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여야, 대표회담 '제3자 채상병특검법' 신경전 가열..'생중계' 줄다리기는 일단락

민주 "오늘이 韓 특검법 발의 시한.. 바지 사장 아닐 것" 韓 "왜 오늘? 급하면 독소조항 빼고 발의하라".. 민생 패스트트랙 제안하며 돌파 시도 생중계 신경전은 일단락.. 韓 "회담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진 않겠다" 대표회담 의제 설정 '용산 패싱'? 장동혁 "정무라인서 충분히 소통"

2024-08-26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된 여야 대표회담을 앞두고 여야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대표회담이 성사되기 전 한동훈 대표에게 26일까지 한동훈표 특검법 발의를 요구했었는데 회담이 연기되면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가 회담의 전제 조건이 되는 양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 대표는 특검법 발의를 위한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그렇게 급하면 민주당이 독소조항을 빼고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맞섰다. 동시에 회담 생중계를 고집하지 않는다며 민생 패스트트랙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한 대표 측이 용산 대통령실과 회담 의제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용산 패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친한계는 정무라인에서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며 패싱 논란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 "오늘이 韓 특검법 발의 시한.. 바지 사장 아닐 것"

당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여야 대표회담은 25일로 예정되었으나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된 상태다. 이 대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8월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회담은 9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장 27일에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국회사무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28일에는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29~30일엔 각각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 민주당 의원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제시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발의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한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약속한 특검법을 26일까지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원래 예정됐던 25일에 대표회담이 열렸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26일까지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특검법 발의 없이 대표회담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대표회담을 위해 민주당이 제시한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니 숙이고 들어갈 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일제히 시한 제시 마지막날인 26일 한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제시한 '한동훈표 특검법' 제안 시한이 내일(26일)"이라며 "내일까지 채 상병 특검법을 가져오라"고 압박했다.

이어 한 대표를 향해 "반바지 사장, 허수아비 대표가 아니라면 특검법을 오늘이라도 내놓으라"며 "그렇게 오랫동안 약속해 온 본인의 1호 공약인 채 상병 특검법조차 내지 못하니 여권 지지자들까지도 답답해한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한 대표에게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한 시한"이라며 "한 대표가 국민에게 대놓고 허언을 한 게 아니라면 오늘 중 말이 아니라 법안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재차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에 취임한지 한달이 넘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10명의 의원을 구하지 못해 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며 "일국의 집권여당 대표가 그 정도 능력조차 없는 바지사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못한다. 그러면 두 달 주어지면 가능하고 석 달 주어지면 가능한 것이냐"라며 "한동훈 대표는 본인이 제3자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게 된 것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과 인터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3차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지 않으면 일종의 공수표를 날린 것"이라며 "한 대표가 자신을 지지하고 뜻을 같이 하는 국민의힘 의원 10명을 모아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으냐 없느냐는 리더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韓 "왜 오늘? 급하면 독소조항 빼고 발의하라".. '공수처 수사 후 특검 후퇴는 아니다'...민생 패스트트랙 제안하며 돌파 시도

민주당의 압박에 한동훈 대표는 당내 의견 수렴이 먼저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 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이견을 좁히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 절차를 저는 계속 진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입장에서 정치 게임으로 보고 이렇게 하면 여권이 분열될 거라고 포석을 두는 건데 포석을 따라갈 필요 없다"며 "저는 이 사안이나 보훈적 상황을 봤을 때 필요하다고 보는데, 반대하는 분들의 논거가 강해졌다"라며 조율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왜 오늘 하라고 하는지 이상하지 않느냐"며 "민주당이 뭔데 언제까지 하라고 (하느냐)"라고 불쾌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 급하면 자기들이 독소조항을 빼고 법안을 철회하고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면 통과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 발의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다 보고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도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러면 통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공수처 수사 후 특검안'으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23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 민심을 거스릴 수 없다"며 "공수처의 수사종결여부를 특검법 발의에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선수(야당)가 심판(특검)을 고르는 경기라 진실규명을 할 수 없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같은 제삼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며 이른바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밝혔다. 

