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갈등, 李와 화합…국힘 연찬회서 보인 韓의 심중
‘의대정원유예안’두고 윤한갈등 政, 의대정원 문제 연찬회서 설명 韓, ‘비공개 일정’ 이유로 불참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의대정원이 윤한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는 한편 민생이 양당과 화합의 매개가 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의 5일간 행보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는 갈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오히려 화합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대표는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민생’을 강조했다. 같은 장소에서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표와 1일 국회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다고 발표했다. 민생 법안을 두고 양당이 협치하자는 내용이다. 회담의 형태도 민주당 쪽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그러나 같은 연찬회 프로그램 중 대통령실에서 급파한 국무위원의 설명회에 한 대표는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설명회는 의료개혁 관련 사항을 다뤘다.
의대정원 문제가 갈등의 씨앗이 된 것은 25일부터다. 한동훈 대표는 25일 고위 당정 회의 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6일에도 국민의힘 최고위 회의에서 의료개혁 이슈가 나오자, 대통령실에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의료계 문제를 정부가 관리 가능한데 여당이 정부를 미덥지 못하게 보고 대통령의 의료 개혁 의지를 흔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엔 2025년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전공의 등 의사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아 의료 체계가 파행을 겪자 한 대표가 유예안을 낸 것이다. 유예안은 올해 모집하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최대 1509명 확대하기로 한 정부 결정은 유지하되, 이듬해인 2026학년도 증원은 재검토하자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 제안에 대해 즉각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개혁에 대해 정부는 일관된 정책 방향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30일로 예정했던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유예안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당국은 아직 (현재의 의료대란을)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저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다”며 사실상 대통령실을 향해 해명의 메시지를 날렸다.
한 대표는 또 “(1년 유예안은) 정부의 의료개혁이 중요한 과제이고 그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는 그런 선에서 말씀 드렸던 것”이라며 “다른 대안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대통령실에서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한 대표와 소통이 잘 이뤄지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당정 간에 소통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되겠느냐”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고 주말마다 고위당정협의도 꼬박꼬박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29일 있는 국민의힘 연찬회 프로그램에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를 긴급히 포함시키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총리,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을 연찬회에 급파했다. 대통령의 의료개혁 상황을 의원들에게 설명하라는 취지다.
한동훈 대표는 그러나 정부보고를 듣지 않았다. 한 대표는 정부보고가 시작하기 전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연찬회장을 급히 빠져나갔다. 유예안을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2024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 "정부가 막연히 잘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거의 운수(運數)에 기대고 있는 것 같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한동훈 대표의 유예안 제시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는 것 같다. 도울 게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고, 이재명 대표와는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