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이야기] 우리는 어떤 섬을 지향(志向)하는가?
[김재은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이제 막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어보지 못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더운 여름이 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름다운 해변과 푸른 바다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상상은 그동안 우리들이 가졌던 섬과 바다에 대한 통상적인 시각이다. 섬 관광의 핵심요소는 건강한 섬과 해양생태계, 특히 생물종다양성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태평양의 열대 섬은 풍부한 해양환경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알록달록한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아름답게 헤엄을 치는 아름다운 곳으로 생물종다양성이 높기로도 유명하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섬과 바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인가 우리들에게 태평양의 작은 섬인 투발루나 인도양의 몰디브같이 아름다운 섬들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그것도 이미 많이 들어서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투발루나 몰디브 같은 섬들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작은 국가로 유엔에서 군서도서개발도상국(SIDS, 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52개국이 여기에 속해있다. 이 섬 국가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천국과 같다고 알려진 곳으로 관광이 주요 산업인 나라가 많다.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인도네시아 롬복 근처에 아주 작은 섬인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에서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촬영을 한 적이 있고, 이후 우리들에게 이 지역의 섬이 유명해지면서 주요 관광지역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이 지역은 Gili Meno, Gili Air와 같이 세 섬이 연속으로 연결되어 있고, 길리 마트라 해양공원(Gili Matra Marine Park)으로 아름다운 산호초와 해변으로 일찍부터 스쿠버 등이 매우 유명한 섬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 “Current Issues in Tourism” 학술저널에 발표된 David Eider 등에 의하면, 방문객이 2009년에 35,000명에서 2015년에 이미 100만명을 넘어서고 섰고, 이 이유로 주변 산호초가 파괴되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과잉관광(Over tourism)은 특히나 크기가 작은 섬에는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적이 작아서 수용할 수 있는 인간의 수,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양 등 한계가 뚜렷하다. 또한, 단지 이러한 것뿐만이 아니고, 그 지역 고유한 문화도 영향을 받는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다양한 문화는 편리함과 화려함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우리의 감각기관에 영향을 미치고, 부서지기 쉬운 지역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잉관광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어서 롬복 지역의 섬도 다른 형태의 개발을 추구하는 곳도 있다. Gili Asahan은 길리 마트라 해양공원에서 남쪽으로 롬복섬의 서남부에 위치한 섬으로 진주양식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섬 일부 지역에서는 과잉관광 영향을 줄이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소규모로 지역 주민과 NGO와 함께 생태관광의 형태를 유지하고자 교육 및 지역 사회 지원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또한, 롬복의 서쪽 만달리카(Mandalika)지역에 세가해변(Seger Beach)은 아름다운 해안 경관과 관광지로서의 잠재력이 높은 곳이지만, 아직은 관광지로서의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지역이다. 이 해안은 낮은 수심으로 사람들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해조류를 채취하여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그 해안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지역에 물건을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관광철이 아닌 기간은 그것조차도 어렵다.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자본과 인프라 모두 부족하여 다른 지역보다 경제적으로 더 낙후되어 보인다. 그리고 점점 거대 자본과 인프라건설이라는 미끼로 지역 주민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한 노력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도 마냥 불편함을 감수하고, 경제적 이득을 뒤로하기는 한계가 있다.
과연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향은 무엇일까? 우리들에게 더 나은 자연환경과 안락하고 편리한 관광편의시설은 어떤 것일까? 자연과 인간이 오랫동안 서로 공존하면서 현재의 이 지역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좀 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작은 섬일수록 방문자를 제한하고, 생물종다양성을 지키며 오랫동안 서로 같이 사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이고 심각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황금알을 낳는 닭을 잡아 죽이는 미련한 짓을 지금 우리들은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한다. 비단 해외의 사례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상황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김재은
경관생태학 전공으로 박사를 취득하였다. 김 교수는 섬 공간을 경관생태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섬의 공간 구조 해석을 통한 섬 주민의 생활과 생태문화 관계성, 생태계서비스 적용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섬을 공간으로 다학제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추진하는 ‘섬 인문학’ 연구단에 학술연구교수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섬 경관론-도서·연안의 경관과 생태계서비스』(2019)가 있으며 주요 연구는 “Land use patterns and landscape structures on the islands in Jeonnam Province’s Shinan County occasioned by the construction of mainland bridges”(2016), Traditional ecological knowledge and sustainability ecosystem services on islands: A case study of Shinan County, Jeollanamdo, Republic of Korea“(2019)가 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