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尹 정부 배제 조짐.. "심각한 오판" "중대한 우려" 메시지 이어 국방장관 방한 취소

美 국무부 2인자 "심각한 오판" "불법적 과정" 이례적 비판 수위 "한국 민주적 절차가 승리하길 기대" "한미 동맹, 특정 대통령 초월" 한미 고위급 소통 채널 중단.. 한때 비자발급도 중단 트럼프 측근 방한 취소.. 외교 일정도 줄줄이 파행

2024-12-06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계엄 관련 내용을 미국과 전혀 공유하지 않은 가운데 명분도 없는 계엄을 선포하자 미 국무부 2인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심한 오판" "불법"이라고 평가했으며, 백악관에서도 "중대한 우려"라는 메시지를 내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국무부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처리에 대해 "한국 헌법에 따라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미 동맹은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도 말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다른 국가의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것이 외교가의 관행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오스틴 국방부장관이 방한을 취소하면서 미 정부가 윤석열 정부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美 국무부 2인자 "심각한 오판" "불법적 과정" 이례적 비판 수위

"한국 민주적 절차가 승리하길 기대" "한미 동맹, 특정 대통령 초월"

미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갖고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4일에는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badly misjudge)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간접 화법이긴 했지만 계엄 선포에 대해 "불법적인(illegitimate) 과정"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다른 국가의 정치 상황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외교 통례에 비춰볼 때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인사의 외교적 언사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후 질의응답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대화 상대방과 사적으로 소통하며 그 중요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주시하며 경우에 따라 개입할 의사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5일 국무부의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계엄령의 발동과 그러한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확실히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국 헌법에 따라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민주적 시스템과 민주적 절차가 승리할 것을 우리는 계속 기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 관계, 이 동맹,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한미)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미국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것처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나아가 미국은 당분간 윤석열 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일본 방문과 세트로 추진해온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보류했으며,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4∼5일 예정)을 개최 하루 전날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미 고위급 소통 채널 중단.. 한때 비자발급도 중단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윤석열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미 정부에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계엄 관련 내용을 사전에 미국 정부에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군을 국회에 진입시켰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의 주요 축은 주한미군과 전시작전통제권에 있는데 독단적으로 군을 움직인 것은 동맹을 무시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한국과 미국의 고위급 소통 채널은 정상 가동을 멈춘 상태로 보인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계엄령 해제 이후 대통령실이 아닌 우원식 국회의장과 소통한 점이나 한때 주한 미국대사관이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측근 방한 취소.. 외교 일정도 줄줄이 파행

이번 계엄사태로 인한 외교 리스크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이 방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그는 격투기 유튜브 프로그램 촬영과 국내 언론과 인터뷰 등을 소화하기로 했으나 모두 취소됐다.

일본 언론들은 이달 중순 서울에서 윤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던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이 취소되었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내년 1월 초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하려던 일정도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렸을 당시 한국을 방문 중이던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 일행은 4일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한 프라이빗 투어 전문 여행사를 통해 방한 예정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수행원은 계엄령 사태 이후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선 한-카자흐 국방장관회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전날 카자흐스탄 장관이 급히 방한을 취소했다.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외교·국방장관과 함께 5~7일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 

각각 양국의 국방·방산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카자흐스탄과 스웨덴은 물론이고 한국과 국방·방산 협력을 맺고 있는 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