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힘-민주, 강대강 예산 대치에 10일 처리도 난항.. 연말 샅바싸움 절정

우원식 의장, 10일까지 예산안 합의 주문 민주 "증액안 제출하면 협의" 대통령실·여당 "감액예산 철회가 먼저" 한동훈 "국민 볼모로 인질극" 추경호 "민주당 사과해야 협상" 이재명 "정부가 수정안 내면 협의" 박찬대 "정부안 애초부터 비정상" 오세훈 "망나니 칼춤 거두라" 김태흠 "민주당, 예산안마저 폭거" 박지원 "DJ, 의장·여야 대표에 예산 설명.. 尹은 골프 연습하나"

2024-12-03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출구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출구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감액안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불필요한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액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지역화폐 등 이른바 6대 민생·미래 예산에 대한 증액에 동의해야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지자체장들과 보수 계열인 개혁신당도 민주당의 감액 예산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원식 의장, 10일까지 예산안 합의 주문

민주 "증액안 제출하면 협의" 대통령실·여당 "감액예산 철회가 먼저"

당초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어야 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 예산안과 관련한 합의를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정부 원안 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의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정부와 여당이 극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감사원 특경비와 특활비, 경찰 특활비 등을 삭감했다. 또 정부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 505억5700만원 중 497억2000만원을 삭감해 8억37000만원만 반영하고,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 예산 1500억 원 중 500억원을 삭감 처리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에서 민생 예산 등의 증액 없이 정치권의 쟁점 예산만 삭감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예결위를 통과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예산 증액 협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즉, 지역화폐와 같은 민주당 쟁점 예산의 증액에 정부가 나서달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만일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를 되돌릴 수 없으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벼랑끝 전술'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민주당이 예산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증액을 위한 추가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를 철회하고 예산안 합의 처리에 나서길 촉구한다"며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 철회"라며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은 감액안 단독 처리 전날까지도 증액을 얘기했기 때문에 감액안 철회 없이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당정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강구해 만전을 기하겠다. 여당과 입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 볼모로 인질극" 추경호 "민주당 사과해야 협상"

여당인 국민의힘도 같은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추가 협상 전제 조건으로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일 비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선 사과와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떠한 추가 협상에도 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에 의원 전원이 동의했다"며 "그 입장을 견지하면서 10일까지 갈 거다. 사실상의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대표도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국민을 볼모로 인질극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예산에는 각각의 쓰임이 있다. 국회의원도, 국회에도 특활비가 배정되는데, 저는 필요한 예산이라 생각한다"며 "그리고 경찰에도 국민 여러분의 밤길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특활비 예산이 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나라에 돈이 없어서 둘 중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국민 여러분은 어떤 걸 선택할 거 같냐"며 "국회 특활비인가, 경찰의 치안유지를 위한 특활비인가. 저는 대부분 국민께서 경찰의 치안유지를 위한 특활비를 선택할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3일에도 민주당을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2조를 증액하기 위한 정부여당 겁박용 꼼수"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전액 삭감하면서도 국회 특활비·특경비는 감액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북한이 위기의식이 고조될 때마다 쓰는 얄팍한 수법이 미사일·오물 풍선 같은 도발 강행인데, 민주당이 딱 그렇다"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서 예산을 틀어쥐고 국민을 볼모로 할 수 있는 모든 도발을 퍼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당원들과 함께 '장외' 규탄 집회를 열고 민주당의 내년도 예산안 일방 처리의 부당함을 주장할 예정이다.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수정안 내면 협의" 박찬대 "정부안 애초부터 비정상"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증액안 제출'을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지역화폐 등 이른바 6대 민생·미래 예산에 대한 증액 동의를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쓸데없이 특활비 등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이 통과가 된 것"이라며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 간사인 허영 의원도 2일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6대 권력기관이 쓰는 정보비가 2조200억원이 넘었고, 지출이 증빙되는 특경비를 제외하더라도 1조1000억원이 아무런 지출 증빙 없이 마구 쓰였다"며 삭감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필요한 예산, 소명되지 않은 예산은 삭감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저희가 일관되게 요구했던 핵심 6개 분야 증액예산에 대해 정부도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은 애초부터 민생 경제 회생 목적이 아닌 초부자감세 유지와 권력기관 특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비정상 예산이었다"며 "예비비나 대통령실과 검찰, 감사원 특활비가 감액됐다고 국정이 마비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화폐, 고교 무상교육, 인공지능(AI) 관련 예산 등 민생 예산에 하나같이 반대했다"며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정부 여당의 증액안부터 먼저 제시하라. 지금이라도 예산 증액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안태준 원내부대표도 "민주당은 기업과 민생을 위한 증액안을 언제든지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망나니 칼춤 거두라" 김태흠 "민주당, 예산안마저 폭거"

개혁신당 "재해예비비까지 없애.. 예산 깡패질"

여야의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도 민주당을 향한 비판에 동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산 농단의 망나니 칼춤을 거두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차세대 원전 기술인 발전용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 개발비는 90% 삭감하고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예산도 모조리 잘라버렸다"며 "반면 '이재명식 지역화폐'는 2조원을 신설했고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해 법원 예산도 241억원 증액했다. 이 대표를 위한 맞춤형 예산 농단"이라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예산은 국가 운영의 근간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이를 지역이기주의로 농단하는 것은 국정을 농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깡패 집단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김 지사는"민주당이 툭하면 입법 폭주에 탄핵 폭주를 하더니 이제는 민생과 직결한 내년 예산안마저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거를 하고 있다"며 "야당의 일방적인 감액으로 재난·재해 적기 대응이 어려워지고, 민생 고통과 치안 공백을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힘을 몰아준 것은 '망나니 칼 춤추듯' 의회 독재를 하라는 게 아니"라면서 "민주당은 그 역풍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대한민국 국회가 헌정사에 볼수 없는 폭거들을 자행하고 있다"며 "국회를 해산시켜야 할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한번도 없었던 예산 감액을 서슴없이 의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재난에 사용해야 할 재원도 삭감하는 등 정말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모습에 참담하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보수 계열 야당인 개혁신당도 민주당의 감액 예산을 비판했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 양당의 싸움 속에서 국민의 안전과 삶을 위한 예산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 대표는 "대통령실과 검찰, 감사원의 특별활동비를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재난재해 관련 예비비까지 없앴다"며 "이는 비상 상황이 오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무책임한 항전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예산 깡패질"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DJ, 의장·여야 대표에 예산 설명.. 尹은 골프 연습하나"

한편,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산 통과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야당을 설득 이해시키는 모습은 보았지만, 이렇게 극심한 비난을 퍼붓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DJ는 비서실장을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 공관을 출입하게 하셨고 여야 대표께 전화는 물론 청와대로 초청, 설명하셨다"며 "우리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시며 정국을 이 모양 만드실까. 트럼프를 위해 골프 연습하실까"라고 적었다.

이어 "우원식 의장께서 10일까지 협상하라는 안을 제시하신 것. 이것이 정치"라면서 "12월 2일 법정 시일은 넘겼다. 영수 회담이나 대표회담을 통해서 정국을 풀고 예산을 합의,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싸우고 있을 때 민생경제도 국민도 나라도 다 죽는다. 협상이 정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