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동훈, ‘질서 있는 퇴진론’ ‘탄핵 반대 당론 유지’ 실책...미래는?
엄경영 소장 “당대표직 유지 위해 근거 부족한 질서있는 퇴진론 주장” 서용주 소장 “정상 아닌 사람과 약속...현명하지 못한 판단에 책임” 유승민 “직을 걸고라도 탄핵 반대 당론 풀고 갔어야” 김종혁 “당내 탄핵 트라우마+이재명 당선 우려...어떤 행동했든 쫓아냈을 것”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떠밀리듯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대표 역시 중요한 순간에 적지않은 실책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많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 즉각 국회 차원에서 계엄 해제 요구할 것이다” 등의 메시지를 신속히 냈다. 친한계 의원들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5일 한 대표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주재한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탄핵 반대 당론’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다만 “주로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당론이 결정되는데 당대표가 사전에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외’ 당대표의 의원총회 참여를 요청했다.
한 대표는 6일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고 돌아온 뒤에도 입장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7일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에 대해 당에게 일임한다”고 하자, 한 대표는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며 ‘질서있는 퇴진’을 뜻하는 조기 퇴진으로 선회했다. 결국 당일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첫 번째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 3명만이 참여하며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자체가 불성립됐다.
이후 한동훈 지도부는 TF를 통해 ‘3월 퇴진·5월 대선’ 또는 ‘4월 퇴진·6월 대선’ 등 조기 퇴진 로드맵을 만들어 윤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약속을 깨고 탄핵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정하면서 한 대표는 다시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다.
결국 14일 윤 대통령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여당에서 12명이 이탈하며 통과됐다. 다만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탄핵 찬성 당론’ 촉구에도 ‘표결에는 참여하되 부결’로 당론을 정했다.
우선, 한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 요구는 자신의 대표직 연장을 위한 것으로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당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 근거가 부족한 질서 있는 퇴진론을 주장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본인의 뜻에 따라 물러나면 당대표를 사퇴하지 않아도 되지만, 탄핵안이 통과되면 집권 여당 대표가 책임을 안 질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은 이날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 출연해 “한 대표가 한덕수 총리와 법률에도 맞지 않는, 국정을 대리 통치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부터 나락으로 간 것”이라며 “정상이 아닌 사람과 약속을 한다고 정상적으로 지켜지겠나. 뒤늦게 속은 것을 깨달아봤자 본인의 정치력은 치명상을 입었다. 본인이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해 보수를 살릴 기회를 읽게 한 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탄핵 반대 당론’을 풀지 못한 것도 실책으로 꼽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2월 14일 탄핵 표결에 들어가기 전 한 대표가 의원총회를 소집했을 때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론 반대를 하면 안 됐다. 당론을 풀고 들어갔어야 한다”며 “당론으로 반대하면 이 죄에 대해 탄핵 반대 당이 된다. 한 대표가 자기 직을 걸고서라도 ‘국회의원 각자가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하라’라고 관철시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용주 소장은 “12월 14일의 한동훈이 12월 7일에 있었다면”이라고 안타까워 하며, “한 대표는 당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던질 당대표였으면 7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보수를 살릴 수 있는 씨앗을 묻어놓고 나가는 한동훈과 14일 나중에 뒤늦게 수습하듯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하면서 당내에서 추출되는 듯한 모습은 엄청난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당내서 탄핵 트라우마와 조기 대선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 가능성 등 우려가 나오면서 조기 퇴진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서 “한 대표는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런데 당내에서 ‘박근혜 탄핵으로 우리 지지자들이 갖는 탄핵 트라우마와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으로 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조기 퇴진으로 가는 게 충돌을 막을 수 있다’ ‘탄핵으로 가면 탄핵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찬성과 반대 시위대가 계속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조기 퇴진) 안을 만들어서 대통령한테 제시했던 것이고 대통령은 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불안해서 한 총리와 만나서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났다, 국민 여러분 너무 불안해 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냈던 건데 메시지 관리가 잘못되면서 ‘너가 대통령 놀이를 하느냐’는 공격을 받았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탄핵으로 가겠다고, 조기 하야는 못 하겠다고 5일 만에 뒤집었다. 그래서 그때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자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친윤들은 비상계엄은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안 한다”며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러 놓고 ‘탄핵도, 자진 하야도 아니다’라면 대통령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건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책임을 모두 한동훈에게 돌리고 있다. 김옥균 프로젝트의 완성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어떤 행동을 했든 탄핵을 고리로 쫓아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전날 사퇴하며 국회에 찾아온 지지자들에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미래는 어떨까.
엄경영 소장은 “대선 출마를 하려고 할 것”이라며 “그런데 당대표를 그만두는 순간 당대표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으로 지지율이 상당 부분 옳겨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여기서 탈당까지 하면 지지율이 더 박살난다”며 “20%를 넘어야 본인이 나가서 당을 만들고 대선에 출마할 동력이 생긴다. 지금 10% 남짓 지지율로는 못 나간다”고 내다봤다.