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 尹참석 행사 돌연 불참.. 2일 韓 빼고 용산 만찬...윤한 갈등·균열 심화
대통령실, 한동훈 독대 요청 거부한 후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 발표 한동훈 '패싱' 정황.. 韓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 발언 후 尹 참석 행사 불참 '김건희 리스크'에 尹·국힘 지지율 동반 하락 친한계, 김 여사 사과 요구... 친윤·반한, 사과 불가론 펼치며 '한동훈 책임론' 제기 尹, 지난 9월초 인요한 등 지도부 만찬 이어 내일(10월2일) 한대표 빼고 추경호 등과 만찬 한 '패싱' 반복.. 대통령실 "한동훈 참석 대상 아냐"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갑자기 불참을 통보하고 나서 윤-한 갈등과열이 심화되고 있다.
윤-한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의정갈등과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양측의 골이 깊어지며 윤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국민의힘 지지율까지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이 2일 원내지도부 만찬에 한 대표를 초청하지 않으면서 윤한 갈등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한동훈 독대 요청 거부한 후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 발표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당초 이 행사에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시작 30분을 앞두고 한 대표는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측은 "다른 긴급한 일정이 있어서 불참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를 위해 의료계 인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한 대표의 행보는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 대표 입장에서 의료계 인사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공식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한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만찬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 한 대표는 의정갈등 문제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독대를 거부해 식사만 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바 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 입장을 청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한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아닌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셈이다.
한동훈 '패싱' 정황.. 韓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 발언 후 尹 참석 행사 불참
이에 대해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다른 추계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면 이걸(협의체를) 무력화시키고 따로 하겠다는 거구나 이런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적절한 방식은 아닌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리한 행사에 불참하고 의료계 인사를 만났다. 보기에 따라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독대 요청 거부와 추계기구 신설 발표에 반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추계기구 신설에 대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는 대단히 절대적인 가치다. 여러 시도를 하는 건 가능한 얘기"라며 "여야의정 협의체가 해결의 참고인 것이고 그 과정에선 수급 기구도 필요하지 않겠나. 여러 노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추계기구 신설이 한 대표가 추진하던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한 패싱이 아니냐는 지적엔 "모든 것을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한 대표를 찾아 "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내에서 운영은 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를 보완할 수 있는 위원회일 수도 있다"며 "추계기구와 별개로 병행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부가 의료공백 사태 해결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 대표가 추진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등을 패싱했다는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건희 리스크'에 尹·국힘 지지율 동반 하락
윤-한 갈등은 의정갈등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큰 뇌관은 '김건희 리스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김 여사를 향한 야권의 공세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해 재표결이 예상된다.
문제는 김 여사 리스크로 인한 여론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물은 결과(ARS, 95% 신뢰수준에 ±2.0%p)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주 보다 4.5%p 내린 25.8%를 기록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60대에서 12.0%p 급락하고, 보수층에서도 5.8%p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ARS,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3.2%(4.0%p↑), 국민의힘 29.9%(5.3%p↓)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60대(18.1%p↓)와 대구·경북(8.3%p↓)에서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60대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고, TK에서는 양당이 오차범위 내 지지율을 기록했다.
친한계, 김 여사 사과 요구... 친윤·반한, 사과 불가론 펼치며 '한동훈 책임론' 제기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오는 10·16 재보궐선거는 물론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어렵기 때문이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 부분은 사과라든가, 어떠한 매듭이 없으면 계속 끌려가게 될 것"이라며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내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도 앞서 지난달 27일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방어하려면 여당에 명분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 일부에서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저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고 답했다.
반면, 친윤계와 반한 인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30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국감을 하지 않느냐"며 김 여사가 사과하면 "국감이 완전히 김건희 여사 국감, 정쟁 국감으로 돼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입장 표명, 사과 한 마디 하면 '그것 봐라. 잘못 시인하지 않느냐'며 그 다음 단계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일종 의원도 27일 CBS 라디오에서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사과인가"라고 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같은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사과가 외려 논란을 증폭 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사과 불가론을 폈다.
나경원 의원 역시 같은날 YTN라디오에서 "전부 '김건희 여사 사과해라'는 이야기만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안에서 조율해야 할 부분이고 기다려야 될 부분인데 나가서 자꾸 그 이야기만 한다"고 당내 인사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를 겨냥해 "맨날 독대 이야기만 하고 앉아 있다"며 "보수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권 교체하고 2년 동안 굉장히 비정상적인 일이 많이 있었는데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사건이나 울산시장 사건 등이 하나도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다는 거다. 이재명 대표 수사도 마찬가지"라며 한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尹, 9월8일 인요한 등 지도부 만찬 이어 내일 추경호 등과 용산 만찬
한 '패싱' 반복.. 대통령실 "한동훈 참석 대상 아냐"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로 한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윤-한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8일 인요한 최고위원 등 여당 지도부 인사 일부가 윤 대통령과 '의료대란'과 관련한 주제로 만찬을 가진데 이어 이번에는 원내 지도부와 별도 만찬을 가지는 것이다.
9월초 인요한 등과 일부 당 지도부와 용산 만찬 당시에도 한 대표와 친한계 최고위원들은 연락받은 바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동훈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2일 용산 만찬에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 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2일 용산 '국감 만찬'에 대통령실에서는 '한동훈 대표는 참석대상 아니다'고 못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 및 관계자들을 불러 격려하는 차원에서 해온 연례행사로 원외 인사인 한 대표는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그러나 당 대표를 뺀 원내지도부와 윤 대통령의 만찬을 두고 오는 4일까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김건희 특검법' 및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이탈표 단속 차원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 사과 등을 강조해온 친한계의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게다가 한 대표가 여러차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 지도부와 별도로 만남을 갖는 것은 윤-한 갈등과 파열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