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칼럼] 국회의 탄핵발의 청원 심사, 어디로 갔나?

2024-11-21     김만흠(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야당과 시민단체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농단과 김건희 특검 촉구 집회(좌)와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 발의 국민청원 심사청문회(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만흠(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지난 7월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 발의 국민청원에 대한 심사 청문회가 진행됐다. 현재 어떻게 됐을까?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아직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으로 나와 있다. 심사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해야 할 기한인 상임위 회부일 기준 90일이 훨씬 지났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중간 보고서를 제출하고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추가 60일도 내일이면 넘어간다. 조국혁신당이 별도의 대통령 탄핵안 초안을 발표했고, 국회를 주도하는 민주당 등은 장외집회를 통해 대통령 퇴진 압박을 하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 청원 심사하고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일들이다.

그럼 그 난리를 치면서 국회 청원 심사 청문회는 왜 했나? 무슨 결론을 내렸나?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청원 심사를 시작하면서 90일 내에 심사를 마쳐서 보고하지 않으면 법사위의 직무유기라고 했다.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아무런 얘기가 없다. 사실 애초에 국회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대통령 탄핵발의는 국민청원으로 가름할 수 없다.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발의하는 것으로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의 의결로 헌법 사항을 대체할 수도 없으니, 결과를 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국민 5만명 이상의 요청으로 성립되는 국회의 국민동의 청원은 국회의원들이 일반적으로 발의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국회의 일반적인 발의 요건은 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이다(국회법 제79조). 그러나 탄핵이나 헌법 개정은 일반적인 안건 발의와 달리 특별한 발의 요건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알다시피 일반 탄핵은 국회의원 1/3 이상, 대통령 탄핵이나 헌법개정은 국회의원 과반이 발의 요건이다. 5만 이상의 국민청원으로 이 헌법 사항을 대체할 수는 없다.

당시에 칼럼을 통해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와 법사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수 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성토하는 무대로 삼고자 그냥 밀어붙였다고 본다. 법사위에 회부하기 전에 청원의 수리여부를 결정하는 국회의장이 판단했어야 했다. 의회권력의 오남용이다. 사실 당시 법사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도 헌법사항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대로 인용한다.

“법제사법위원회는 탄핵소추 요건을 갖추어 발의되고 본회의 의결로 회부된 탄핵소추안의 조사 및 탄핵심판 청구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동 청원이 촉구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발의는 헌법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청되는 사항이라고 하겠습니다”(이화실 법사위 전문위원 보고 회의록).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 과반이 발의해 회부된 사안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주진우 의원도 헌법상의 탄핵소추 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청원을 법사위에서 심사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 소속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탄핵발의 청원의 이른바 청문회는 그대로 진행됐다. 어떤 내용으로 결과 보고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직무유기를 자초하면서 뭉개고 있다.

물론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고 있는 민주당이 청원이 아니라 아예 과반수로 발의해서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탄핵소추까지 의결하는 2/3 이상의 동의를 확보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탄핵 발의는 하지 않고 쟁점화만 시키면서 장외 여론을 동원하는 압박 전략을 택한 듯하다.

위기의 한국정치, 중대 국면이다. 이재명 대표의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 충격이 한 가운데 있다. 명태균 문제의 파장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고, 민주당 등은 대통령 퇴진 운동을 더 거세게 몰아붙일 기세다. 25일의 위증교사 판결 선고가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청원 심사의 적법성 논란 같은 건 한가한 소리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황당한 탄핵 청원 심사 처리과정은 위기의 한국정치가 만들고 있는 퇴락한 의회민주주의의 단면이자 그 기록이다.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김 만 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성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