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의대증원 '윤-한 갈등' 고조, "관계 파국" 임박.. 용산-韓 "마이웨이"

윤한갈등...韓 당대표 후 3번째...대통령실, 만찬 이틀 앞두고 돌연 연기 "추석 민심 먼저 듣자" 한동훈,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제안에 尹 불쾌감? 韓 제안 대통령실 거부.. 친한계 "앞이 캄캄.. 달나라 수준 상황 인식" 대통령실 "의사 수 증원하지 말자는 얘기" vs 韓 "국민 건강 안전 지키는 것이 최우선" 나경원 "한동훈 유예안 찬반 말할 수 없으나 신중한 논의 필요... 의정갈등 책임자 물러나야" 장성철 "만찬 회동 연기, 관계 파국" 박성민 "한동훈, 정부 카드 자신이 써버려" 이재명 "한동훈 '증원 유예', 불가피한 대안".. 韓에 힘 실으며 與갈등 유도

2024-08-28     김승훈 기자
시선 엇갈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대증원 1년 유예' 제안을 용산 대통령실이 거부하면서 시작된 윤-한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 대표가 거듭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재차 촉구하자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제안은 의사 수를 늘리지 말자는 얘기'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동훈 대표가 지난 7.23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가 된 후 한달여 가량 지난 상황에서 '윤-한갈등'은 벌써 3번째다. ▲3자추천 채상병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이어 이번에 ▲의대정원 유예의 의정갈등이다. 당정갈등이 정치 사안에 대한 인식차를 넘어 '정책갈등'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급기야 오는 30일 예정되어 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여당 지도부 만찬이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 추석 민심을 충분히 들은 뒤 만찬을 갖겠다고 설명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윤-한 갈등'이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만찬 이틀 앞두고 돌연 연기 "추석 민심 먼저 듣자"

한동훈 제안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에 尹 불쾌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신임 지도부 만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4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오는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와의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찬 연기 사실을 알리면서 "추석 민심을 듣고 그다음 만나시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연기했다. 추석 민생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서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추석이 보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불과 이틀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만찬을 연기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해 내년은 결정된 대로 증원을 하되 내후년에는 의사단체와 논의를 거쳐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한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다음 날인 26일 기자들과 만나 "의료 인력 수급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며 "국회에서 법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의료계와 협상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타협을 통해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더군다나 의료계가 결정할 사안도 아니"라며 협상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韓 제안 대통령실 거부.. 친한계 "앞이 캄캄.. 달나라 수준 상황 인식"

그럼에도 한 대표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27일 금투세 폐지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경감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저는 2025년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엔 2025년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동훈 대표 측도 정부 압박에 나섰다.

친한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8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최근 응급실 대란이 심각한 상황인데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정말 앞이 캄캄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더라. 달나라 수준의 상황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도 같은 날 KBS에 "현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면 국민의힘 제안보다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의사 수 증원하지 말자는 얘기" vs 韓 "민심 맞는 의견 전달할 것. 국민 건강 안전 이 최우선"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도 "대통령실 입장은 변함없다"며 한 대표의 제안을 거듭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한 대표, 당 쪽 의견과 무관하게 항상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한 대표의 제안에 대해 "대안이라기보다는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 같다"며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료파문의 책임자로 박민수 복지부 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진으로 닷새 만에 업무에 복귀한 추경호 원내대표도 한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유예를 심도 있게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 없다"며 "의료 개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정부 추진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윤'인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입장을 같이하겠다고 밝혀 한 대표와 입장을 달리했다. 

한편, 대통령실의 만찬 연기 소식을 접한 한동훈 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야기 들은 것은 없다"며 용산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통보라는 것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어떤 것이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어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면서 '민심'을 고리로 용산과 대립각을 지속할 의지를 내비쳤다.

나경원 "의정갈등 장기화 정부 책임자 책임져야"...한동훈 유예안 "조금 더 진지한 논의해야 할 때" 일부 동조

이렇듯 '의대증원' 문제로 당정갈등이 심각하게 치닫는 상황에서 '친윤'으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나경원 의원이 '책임자 교체'를 주장하고 한 대표의 유예안에 동조적 모습을 보였다. 추 원내대표와 다른 입장을 보여 친윤 내에서도 입장차를 보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의정갈등 문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정부가 풀어야 된다"며 "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복지부 장,차관을 겨냥했다. 

나 의원은 "정부가 처음 출발한 지금 대한민국의 지역의료 공백, 필수의료 공백, 응급의료 공백 이러한 부분에 대한 위기의 진단은 정말 바른 진단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를 무조건까지 끌고와 지금 9월이 됐는데도 (의료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관련 부처 책임자들이 책임져야 한다. 오랫동안 국민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먼저 책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정부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사회자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제2차관 교체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정도 까지 하겠다"면서 "새로운 협상자가 온다면 저는 변화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다"고 말했다. 의정파국 정부 임자 교체로 의정갈등 해법을 위한 새로운 정부 책임자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한 대표의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해 다소 공감을 보였다. 나 의원은 "이 중재안에 대해 찬성한다 아니다고 말씀드릴 때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조금 더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때다. 최근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보면 이제는 우리가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을 더이상 요구하기 어렵다"며 "숫자에 매몰돼서 이야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숫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수가의 문제라든지 우리가 종합적으로 디자인해야 될 것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하며 "하루빨리 제대로 된 대안들을 머리에 맞대고 만들어내야 된다. 그래서 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자들은 저는 물러나야 된다"고 강조했다. 

장성철 "만찬 회동 연기, 관계 파국" 박성민 "한동훈, 정부 카드 자신이 써버려"

정치권에서는 의대증원 유예를 놓고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대표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윤-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8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당정이 다른 건 몰라도 정책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나 한동훈 대표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지금 얘기하고 있다"면서 "30일 예정인 만찬 회동까지 연기된다. 이렇게 되면 파국"이라고 말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도 같은 방송에서 이번 일이 "윤한 갈등의 변곡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갈등은 용산 대통령실이 '한 대표가 선을 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8일 CBS라디오에서 "지금 한동훈 대표가 내놓은 안은 어떻게 보면 정부로서는 최후의 카드로 갖고 있을 수 있는 카드"라면서 "그러면 이건 대통령의 카드여야지 한동훈 대표의 카드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마지막 순간에 협상 카드로 쥐고 있던 것을 한 대표가 꺼내면서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한동훈 '증원 유예', 불가피한 대안".. 한동훈에 힘 실으며 與갈등 유도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 안에 대해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백안시하지 말고 그 문제를 포함해서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심도있게 고민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대표가 하는 제안조차 대통령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런 정도 논의 풍토로는 의료 대란 대책을 만들기 어려우니 전향적 사고를 해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의료 대란이라는 민생 문제에 대해 여야 협치 차원에서 나온 것이면서 동시에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윤 대통령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