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10·16 재보선으로 윤석열-한동훈-이재명 ‘10월 위기설’ 현실화하나?

재보선 결과 따라 尹 레임덕 본격화, 韓 축출설 가동, 李 리더십 흔들 서울교육감 보궐, 진보-보수 후보단일화 최대 변수 보수 텃밭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 야권 단일화 주목 이재명-조국 호남대전(湖南大戰), 호남 민심 선택은?

2024-09-10     서경선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16 재·보궐선거 실시 지역이 교육감 1곳, 기초자치단체장 4곳 등 총 5곳으로 확정됐다고 2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경선 기자] 10월 16일 재보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보궐선거가 불러올 파장에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초 10월 재보선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곡성군수, 전남 영광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 4곳이 대상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초단체장 4곳 재보선은 민주당에 유리한 호남 2곳과 국민의힘이 강세인 부산·인천 2곳에서 치러진다. 급도 낮고 사실상 승패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 확정으로 교육감직을 상실해 차기 교육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10월 재보궐 선거 때 함께 치러지게 됐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추가되면서 10월 재보선 판이 커졌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재보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선거 결과에 따라 거대 양당 모두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

재보선 결과 따라 尹 레임덕 본격화, 韓 축출설 가동, 李 리더십 흔들

여기에 윤석열, 한동훈, 이재명을 둘러싼 ‘10월 위기설’이 10월 재보선 결과와 맞물릴 때 정국이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10월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

‘10월 위기설’은 윤석열, 한동훈, 이재명 3인 모두 또는 1∼2인이 10월에 정치적으로 큰 난관에 부딪힌다는 시나리오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20% 초중반대의 지지율로 레임덕 위기를 맞고 있다. 여당이 10월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며 본격적인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미 국민에게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여당은 올 4월 총선에서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역대급 선거 참패를 당했는데도 윤 대통령은 오히려 의료대란과 뉴라이트 역사 논란 등 민생과 관련 없이 독주하고 있다. 10월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진다면 여당보다 윤 대통령이 잘못해서 진 선거로 평가받을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과 사이가 삐걱대고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 축출 시나리오’가 본격 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친윤계에선 윤-한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만큼 흔들기에 그치지 않고 과거 ‘이준석 사례’처럼 중도하차시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 대표는 10월 재보선 대상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을 시·도당에 위임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한 대표가 취임 후 첫 시험대인 재보선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만약 재보선 성적표가 나쁜 데다 10월로 예정된 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의혹 재판 1심에서 유죄 선고까지 내겨질 경우 리더십에 내상을 입고 향후 대선 경쟁력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2022년 대선과 4월 총선, 두 번의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일극체제’를 구축해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당장 공개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은 작다.

반면 윤-한-이 3인 중 재보선에서 승리하는 쪽은 지지율 반등, 당내 기반 강화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재보선 승패의 기준은 명확하다. 국민의힘은 보수 텃밭에서 벌어지는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 보선에서 모두 이기고 서울교육감 보선에서 보수후보가 당선될 경우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 민주당은 호남 텃밭에서 치러지는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이기고 서울교육감 보선에서 진보후보가 당선되면 완벽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

결국 양당 모두 텃밭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교육감 보선에서 보수-진보 어느 쪽 후보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 세번째)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10·16 재·보궐선거' 준비를 위한 부산시당·인천시당에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교육감 보궐, 진보-보수 후보단일화 최대 변수

교육감 후보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적을 보유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여야 정당 역시 현행 교육자치법상 ‘교육감 선거 정당개입 불가’ 규정에 따라 교육감 후보를 공개 지원할 수 없다. 서을시 교육감 선거에서 여야 정당이 직접 경쟁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수도에서 펼쳐지는 교육감 선거인 만큼 4월 총선 이후 민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10월 치러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이날 기준 15명에 달한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의 승패는 후보 단일화에 달려있다. 보수 교육계는 지난 세 차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표가 분산돼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에게 내리 패했다.

보수 진영에선 이번에도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진통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두 곳이 주도하고 있다. 두 단체는 지난 5일 함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를 꾸렸다. 그런데 최근 보수 교육계에서 단일화를 위한 ‘제3의 기구’를 꾸리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계에선 “단일화 기구부터 단일화가 안 되는데, 후보 단일화가 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현재 보수 진영에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 윤호상 서울미술고 교장 등 5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 가운데 8일까지 통대위에 경선 참여 신청서를 낸 후보는 안양옥 전 회장과 홍후조 교수 등 2명이다. 참여 마감(9일)을 하루 앞두고도 후보 상당수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진보 교육계는 비교적 순조롭게 단일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를 구성, 단일화 후보 접수를 마치고 본격적인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출마를 선언한 9명 중 8명이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의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했다.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 정근식 서울대 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 8명이 단일화 후보로 등록했다. 최보선 전 교육의원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그런데 10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민주당으로부터 사실상의 불출마 권고를 전달받아 최종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곽 전 교육감의 교육감 출마와 관련해 “시민의 상식선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상 출마하지 말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곽 전 서울시교육감은 12년 전 선거 비리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교육감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을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조국 호남대전(湖南大戰), 호남 민심 선택은?

