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국민사과 이틀 후 골프채 잡아... 트럼프와 '골프외교' 대비?

대통령실 "尹, 트럼프와 골프외교 위해 8년 만에 골프채 잡아" 윤희석 "국익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자세의 표현" 민주 "국가의 미래 좌우할 대미 외교를 코미디로 만들어" 2일 대규모 장외집회에도 골프장 이용 정황

2024-11-12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6일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열린 '메이저리거 참여 어린이 야구교실'에서 티볼을 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기자회견 이틀 뒤 골프 라운딩을 위해 태릉체력단련장을 찾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교를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으나 야권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미 외교를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이틀 전인 지난 2일에도 골프장을 이용한 정황을 제시하며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실 "尹, 트럼프와 골프외교 위해 8년 만에 골프채 잡아"

윤희석 "국익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자세의 표현"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 회의'에서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서 친교와 대화를 할 시간을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트럼프와 친교를 위해 선택한 수단은 골프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와 '골프 외교'를 위해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고 알렸다.

개인 골프장을 미국 내에만 12개 보유할 정도로 골프광인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외교 참모와 주변 인사들이 '골프 외교'가 필요하다며 연습을 권유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골프를 통해 트럼프와 개인적 친분을 쌓은 것을 참고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고 9일 만에 뉴욕 맨해튼으로 날아가 트럼프에게 골프채를 선물했다.

이후 골프는 트럼프 당선인과 아베 전 총리를 연결하는 결정적 매개체가 됐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아베 전 총리와 다섯 차례 라운딩을 같이했다.

12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태릉체력단련장을 방문해 라운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는 골프 연습시설이 없어 군체력단련장인 태릉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 대변인은 11일 YTN 뉴스NOW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골프 연습에 대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정상이 다시 된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거기에 따라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오랜만에 골프 연습을 했다는 얘기는 결국 트럼프 당선자와 앞으로 관계에 대해 진심으로 다가가겠다, 국익을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자세의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 "국가의 미래 좌우할 대미 외교를 코미디로 만들어"

2일 대규모 장외집회에도 골프장 이용 정황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분석 끝에 나온 대응이 고작 골프 연습이라니, 실망을 넘어 실소가 나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안보와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지금, 대통령이 국가 미래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세우는 대신 골프채를 휘두르는 데 공을 들이겠다니 귀를 의심하게 한다"며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미 외교를 코미디로 만들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기시다 전 총리와는 폭탄주를 마시더니 트럼프 대통령과는 골프냐"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께서 부여한 막중한 책무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상외교는 취미를 이용해 외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사고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골프 연습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민의 시름은 깊어진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골프장을 찾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국회 시정 연설을 이틀 앞둔 시점에도 태릉 골프장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추미애 의원은 1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태릉 골프장을 갔다"며 "국회 시정 연설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협조를 얻어내야겠다는 이러한 설득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저렇게 골프장을 다닐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지난 2일은 대규모 시국 집회가 열리고 있었고 지난 4일은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북미 협상 재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 트럼프 당선 시 중요한 도전 과제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 점검 회의를 열거나 시정연설을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태 의원은 지난 9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 24일 경기도 성남의 한성대 공군 골프장을 이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