훈 대표부터 만나야"
국민의힘도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야당 대표의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당 대표"라고 강조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대통령' 연호가 흘러나왔다고 해서 크나큰 착각 속에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영수회담보다는 여야의 민생정치 복원이 먼저"라며 "시급한 민생 현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만나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쟁점 없는 민생법안 처리"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19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조건이 성숙하면 당연히 영수회담을 할 것"이라며 "일단은 우리 한동훈 대표를 먼저 만나야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9일 영수회담 당시에는 국민의힘 당 대표격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 여당 대표가 공석이었지만 지금은 엄연히 당 대표가 있는 만큼 순서상 여야 대표 회담이 먼저라는 의미다.
尹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하는 반국가세력" 野 "이념 전쟁 다시 시도"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야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앞두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해 폭력과 여론몰이,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민 분열을 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러한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며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며 "강력한 안보 태세만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지켜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메시지는 을지 자유의 방패연습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에 빈틈없는 대비태세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만 야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야권 전체를 겨냥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무회의를 극우 지지층 결집용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윤 대통령의 위험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국정운영에는 자신이 없으니 이념전쟁이라도 질펀하게 한판 벌이고 싶은 건가"라며 "윤 대통령의 이념 타령은 이제 좀 지겹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다시 반국가 세력 운운하는 것을 보니, 오는 10월16일 재보궐 선거에서 대패해야 다시 정신을 차릴 것 같다. 정신 번쩍 차리게 해주겠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