이에 한 대표의 입장이 당대표 전후 2달만에 180도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와관련 국민의힘 공보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특검법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가 공수처 수사 후 검토로 입장이 후퇴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며 "한동훈 대표는 오늘 오전 출입기자 차담회에서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26일까지 특검법안을 확정하라"는 민주당의 압박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며 '친한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섰다. 

친한계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은 26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낼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10명, 20명의 의원들이 발의할 순 있겠지만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고 그렇게 발의하는 것은 당내 분열만 조장할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모습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당내 다수 의원들의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실의 입장도 그렇다"며 특검 발의 시기에 대해 "날짜를 못 박아서, 시기를 못 박아서 말씀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같은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특검법에 대한 당 내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종섭 전 호주 대사가 귀국해서 공수처 수사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지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이 전 대사 소환 조사조차 안 하고 있다"며 "반드시 해야 될 수사는 지금 진행을 안 시키는 상황에서 엉뚱하게 대통령의 당시 통화 기록을 뒤지고 그거를 특정 언론에 흘려서 보도되게끔 한다든가 하는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수처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후에 특검을 할지 말지를 정하자 하는 게 기존의 입장이었는데 사정 변경이 생긴 것"이라며 "공수처의 정치 플레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당내에서 확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 압박을 민생 카드로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님의 코로나 확진으로 잠시 미뤄졌지만 국민들께서 여야 회담을 기대하고 계신다"며 "그 이유는 정치의 복원 그리고 민생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로의 새로운 전환을 많은 국민들께서 바라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 관련 법안은 패스트트랙을 만들었으면 한다"며 "이 대표의 판결이 나오면 서로 공방이 있겠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민생 법안은 별도 트랙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생중계 신경전은 일단락.. 韓 "회담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진 않겠다"

여야 신경전의 출발이된 회담 생중계 문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전날까지만 해도 생중계를 고수했으나 한동훈 대표가 이날 생중계를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대화로 협의하자는 것이지 토론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며 생중계 공개회담을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오직 국민을 위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인데, 굳이 밀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며 "일전에 이 대표께서 말씀하셨듯이, 국민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면 국회 로텐더홀이든 광화문광장이든 '의자 하나, 책상 하나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보는 앞에서 여야가 협의한다면 못해낼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몇 번이고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국민이 원하는 결과물을 여야가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생중계를 고집하는 것이 도리어 회담 성사를 어렵게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생중계하는 것은 오히려 합의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이 생방송을 못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각 서로의 지지층만 의식하게 되면 양보할 수가 없다"며 "생중계를 고집하는 것은 정치를 잘 모르고, 회담을 잘 모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지층이 봤을 때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 내용들, 양보할 만한 내용들도 중간에 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회담의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모두 생중계해 버리면 지지층을 설득하는 과정들이 다 생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생중계 회담은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커 진솔한 대화나 정치적 타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대표는 "회담의 전부를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여야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 회담을 반드시 하게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쟁점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며 "그렇게 됐을 때 그 과정과 차이점, 국민을 위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양당의 관점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라며 생중계를 요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점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며 "저는 공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회담의 전제로서 그것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우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생방송에 대한 수위 조절 부분이 애초(걸림돌이었지만) 여당이 회담 자체를 성사시키고 싶은 그런 의지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표회담 의제 설정 '용산 패싱'? 장동혁 "정무라인서 충분히 소통"

한편 한동훈 대표 측이 여야 대표 회담 의제 설정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패싱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지난 한주 동안 한 대표 측 인사들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대표회담 의제에 대한 논의를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에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대표 측에 가장 실망한 것은 이재명 대표와 회담 준비과정에서 한번도 용산과 협의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회담 날짜까지 확정했으면 실무 회담은 민주당과 한다 해도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 용산과 합을 맞춰야 하는데 그런 요청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 역시 "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비공개 정책협의회도 있었지만 당대표 회담 의제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최측근인 장동혁 수석 최고위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장 최고위원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무라인에서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정훈 당대표 비서실장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이 소통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코로나에 걸려서 중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표회담의 형식을 놓고 논의하다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협상이 중단되다 보니 의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왜 이런 보도가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다"라며 용산패싱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