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2년 뒤로 물러난 민주당…이재명 고려 영향 미쳤다

2024-12-02     이경민 기자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첫 9만9천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했다. 778만에 이르는 코인 투자자, 특히 그 중 47.8%를 차지하는 371만명에 해당하는 2030세대 코인투자자들의 표심을 고려한 결정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층과 청년층 외연확장을 위한 전격적 의지가 내포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이 관심 갖고 있는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했던 가상자산에 대한 유예 문제에서, 가상자산 유예와 관련된 부분은 깊은 논의 끝에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 “가상자산 2년 유예에 대해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장이 바뀐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 원내대표는 “따로 시간 내서 말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오랜 숙의와 토론(을 거쳤고), 정무적 판단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 선회에는 이재명 대표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21일께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과세가 가능한지” 등을 질문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지층마저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하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민주당이 밀어붙인다면 중도, 청년 표심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세에 대한 기본공제 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해 지방세 2%를 포함한 20%를 시세차익에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가상자산 투자로 1억원의 수익을 낸 경우 기본공제 5천만원을 제한 금액인 5천만원에 지방세를 포함한 세율 22%를 적용해 1천 1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당의 계획은 개인 투자자들 및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지난 19일 국회 국민 청원은 3일만에 동의 수 5만명을 돌파하면서 청원안이 국회 기재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전문가인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 역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과세는 아직 성급하다”면서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하고, 이용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의 이러한 입장 선회에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표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들과 함께 집중해서 주장해 온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결국 결정됐다”며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다. 국민을 이겨먹는 정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성준 “1%에 해당하는 최상위 부자들에게만 부과되는 세금”

한편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당의 결정에 항의하는 입장을 내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진 정책위의장은 1일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동의하기로 했다”는 원내대표의 발표를 보고 몹시 당혹스러웠다”며 “4년 전 여야 합의로 입법되었던 자본소득 과세가 상황논리에 따라 이렇게 쉽사리 폐기되고 유예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진 정책위의장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부동산소득 등 모든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왜 유독 자본소득만은 신성불가침이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며 “1%에 해당하는 최상위의 부자들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