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2기 출범, 대만문제·관세 등 대중국 견제로 곳곳서 '미-중 신경전'
美, 대만에 무기 판매.. 하와이 방문한 라이 총통 극진 환대 中 "대만 문제는 '레드라인'.. 미국 엄중 규탄" CES 참가 중국 기업에 무더기 비자 거부 "전례 없는 일" 트럼프 "중국 관세 60%" vs 中 "미국만 손해.. 미 제재로 반도체 발전"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최근 미국과 중국이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대만에 약 5000억원 상당의 무기 판매를 잠정 승인한데 이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을 하와이로 초청해 극진히 환대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며 미국을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내년 초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60% 관세를 예고했으며,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를 향해 '관세 100%' 엄포를 놓고 있다.
트럼프 1기를 겪은 중국은 이번에는 그냥 당할 수 없다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인상하면 오히려 미국만 손해를 볼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로 오히려 자국 반도체 산업이 발전했다고 반박했다.
미, 대만에 무기 판매.. 하와이 방문한 라이 총통 극진 환대
중 "대만 문제는 '레드라인'.. 미국 엄중 규탄"
가장 최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는 대만 문제다.
미국이 지난달 29일 대만에 F-16 제트기와 레이더, 예비 부품 등 3억8500만 달러(약 5377억 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잠정 승인한데 이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하와이를 경유하게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1일 성명에서 "대만에 무기판매를 승인한 것은 잘못된 신호로 미국과 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라이 총통이 미국 하와이를 방문한 것도 문제 삼았다.
연합뉴스와 AFP 통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해 '레드카펫'을 밟으며 환대를 받았다.
이후 하와이 지역 의원 및 하와이 내 대만 커뮤니티 관계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 우리의 (전쟁) 기념관 방문은 평화를 보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특히 상기시켜준다"면서 "평화는 값을 매길 수 없고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우리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모든 형태의 공식 교류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1일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중·미 관계에 있어 넘어서는 안 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어떤 명분이든 미국에 부정하게 영향을 미치려는 대만 지도 당국의 시도에 반대한다"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한 묵과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라이칭더의 (하와이) 경유에 대한 미국의 조치를 수차례에 걸쳐 규탄했고, 미국에 엄중한 입장을 전했다"라고 전했다.
CES 참가 중국 기업에 무더기 비자 거부 "전례 없는 일"
美 "간첩 혐의 언론인 즉각 석방해야"
여기에 미국은 내년 1월 미국에서 개최 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쇼 '2025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 예정인 중국 회사 직원들에 대한 비자 발행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개막을 약 한 달 앞둔 CES 참가 중국 기업의 직원 상당수가 주최측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음에도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한다.
CES 참가 기업 4천개 중 중국 기업이 30%를 차지하는데 1천개에 달하는 기업의 참가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기술 마케터는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주중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하면서 CES 초대장을 보여줬는데 담당자는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CES 참석을 언급하면 90% 확률로 비자가 거부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 현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도 CES 참가를 위한 비자는 발급됐으나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비자 발급이 거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2기를 감안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점을 활용해 CES측이 '탈중국화'를 진행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의 인권 문제도 문제 삼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언론인 둥위위가 간첩 혐의로 7년 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우리는 그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법원은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온 둥위위 전 광명일보 논설위원실 부주필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는 1987년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발행하는 광명일보에 입사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직접 비판은 삼가면서 자유주의적 성향에서 중도적 개혁을 옹호하는 칼럼을 써왔으며, 지난 2022년 2월 체포됐다.
국무부는 "그의 체포와 선고는, 중국이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는 국제법과 자국 헌법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중국 관세 60%" vs 中 싱크탱크 "미국만 손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트럼프 취임 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중국엔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왔다. 심지어 지난달엔 우방인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대중국 관세 수준이 현재의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 보고서를 인용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 부과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현행 11.7% 수준인 미국의 대중국 관세(2023년 수입 기준 가중평균)가 내년 7월께 20.2%로 오르고, 2026년 3월께 28.2%에 이어 2026년 9월께 36.2%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1단계에서는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비재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해 관세 수준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제안했던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되고 2026년 9월까지 자본재·중간재 등 타깃이 된 상품군에 추가 관세를 부과, 현행 25%인 이들 제품의 관세 수준을 75%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 연합이 미 달러화를 약화시키려 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를 겪은 중국도 이번에는 그냥 당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는 미국 측의 어떤 조치에도 중국이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산하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의 취 웨이시 부원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 연구원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트럼프 1기 때도 국민에 한 약속을 정부가 출범한 뒤 그대로 (이행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미국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든 대응한 반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 부원장은 미국이 대중 관세를 올리면 도리어 미국의 중산층과 빈곤층의 피해가 커진다는 미국 연구기관 보고서도 있다면서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R&D에 집중한 덕분에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발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모바일용 반도체 '독립'에 성공한 데 이어 토종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70'도 최근 공개했다. 내년 1분기부터는 미국 엔비디아에 대항할 새로운 AI(인공지능) 칩을 양산할 예정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