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민주, 탄핵 대신 '임기단축 개헌'으로 가닥 "내년 5월이면 끝".. 혁신·개혁신당도 동참 시사
尹, 10%대 지지율 심리적 탄핵상태 민주 김용민 "임기 2년 단축 개헌시 내년 5월이면 끝.. 탄핵보다 빨라" 이광재·김두관 "임기 단축 개헌 후 조기대선" 개혁신당 "대통령 임기단축해야" 조국혁신 "탄핵·임기단축 병행" 명태균에 곤혹스러운 與, 탄핵 대신 임기단축? 한동훈 "어떤 형태 헌정 중단 모두 막을 것"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규명할 '김건희 특검법'으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임기 단축 개헌' 공론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된 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내려 앉자 야권에서 '탄핵'이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역풍을 맞을 수 있는 탄핵 대신 개헌을 통해 윤 정권 조기 종식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 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개헌연대'가 출범했으며, 지난 4일에는 개혁신당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오며 힘이 실리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기본 기조는 탄핵이지만 임기 단축 개헌도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尹, 10%대 지지율 심리적 탄핵상태
민주 김용민 "임기 2년 단축 개헌시 내년 5월이면 끝.. 탄핵보다 빨라"
이광재·김두관 "임기 단축 개헌 후 조기대선"
최근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하자 이를 심리적 탄핵 상태로 규정하고 정권 퇴진 운동으로 연결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장경태·민형배·문정복·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연대 준비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
이들은 "원칙과 현실을 고려한다면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마땅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해고 통지를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헌법 부칙 개정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만 2년 단축하는 개헌으로 탄핵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발의 및 국회 의결(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탄핵 보다 국민적 의사를 보다 명확하게 반영할 수 있고, 탄핵으로 인한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탄핵을 추진하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도 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 차원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한 건 없다"면서도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한다면 이르면 내년 5월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 탄핵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진보진영 사회원로들로 구성된 '전국비상시국회의'도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이 거론되고 있지만 보수화된 헌법재판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고, 여권도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 예상되므로 조기퇴진의 실효성이 있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기단축 헌법개정은 지루한 법리논쟁이 필요하지 않고 110일 이내에 국민투표까지 거쳐 확정될 수 있는 등 신속한 절차가 가능하다"며 임기단축 개헌에 힘을 실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 분노는 이미 탄핵 9부 능선에 다다르고 있다"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2028년 총선 연이은 선거는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단축과 개헌추진을 결단해야 할 시간이 됐다"며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김 전 의원은 "만약 연말까지 임기단축과 개헌추진을 결단하지 않을 경우 분노한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5년 동안 위임했던 주권 조기 회수에 나서 탄핵이 곧 정의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며 "그땐 저도 적극 앞장서겠다"고 경고했다.
개혁신당 "대통령 임기단축해야" 조국혁신 "탄핵·임기단축 병행"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권에서도 임기 단축 개헌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4일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으로 악화하는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 내각 총사퇴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대통령의 임기는 더는 국정을 운영하는 데 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기단축 개헌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준비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 앞에 이행해야 할 마지막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은 장외투쟁을 선호하지 않지만,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를 대변할 것"이라며 "다시 대통령 탄핵의 비극을 초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민 정서는 탄핵"이라며 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임기단축 개헌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이른바 대통령임기단축연대를 결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임기단축 개헌도 맞는 말이지만 대통령의 국민 소환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며 "탄핵에 집중하는 게 조국혁신당의 기본 기조라고 한다면 임기단축 개헌 국민소환은 또 다른 방식의 탄핵"이라며 탄핵과 개헌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명태균에 곤혹스러운 與, 탄핵 대신 임기단축?
한동훈 "어떤 형태 헌정 중단 모두 막을 것"
일각에서는 코너에 몰린 여권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대로는 지방선거와 대선 모두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헌법 개정을 통해 '87년 체제 종식'이라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오는 목소리는 임기단축 개헌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동훈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아예 헌정을 중단시켜 버리려는 것"이라고 "어떤 이름을 붙인 헌정 중단이든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이 막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결국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달에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이 두 차례 나올 예정"이라며 "친이재명 그룹은 용산을 향해 더욱 강력한 공세를 펼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법 리스크에 탄핵과 개헌으로 맞불을 놓고 이 대표의 대선에 '꽃길'을 깔아주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면서 "이제는 헌법마저도 이 대표를 위한 조기 대선의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임기단축 개헌, 헌법학자 의견 엇갈려
한편, 임기 단축 개헌과 관련해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즉, 헌법에 임기 연장과 중임만을 언급하고 임기 단축의 경우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임기 단축 개헌은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효력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조항 취지를 고려할 때 단축 역시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조항 취지가 현 대통령의 장기집권·독재화를 막는 것뿐 아니라 개헌 당시 대통령의 임기를 함부로 바꿔서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