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스라엘, 나스랄라 사살로 헤즈볼라 사실상 궤멸.. 국제사회 "전면전 피해야"
이스라엘, 27일 공습으로 헤즈볼라 상징 나스랄라 제거.. 후임은 2인자 하심 사피에딘 전문가 "헤즈볼라 사실상 궤멸.. 반격 어려울 것" 이스라엘-저항의축 정면충돌 임박.. 전면전 부담스러운 이란, 유엔 안보리 소집 요구 바이든 "전면전 피해야.. 휴전해야 할 때".. 프랑스·영국·독일도 자제 촉구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면서 중동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 맹주인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이미 헤즈볼라가 사실상 궤멸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이란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27일 공습으로 헤즈볼라 상징 나스랄라 제거.. 후임은 2인자 하심 사피에딘
이스라엘군은 29일(이하 현지시간) 27일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도 이날 성명에서 나스랄라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헤즈볼라의 지휘부는 사실상 모두 궤멸됐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7일 자국과 헤즈볼라 교전으로 인해 집을 떠난 북부 접경지대 주민의 귀환을 전쟁 목표에 추가한 뒤 23일부터 '북쪽의 화살' 작전을 선언하고 헤즈볼라 지휘부를 집중 공략해 왔다.
23일에는 요르단 수도 베이루트에서 남부 지역 사령관 알리 카라키를, 24일에는 미사일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쿠바이시를 겨냥한 표적 공습을 했다.
27일 공습으로 나스랄라와 함께 있던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도 사망했으며, 28일에는 헤즈볼라의 남은 지휘부도 대부분 제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5일간의 공개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그는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이끄는 저항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역내 모든 저항군은 나란히 서서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역시 "저항의 지도자가 순교하면 더 용감하고 강하고 결의에 찬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그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고, 후티도 "모든 지원 전선에서 지하드(성전) 정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28일 사살된 하산 나스랄라는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얼굴'이자 상징적 인물이었다.
지난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이란의 주도로 창설된 헤즈볼라에 합류했고, 1992년 헤즈볼라 공동 창립자이자 당시 지도자였던 아바스 알무사위가 이스라엘의 헬기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헤즈볼라의 수장이 됐다.
그의 지도하에서 헤즈볼라는 가장 영향력이 큰 '이란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 역내 다른 '저항의 축' 세력의 무장대원 훈련소 역할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나스랄라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자손을 뜻하는 '세예드'(sayyid)라는 호칭도 얻었다.
하스랄라의 후임으로는 그의 사촌이자 헤즈볼라 2인자로 알려진 하심 사피에딘이 임명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피에딘은 이란 지도부와 밀착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란 군부와 정치권의 실세이던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돈이기도 하다.
전문가 "헤즈볼라 사실상 궤멸.. 반격 어려울 것"
이스라엘이 나스랄라를 '제거'하면서 헤즈볼라는 사실상 궤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고위급 사령관들이 다수 사살된데다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등으로 헤즈볼라 대원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은 헤즈볼라에게 결정적 타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와 로이터에 따르면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센터장은 "나스랄라는 레바논 시아파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확장하는 조직을 하나로 붙들어 준 존재"였다며 "전체적인 상황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파와즈 게르게스 국제관계학 교수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힘을 깨부수고 있다"며 "헤즈볼라 조직원을 모두 죽일 필요도 없다. 전투 조직을 파괴하고 항복하도록 몰아붙이면 힘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헤즈볼라 조직 전체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헤즈볼라 전문가인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아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스랄라의 사망이 헤즈볼라 구성원과 지지자들의 사기를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조직이 무력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헤즈볼라는 이런 종류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직으로 회복력이 있으며 개개의 지도자들보다 더 오래 가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스라엘-저항의축 정면충돌 임박.. 전면전 부담스러운 이란, 유엔 안보리 소집 요구
헤즈볼라 지휘부를 궤멸시킨 이스라엘이 다음 수순으로 지상전에 나설 조짐이 보이면서 이스라엘과 저항의축 세력간 정면충돌이 임박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현지 소식통 등을 인용하여 "이스라엘군(IDF)이 지상전에 대비해 레바논과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도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병력 동원 상황과 지상 침투 준비 단계에 해당할 수 있는 지역 정리 작업 등을 봤을 때 레바논에서 제한적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저항의축 세력도 이스라엘을 향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나스랄라 사망을 발표하면서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90발을 발사했고, 같은날 후티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예멘에서 날아와 이스라엘 중부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보복을 예고했으나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의장에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며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침략을 막고 지역이 전면전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처를 해 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 부담스러운 이란이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전면전 피해야.. 휴전해야 할 때".. 프랑스·영국·독일도 자제 촉구
이에 국제사회는 확전을 자제하고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스랄라 사살이 이스라엘의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며 두둔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지상전 가능성에는 "휴전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동에서 확전 우려가 고조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정말로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방송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중동 지역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3주 휴전안'을 제시한 프랑스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습 중단을 촉구하고 지상작전 등 "추가적 불안정과 지역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극적인 갈등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고, 이탈리아와 독일도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