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갈등은 커지고, 성과는 없고…한동훈호(號) 50여일, 리더십 의문 속 지지율만 하락
한국갤럽,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20%, 취임후 역대 최저, 10%대 위기 국민의힘 지지율도 尹정부 출범후 최저치인 28%…민주당은 33% 수도권·청년층 지지율 답보 또는 하락세…중수청 중심 외연확장 실패 당정갈등에 의정갈등까지 겹치며 한동훈 리더십·정치력에 의문부호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아니, 계속 하락하면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지지율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에도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갸율은 직전 조사보다 3%P 떨어진 20%였던 반면 부정 평가는 3%P 오른 70%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율 20%는 취임 후 최저치이고 부정 평가율 70%는 최고치다.
또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은 28%로 직전보다 3%P 떨어진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P 오른 33%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의 조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8월 4주차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이 32%로 더불어민주당(31%)에 1%P 앞섰지만 8월 5주차에서 30%로 떨어져 더불어민주당(31%)에 역전을 허용한 뒤 계속 더불어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급기야 1%P였던 차이는 5%P로 벌어졌다. 물론 오차범위 내라고는 하지만 지난 7월 4주차에서 35%로 더불어민주당(27%)에 8%P로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던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이상신호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외연확장 위해 '중·수·청' 공 들인다고 했지만…정당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
한동훈 대표는 지난 7월 23일 국민의힘 당대표로 당선되면서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한지 불과 석달여만에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됐다. 뜨거웠던 전당대회 열기로 컨벤션 효과까지 얻으면서 당대표 지지율 당심, 민심 모두 63%의 압도적 기대를 안고 출발한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율 35%라는 성적표로 당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 3주 동안 조사를 쉰 사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33%~35%의 지지율에서 왔다갔다한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7%까지 하락했으나 한달만에 두 당의 지지율 차이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물론 여론조사 전문업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의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33%로 더불어민주당(30%)에 3%P 앞서있긴 하지만 분석 결과는 한국갤럽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모두 정당 지지율에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조국혁신당(11%)이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41%로 국민의힘을 크게 앞선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국민의힘은 34.6%로 더불어민주당(40.1%)에 5.5%P 차이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지만 한동훈 대표가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에서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갤럽의 조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국민의힘 서울지역 지지율은 30%로 더불어민주당(27%)에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천 및 경기 지역에서는 25%로 더불어민주당(38%)에 무려 13%P나 뒤져 오차 범위 밖에서 열세를 보였다. 또 18세부터 29세, 30대, 40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5%, 25%, 20%로 더불어민주당(22%, 30%, 50%)을 앞서지 못했다. 정당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것은 60대(39%-31%), 70대 이상(53%-24%) 뿐이었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의 조사 역시 한국갤럽과 크게 다르진 않다. 국민의힘 서울지역 지지율은 32%로 더불어민주당(26%)에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인천 및 경기지역은 31%로 더불어민주당(33%)에 오차 범위 내에서 뒤졌다. 연령별 조사에서도 18세부터 29세 연령의 지지율은 24%로 더불어민주당(29%)에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뒤졌다. 30대에서는 30%로 더불어민주당(25%)에 오차 범위 내 우위를 보였지만 40대는 19%에 그쳐 더불어민주당(45%)에 오차 범위 밖에서 크게 열세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만 봤을 때 한동훈 대표의 당선 직후인 8월 1주차와 최근 여론 조사인 9월 1주차를 보면 서울 지역은 36.8%에서 31.8%로 떨어졌고 인천경기도 38.0%에서 32.5%로 하락했다. 한동훈 대표가 원하는 중수청에서 힘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지난 50여일 동안 한동훈 대표가 중수청을 대상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정 갈등에 의정갈등까지…좀처럼 설자리가 없는 한동훈
무엇보다도 한동훈호가 국민 여론의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정 갈등을 비롯해 의정 갈등까지 겹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한 시점부터 용산 대통령실과 기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용산 대통령실에 알렸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전당대회 당일에도 윤 대통령은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았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이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진행하긴 했지만 한동훈 대표와 최고위원만 초청한 것이 아니라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나경원, 윤상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모두 초대했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동훈 대표에서 나왔고 친윤계는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대놓고 비판하진 않았지만 불쾌해하는 인상이 역력했다.
급기야 지난 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부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수도권 중진 의원들만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원래 한동훈 대표를 포함한 여당 지도부와 만찬이 지난달 30일 계획되어 있었지만 이를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해놓고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최고위원만 빼놓고 만찬을 가진 것이다.
이는 한동훈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의 뜻과 달리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에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의료개혁 문제를 놓고 당정 갈등의 앙금이 남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대통령실은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한동훈 대표의 요청을 수락하긴 했지만 윤한 갈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한 갈등, 당정 갈등이 정부와 집권 여당의 '내부' 문제라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직접적인 이유는 역시 의정갈등이다.
최근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놓고 합의하면서 대화 창구를 열고자 했지만 여전히 대통령실과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서 원점 논의는 없다고 못박고 있다. 특히 2025학년도 입시 일정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입시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외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백지화하고 원점 논의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절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당내 입지 불안한 한동훈, 국민여론 등에 업고 기사회생할까
그나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 알렸다는 평가는 있지만 한동훈 대표의 입지는 아직까지 좌불안석이다.
무엇보다도 한동훈 대표는 원외인사다. 극단적인 여소야대이긴 해도 108명으로 원내 2당의 대표지만 정작 한동훈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장악할만한 힘이 미약하다. 오히려 여기에 대해서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입김에 밀리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한동훈 대표가 출마 일성으로 내세웠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대표가 주장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고 했지만 한동훈 대표는 이에 대해 큰 움직임이 없다. 심지어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에 부정적이어서 한동훈 대표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
한동훈 대표에게 회심의 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대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의 높이에서 바라보겠다는 말을 따른다면 여론의 힘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여론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집권 여당의 당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문제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견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견해, 방송4법에 대한 견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견해, 친일외교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니 모두 집권 여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사망원인 규명, 부실 사고 조사 등을 위해서라도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1%로 '공수처가 현재 수사 중에 있기 때문에 채상병 특검에 반대한다'는 응답(25%)을 압도했다. 연령별에서는 70세 이상에서만 49%가 반대한다는 의견이 찬성 의견(35%)보다 더 높았을 뿐 나머지 연령에서는 모두 찬성 응답률이 높았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전 지역에서 찬성 응답률이 높았다. 그나마 반대 응답률이 38%로 가장 높았던 대구 및 경북지역도 찬성 응답률이 50%나 됐다.
김건희 특검법도 찬성 응답율이 62%로 반대(30%)보다 높았고 채상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찬성 응답률이 높았다.
방송4법 역시 방송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이 53%로 반대(25%)를 압도했고 대통령 거부권이 국회의 입법 권한을 무시하는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는 응답도 59%로 대통령의 정단한 권한 사용(32%)이라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친일외교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매우 공감한다(34%), 공감하는 편이다(26%) 등 민주당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0%로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15%), 매우 공감하지 않는다(19%)보다 많았다.
이 가운데 한동훈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면 여론을 극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당내 후폭풍과 당정 갈등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어 한동훈 대표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지가 문제다. 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한동훈 대표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에 실패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물론 자신의 대권 도전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