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윤 대통령 탄핵'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안이함

제2의 친위 쿠데타 막기 위해 직무정지부터 시켜야

2024-12-05     유창선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창선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이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었으니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탄핵 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개혁신당을 포함해 192석의 범야권은 모두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108석) 소속 의원 중 8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 소추가 가능하게 된다. 앞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진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친한계의 선택이 윤 대통령 탄핵 소추의 관건이다.

그런데 지난밤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할 것을 제안했고, 의원들은 박수로 이를 추인했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이 궤멸 직전까지 갔던 점을 들어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조기 대선으로 가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이해타산을 떠나 국민의힘의 이같이 안이한 모습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얼마나 중대한 사변이었던가를 모르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날 밤 계엄군은 특전사 예하 제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의 최정예 병력을 국회 본청에 투입하여 계엄 해제를 요구하려던 국회 본회의를 막으려고 했다. 이들은 본청 진입을 위해 야당 보좌진들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수갑과 탄창 등을 떨어뜨리고 간 것이 확인되었다. 계엄군이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해서 국회 본회의를 열지 못하도록 하려 했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데 대해 항의의 뜻을 전했더니 윤 대통령은 “군이 그랬다면 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한 것 아니었겠느냐”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를 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내란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법 행위이다.

그날밤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난입한 상황에서도 190명의 국회의원이 출석해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에 성공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그렇지 못한채 국회가 계엄군에 의해 장악되었다면 비상계엄은 계속되었을 것이고 필경 거리에서 계엄군과 시민들이 충돌하는 참극이 수십년 만에 다시 발생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행위였다. 자칫하면 나라에 유혈사태의 참변을 가져오는 ‘서울의 겨울’을 낳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저질렀던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에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불렀는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생각’이라는 뜻을 밝혔고, 대다수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 뜻이 워낙 확고해서 아무도 뜻을 꺾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국무위원은 “윤 대통령이 흥분 상태였고, 심의를 마칠 때까지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이런 흥분 상태가 언제 다시 재연될지 모른다는데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아 한덕수 총리와 몇몇 장관이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 있는한 이번에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비상계엄을 통한 친위 쿠데타를 다시 시도할지 알 수 없다. 혹여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을 만들어 비상계엄의 구실을 만들려 할지도 모른다. 이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우려들을 갖게 만든 것은 이번에 보여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분노 조절 장애’ 같은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의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더 이상 믿기 어렵게 스스로가 만들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4일 전국 18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찬성한다’는 응답이 73.6%(매우 찬성 65.8%, 찬성하는 편 7.7%)으로 집계됐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24.0%(매우 반대 15.0%, 반대하는 편 8.9%)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당론을 확정했다. 한동훈 대표조차도 "“대통령의 사태에 대한 인식은 저와 국민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저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당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상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윤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의 자리에 계속 있으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천만한 일이 되었다. 이제 ‘미치광이 전략’을 공공연히 행하는 윤 대통령을 하루 빨리 물러나도록 하는 일은 여야의 이해를 넘어선 나라의 절박한 과제가 된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다시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쪽에도 한동훈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같이 윤석열과는 전혀 다른 대선주자들이 있다.

국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을 지켜볼 것이다. 설마 하니 당 보다 나라를 걱정하는 의원이 8명 이상은 되지 않겠나 싶지만, 알 수 없는 것이 정치판이니 몇 명의 국회의원이 정치인으로서의 양심과 소명을 갖고 있는지 지켜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