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민주 ‘허위사실 공표’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 추진…與 ‘위인설법(爲人設法)’ 맹공
선거법 개정안, 허위사실 공표죄·후보자 비방죄 삭제 및 당선무효형 100만원→1000만원으로 상향 소급효 없지만 면소 판결 및 이 대표 형량 감경으로 이어질 가능성 이재명 “현행 선거법은 자유로운 선거활동 저해해 개정해야” 한동훈 “이재명 구하기 아부성 법안’...국힘 "약물복용 드러나자 도핑테스트 폐지하자?"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를 폐지하고 당선무효형 기준액을 현행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며 당론 추진 가능성을 내비치자 여당에서는 ‘이재명 구하기’ 용도의 ‘위인설법’이라며 맹공을 폈다. 법의 소급 적용 가능성은 없지만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면소 판결 가능성 및 이 대표에 대한 형 감경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의된 선거법 개정안,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 삭제하고 당선무효형 기준 현행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려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로 꼽히는 박희승 민주당 의원(초선)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 당일인 14일 허위사실 공표죄(선거법 제250조), 후보자 비방죄(선거법 제251조)를 삭제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박 의원은 이어 15일에도 당선무효형의 기준을 벌금 100만원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높이는 (선거법 제18조3항 등) 개정안도 추가 발의했다.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를 삭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4일 개정안에는 김정호ㆍ김준혁 주철현ㆍ김윤덕ㆍ박민규 민병덕ㆍ임광현ㆍ민형배ㆍ위성락ㆍ이광희ㆍ최민희ㆍ김영환 의원이 이름을 올렸으며, 당선무효형의 기준을 현행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이는 15일 개정안에는 김정호ㆍ김준혁 주철현ㆍ김윤덕ㆍ박민규ㆍ윤준병ㆍ민병덕ㆍ임광현 민형배ㆍ위성락ㆍ이광희ㆍ최민희ㆍ안호영ㆍ김영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은 발의 제안문에서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표출되고 이에 대해 각종 언론과 유권자들로부터 검증과 선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선거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은 사법자제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선거과정에 서 허위사실공표죄나 후보자비방죄를 근거로 고소ㆍ고발이 남발되고 정치적ㆍ사회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의견과 사실의 주장이 섞여 있는 후보자 간 공방은 최종적으로 선거인들에게 판단됨에도 불구하고 경쟁후보자에 대한 중상모략, 인신공격 목적이 아닌 공직적격성에 대한 의혹 검증조차도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나 후보자비방죄가 될 수 있다”며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경우 벌금형 하한액이 500만원으로 규정되어 있어,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를 저질러 기소된 당선인 등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법관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최소 25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할 수밖에 없어 경미한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에도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법정형이 선고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최근 법원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말에 대 해서는 관대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행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더라도 다른 나라와 달리 형법 등에 의해 얼마든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처벌할 수도 있어,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여 선거과정에서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 발의 시기에 관해서는 우연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1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준비한 법안이 입법조사처 검토 과정 등을 거치면서 공교롭게도 이 대표 선고 시점에 발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장을 지냈으며, 이재명 대표와 사법연수원(18기) 동기로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이재명 “현행 선거법 선거운동 지나치게 제약해 개정 불가피”
해당 선거법 개정안은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현행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김상욱·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선거운동 자유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 축사에서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있다. ‘정치와 돈’의 긴장관계를 표현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선거법은 금권선거,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를 막고 선거운동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기도 한다”며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 비현령’ 식의 법 적용은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는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에 대해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더구나 현행법은 정치신인의 진입에 한계를 두고 있는 만큼 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투명성을 강화하고 불법은 막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야 모두가 공감하는 만큼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 대안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 또한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선거법에 대해서는 선관위도 그렇고, 정치권이나 혹은 전문가들이 선거법 개정을 해야 된다라는 얘기들은 많이 있었다”며 “ 과거에 선거법이라는 것은 말은 풀고 돈은 묶는다. 그게 선거법 개정의 핵심적인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수석대변인은 “(최근 국회에 제출된 선거법 개정안은) 우연히 맞물렸을 뿐이지 이 대표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또한 이해관계자이며, 불합리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도 제출됐던 것이고, 22대 국회에서도 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 면소판결 및 이 대표 형량 감경 사유로 적용 가능성 있어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록 이번 선거법 개정안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고, 해당 법 시행 이전의 사건은 종전의 규정을 따른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결국 이 대표 재판에 대한 방탄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 대표 선고 결과에 대한 반발을 제도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이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반성적 고려에서 처벌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만 있어도 법원에서는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법 개정까지 이뤄진다면 면소 판결이 될 가능성 및 이 대표에 대한 형량이 대폭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힘 “위인설법(爲人設法) 통한 이재명 방탄법”"약물복용 드러나자 도핑테스트 폐지하자는 것"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위인설법(爲人設法)’을 통한 이 대표 방탄에 나섰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1월 14일과 15일, 굉장히 기묘한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됐다. 14일에는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를 아예 삭제하는 내용”이라며 “민주당에서 이 100만 원을 1,000만 원으로 바꾸겠다는 법률안을 그 당일날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김대업 병풍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께서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사실공표를 대단히 무거운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계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14일날 이런 법안을 냈다는 것은 정말 사법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재명 대표를 구하겠다는 그런 일종의 아부성 법안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민주당을 직격했다.
이어 한 대표는 “이게 법률이 되게 되면 이런 효과가 난다. 이재명 대표의 허위사실유포죄 징역형 집행유예에 난 그 범죄는 아예 면소 판결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게 이 법의 목적”이라며 “이것 역시, 이재명 대표의 판결 결과를 민주당이 국회의 힘으로 바꿔 보겠다는 발상”이라고 정리했다.
장동혁 최고위원 또한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입장에서야 법안이 통과되면 최선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반성적 고려에서 처벌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만 있어도 법원에서는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이재명 대표를 위한 꼼수 법안”이라며 “ 하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야당 대표의 죄를 없애거나 형을 낮추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권의 남용이고, 이재명 대표 본인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지적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비판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저는) 반대를 넘어서 사법부 말을 안 들으니까 이제 그냥 입법독재로 상황을 한번 바꿔보려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대변인 논평에서 약물복용이 드러나자 도핑테스트를 폐지하겠다라는 비유가 딱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내용도 그렇고, 선거법 개정을 언급한 그 기막힌 타이밍도 사실 참 한심스럽다”며 “이게 지금 나라의 법을 한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고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재판에 대한 공감여론 많아…김재원 “선거법 통과가능성 없다”
한편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1심 판결에 대한 국민 여론은 ‘적절하다’가 다수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의 1심 판결이 '적절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49%로 '잘못된 판결'이라는 응답(41%)보다 높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 평가층에서도 이 대표 판결의 적절성에 대해 35%나 동의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억울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법령상 소급 적용은 안 되게 돼 있다. 다만 부칙만 삭제해버리면 행위시법이 아니라 재판시법으로 적용은 가능해서 면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며 “2심에서 그렇지 않더라도 이 법 조항이 없어지면 그 행위할 때하고 재판할 때 사회적 기준이 달라진 셈이 돼, 그러면 양형상 많이 낮춰주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최고위원은 “그런 효과가 있는데 문제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가 안 되죠”라며 “안 되는 걸 부장판사까지 지낸 분이 과연 모르겠는가가”라고 정리했다.
기사에 인용한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