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반명'? 이재명 '25만원' 반대…친명 "왜 바람 빼나" 비판 목소리

김동연 "어려운 사람에게 두컵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 주는 것이 맞아" 신정훈 행안위원장 "민주당이 선별지원 반대한다는 듯한 발언 아쉬워" 채현일 "보편적 복지는 민주당이 견지해온 가치, 부적절한 발언 철회를" 김남국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이익만 앞세우는 모습…지금은 단결할 때"

2024-09-08     박상현 기자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더불어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의 핵심정책이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동연 지사가 마치 반명의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자 민주당 의원 일각에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동연 도지사는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한 자리에서 "지금 상황에서 지원금이나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참성이지만 방법에 있어서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국민에게 25만원씩 나눠주면 13조원이 든다고 한다. 13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13조로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사업을 포기한 결과인데 두텁고 촘촘하게 어려운 사람에게 더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지사는 "어려운 사람들이 소비 성향이 높다. 지난 2020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줬을 때 그것이 소비로 연결되는 것이 높지 않았다"며 "소비를 하는 중산층 이하나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두텁게 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고 타켓팅할 수 있는 재정 역할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도 걱정인데 타겟팅 지원하게 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훠러씬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과 뜻을 달리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의 경우 25만원 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보편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김 지사는 보편 지원이 아닌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차등 지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경기도당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핵심정책에 반기, 친명 의원 "기재부 공무원 '모피아'라 부르는 이유 잆어" 비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과 다른 생각이 김 지사의 입에서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도 이에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무엇보다도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반명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관련 법을 심사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 기류가 거세다.

행안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8일 SNS을 통해 김 지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경기도와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화를 나눈 것이 엊그제인데 이런 식으로 자기 당의 정책에 대해 바람을 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당 지도부에서도 '선별지원도 동의할 수 있다'고 통크게 판단하는 문제에 대해 마치 민주당이 선별지원은 죽어도 안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데 왜 이런 발언을 하는지 참 아쉽다"며 "여야를 떠나 기재부 출신 정치인들의 생각은 아주 비슷하다. 기재부 공무원들을 '모피아'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고 기재부 장관 출신의 김동연 지사를 저격했다.

또 신 의원은 "갑자기 없던 세수가 수십조원씩 더 걷히기도 하고 국회 의결없이도 지방재정을 십수조원씩 주저없이 칼질을 해대는 기재부가 늘 야당이나 국민을 향해서는 단 한푼도 여유없는 것처럼 으름장을 놓는 것은 그들만의 상투적 수법이다. 일단 이 사람들은 자기가 국가재정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남도의원 8년, 나주시장 8년, 국회의원 9년차인 나도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힘든데 기재부 사람들은 무슨 자신감이 이렇게 넘치는지 모르겠다"며 "김동연 지사의 발언은 13조 지원으로 인해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항상 이런 식인데 정말 포기해야 하는 13조 상버이 있다면 나도 한번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 의원은 "전국민 25만원은 일종의 소비 바우처 형태로 지급되고 안쓰면 회수하는 방식이니 전국민이 25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여기에 따르는 승수효과와 세수는 현장에서 생명수처럼 다가올 것"이라며 "25만원 지급에 소요되는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라는 말은 당연하다. 모두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고 그 세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는 국가공동체가 함께 결정하는 것이고 그 결정권을 정부가 가치고 있고 국회는 법을 통해 그 집행권을 통제한다. 이런 과정을 모를리 없는 김 지사의 발언은 마치 '13조원을 날린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선별지급을 하자는 주장은 당이 그걸 반대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당에게도 좋지 않은 발언이다. 차등지원을 한다고 해도 총액은 그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행안위원인 채현일 의원도 지난 7일 자신의 SNS을 통해 "김동연 지사님, 내가 잘못 들은거겠죠. 민주당 당론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반대하다니요"라며 "보편적 복지는 그동안 민주당이 견지해 온 가치다. 침체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가장 앞장서야 할 민주당 단체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철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튜브 <삼프로TV>를 본 시청자 사이에서도 김동연 지사에 대한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친명 성향의 네티즌들이 올린 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기재부 관료 출신들이 다음 대권을 노리고 있다. 김동연 지사도 그만 욕심 버리라"고 말하는가 하면 "김동연 정치적으로 머리를 너무 돌린다"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한다고? 누가 떠오르네", "저런 사람이 나라일을 하고 있다니" 등 김동연 지사를 비난하는 댓글로 가득했다.

강성친명 김남국 전 의원 "김동연 지사 대권 밀어주나" 비난

이와 함께 김동연 지사가 다음 대권을 노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노골적인 불만이 터지기도 했다.

강성친명으로 분류되는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자신의 SNS을 통해 CBS 라디오 <이철희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동연 지사에 대해 |"현안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고 인터뷰 내내 김동연 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띄워주는 노골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나마 뒷부분에 잠깐 언급된 2~3개의 현안도 형식적인 질문에 불과해보였다"며 "42분 내내 개인 이력들이 계속 이어졌고 심지어 김동연 지사가 쓴 책까지 들고나와서 홍보해주는 모습에 헛웃음까지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폭압과 폭정이 계속되고 있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검찰의 수사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야당 인사들에 대한 재조사도 시작되었고 김혜경 여사는 이번주에 또다시 소환되었다. 의료대란과 경제 정책 실패로 민생은 파탄 직전이고 역사가 친일파에 왜곡되고 있는데 김동연 지사가 자신을 대선 후보로 부각하려는 모습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 정치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돼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지금은 정치인들이 개인 목표나 야망을 내려놓고 민주당의 집권과 대의를 위해 헌신해야 할 때이다. 지금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결과 희생이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김 지사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