전남 곡성과 영광은 민주당의 전통 강세 지역이지만 혁신당이 지난 총선 당시 호남 정당득표율에서 민주당을 앞섰던 만큼, 혁신당은 두 지역 모두에 후보를 내는 승부수를 띄웠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텃밭 민심의 변화를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텃밭 수성을 자신하지만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여론도 있다. 지난달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후로는 ‘호남 홀대론’도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혁신당은 일찌감치 호남권 재선거 총력전을 선언했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와 신장식 의원이 재보궐 선거 전까지 각각 영광과 곡성에서 월세살이하겠다고 밝혀 '호남 홀대론'이 불거진 민주당 견제 수위를 끌어올렸다. 조국 대표는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게 해야 한다.”면서 “호남에서 (민주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겠다”고 했다.

혁신당이 재보선을 통해 총선 이후 낮아진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2026년 지방선거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혁신당은 22대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혁신당)' 구도로 총 12석을 얻었다. 혁신당 소속 국회의원 12명 모두 비례대표다. 지난 4월 총선 때 호남지역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영광과 곡성에서 각각 39.4%, 39.8%를 득표해 민주당과 1%포인트 안팎의 박빙 대결을 벌였다. 당시 전남 전체에서는 혁신당이 43.9%를 득표해 민주당(39.8%)을 4.1%포인트 격차로 눌렀다.

다만 재선거가 치러지는 영광 지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단 민주당 지지율이 혁신당 대비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등일보와 뉴시스 광주전남본부가 영광 거주민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100% 무선 ARS 방식으로 '투표할 정당 후보'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2%가 민주당을 꼽지만, 혁신당은 11.9%에 불과했다.

이어 '지지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도 민주당이 71.6%를 얻어 혁신당(13.2%)을 압도했다. 다만 응답자 전체를 대상으로 '지지후보 선택 기준'을 물은 결과 50.0%는 후보자의 자질을 선택했고, 후보자의 소속 정당을 꼽은 응답자는 17.2%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혁신당 견제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가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한 것이 10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민주당 중심’으로 야당이 단결해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선거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프레임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영광군수 선대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조국 대표를 겨냥한 신경전에 나섰다. 박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대표가 전남 영광, 곡성에서는 경쟁하고, 부산 금정 등에서는 단일화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호남을 양보하라"며 역제안을 했다. 그는 "호남에서 경쟁하면 진보 분화가 시작될 우려가 있기에 민주당에 양보하고 국민의힘 텃밭인 인천 강화, 부산 금정에서 범야권 단일후보를 내 승리하자"고 제의했다.

민주당은 곡성군수 후보에 조상래 전 도의원, 영광군수 후보에 장세일 전 도의원을 각각 확정했다. 혁신당도 공천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혁신당은 10일 곡성군수 후보에 박웅두 전 곡성교육희망연대 대표를 공천했다. 영광군수 후보 경선에서는 예비후보 4명이 맞붙었으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2위 후보 간 결선을 진행하게 됐다. 결선 진출자는 장현 전 호남대 교수와 정광일 혁신당 재외동포특별위원장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0일 오후 전남 영광 법성포 굴비상점에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 텃밭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 야권 단일화 주목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는 국민의힘이 줄곧 우위를 보인 지역이다.

금정구청장 자리를 놓고 국민의힘에선 예비후보 6명이 공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김영기(67) 전 부산시 건설본부장, 최봉환(65) 금정구의회 의원, 최영남(67) 전 부산시의원, 김천일(70) 전 금정구의회 의원, 박승기(53) 사회복지법인 천혜복지재단 이사장, 윤일현(59) 부산시의원 등 6명이다.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정구는 부산 내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금정구에서 야권표가 분열되면 당선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혁신당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에 류제성 변호사를 일찌감치 정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혁신당은 내심 자당 후보로 단일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혁신당은 4·10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정당 득표율을 앞질러 2위를 차지했다.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부산에선 국민의미래 45.93%, 혁신당 22.47%, 더불어민주연합 20.84% 순이었다.

민주당은 9일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경지(변호사) 전 금정구 지역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민주당이 김경지 전 위원장으로 최종 결정한 것에는 혁신당과 단일화하더라도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인물론만 볼 때 혁신당 후보와 단일화하든, 3파전에서든 경쟁력에서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결국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 다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패배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부산 유일의 민주당 현역 의원인 전재수 의원도 “아직 단일화 논의를 본격화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다만 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수 보선은 보수 텃밭이라는 지역 특성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들이 넘쳐난다. 16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인사가 14명에 달한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9~10일 1차 경선을, 여기서 1~4위까지 4명을 상대로 12~13일 2차 경선을 치러 공천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10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차 경선 결과 김세환, 박용철, 안영수, 유원종 등 4명의 예비후보가 경선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한연희 전 평택시 부시장이 단독 출마했고, 무소속 후보로 김병연 전 인천시장 지역협력특보가 뛰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지만 국민의힘 경선을 포기했다. 무소속 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